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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지방] "껴안아도...될까요?"

나는 군생활을 강원도 원주에서 했다. 원주는 서울보다 남쪽이다. 처음 자대를 배치 받았을 때, “그나마 덜 춥겠구나” 했다. 하지만 역시 강원도는 강원도였다. 치악산의 한기는 영하20도를 오고갔다.
군대에는 야간경계근무라는 시스템이 있다. 부대마다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새벽에 2인 1조로 돌아가면서 2시간씩 부대 외각의 초소에서 서있다 돌아온다. 운이 없어 새벽4시 근무라도 걸리는 날에는, 영하20도를 가리키는 온도계를 보고 자신의 눈을 의심할 수 있다. 야간근무, 특히 한 겨울 야간근무는 추위, 졸음과의 사투, 그리고 같이 나간 선임의 갈굼(갈구다의 명사형; 군대용어로 선임병이 후임병에게 잔소리, 훈계, 욕설을 퍼붓는 것으로 후임병은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게된다)과의 싸움이다.
2011년 12월, 경계근무지원 명령이 떨어졌다. 경계근무지원은 다른 부대가 부대 밖으로 훈련을 나가면 우리 부대가 다른 부대 구역의 경계근무를 지원해주는 것이다. 지원명령이 떨어지면 하루에 한 번 있는 근무가 세 번 네 번으로 늘어난다. 즉, 지원을 나가는 날 밤은 2시간 정도를 자고 밤새 근무를 서야하는 셈이다.
그 날의 기온은 영하 20도쯤 됐다. 나와 장 상병은 파트너가 되었다. 나보다 한 달 먼저 입대한 장상병은 내가 좋아했던 선임이다. 순박한 친구였고, 말도 잘 통했다. 저녁8시~10시, 밤12시~새벽2시, 새벽4~새벽6시까지 총 세 번의 근무를 맡게 되었다.
처음 시간대에는 내가 살아온 인생을 이야기했다. 다음 시간대에는 장 상병이 살아온 이야기를 했다. 우리 둘은 서로의 인생에 대한 대서사시를 4시간 동안 주고받았다. 마지막 새벽4시부터 6시 시간대였다. 골이 시리게 추웠다. 더 이상 할 말도 남아있지 않았다. 우리는 서서 졸았는데, 잠이 오니 체온이 떨어지고 체감온도는 급격히 하락했다. 나와 장 상병은 눈이 마주쳤다. 서로의 체온이 따뜻할 것만 같았다. 그 순간 나는 “장상병님...껴안아도 됩니까?” “어....”
그렇게 우리 둘은 껴안았다. 초소 구석에서 우리 둘은 서로를 안고 잠에 들었다.
동이 트는 새벽 6시, 근무 교대자는 껴안고 잠이 든 나와 장상병을 발견했다. 우리 둘의 사이를 의심한 부대원에게 나와 장상병은 한참을 해명해야만 했다.

임경업(신방·08)

임경업  chunchu@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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