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해도 든든하고 맛있는 계란밥!

어떤 요리를 소개해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 처음엔 나의 심후한 자취 내공을 십분 활용하여 여자친구가 놀러왔을때 생색을 낼 수 있는 크림소스 스파게티라든가, 스테이크 정도를 생각했으나, 저런건 재료비도 많이 들고 귀찮아서 현실성이 떨어지고 결정적으로 혼자 해 먹자면 뭔가 비참한 기분이 들기 때문에 밖에서 사먹는 편이 낫다고 생각해 제외했다.

현실적으로는 남은 잔반으로 만든 비빔밥(볶으면 볶음밥), 썩어나는 김치를 이용한 온갖 기괴한 요리, 아무거나 때려넣고 일단 끓인 잡탕찌개, 쓸데없이 이것저것 넣어 끓인 라면이나 참치마요같은 그냥 섞는 요리 등등이 있으나, 독자 여러분의 비위가 염려되어 그 또한 자제하기로 했다.

요리프로를 보면 가정에서 냉장고에 남는 뭔가로 할 수 있는 요리라면서 온갖 진귀한 재료들을 냉장고에서 다 꺼내는데, 폐기 찍고 유통기한 지난 식재료를 무한히 가져올 수 있는 대형 마트 사장 아들이 아니라면 불가능하고, 실제로 내가 가장 자주 먹는 소박한 음식을 소개한다. 이름하여 계란밥이다.
 


1.햇반이든 뭐든 뜨거운 밥을 마련해서 별도의 밥그릇같은 용기에 담는다. 밥이 차가울 경우도 괜찮지만 뜨거울 때 먹으면 계란이 어느 정도 반숙이 되는 효과가 있으니 취향에 따라 선택한다.
 
2.계란을 넣는다. (난 욕심쟁이니까 두개) 기타 김이나 맛다시, 비비면 좋을 것 같은 것들은 뭐든 넣어본다.
 
3.그냥 계란만 넣으면 비리니까 간장과 참기름등을 넣어 비빈다. 밥알이 으깨지지 않도록 젓가락으로 비비면 더욱 좋으나 큰 차이는 없다.
 
4.흡입한다. 바닥에 놓고 먹으면 급체하기 쉬우니 요리라고 하기에도 민망한 식사지만 상에 놓고 먹는다.
 
저렴하게 영양 밸런스를 맞춰서 한 끼를 해결할 수도 있고, 속도 편하기 때문에 시험날 아침으로도 추천한다. 실제로 역사적인 요리이기도 한데, 못살던 시절 우리나라에서 한 끼를 뚝딱 해결하는 방법이었다. 단 달걀이 신선하지 않을 경우 저렇게 날달걀을 먹다가는 염라대왕과 구술면접을 할 수 있으니 주의하자.

저렇게 먹고 살면서 아낀 돈으로는 여자친구와 스테이크를 썰든 친구들과 술을 마시든 치킨을 시켜먹든 취향에 따라 자유롭게 결정하면 된다. 본인은 여자친구도 친구도 없기 때문에 치킨을 즐기는 편이다. 그리고 진지하게 덧붙이자면, 자취생의 경우 식사에 섬유질이 부족해 변비가 오거나 지나치게 기름진 식사와 외로움을 달래기 위한 음주로 장안의 화재에 시달리기 십상이다. 이런 생활을 오래 하게 되면 위와 장이 망가지니까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잘 챙겨먹고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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