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7일 낮 12시 우리대학교 정문에서 열린 ‘아시아 최대규모 동물실험센터 ‘동물실험 지상주의’를 반대하는 기자회견’(아래 집회)에 많은 취재진이 몰렸다. 한국동물보호연합, 동물사랑실천협회, 생명체학대방지포럼 등 동물보호단체들의 주최로 열린 이 집회는 ‘에비슨의생명연구센터(ABMRC)(아래 ABMRC)’의 동물실험에 대한 반대 입장을 표명하기 위한 것이었다. 집회는 ▲실험실에 갇힌 동물 퍼포먼스 ▲동물보호단체 측의 공개질의서 낭독 ▲기자회견 순서로 진행됐다. 동물보호단체들은 ABMRC 건립에 대해 “동물실험은 비인도적이고 비과학적으로, 이를 대체할 실험 방법을 개발·활성화하고 있는 세계적인 추세에 거스르는 것”이라며 “한국의 동물실험 지상주의를 다시 한번 드러내는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에비슨의생명연구센터(ABMRC)란?


ABMRC는 세브란스(아래 의료원)가 지난 2010년 8월 건립 공사를 시작해 2013년 4월 10일 지하 5층, 지상 6층, 연면적 4만 229㎡의 규모로 개관한 동물실험센터다. ABMRC 측은 동물실험실이 ▲소형동물 케이지 7천500여 개 ▲중대형동물 케이지 284개 ▲6개의 수술실 ▲동물이미징센터 ▲BSL-3(Bio Safety Level-3) 등의 시설을 갖췄다고 소개했다. 특히 지하 4층에 설치된 동물이미징센터에는 첨단 동물영상장비가 도입됐다. ABMRC 측은 경쟁기관에 비해 취약한 연구 인프라를 개선하고 연구시설을 확충하며 정부의 연구중심병원 지정 등에 적극 부응하기 위한 취지로 센터를 건립했다고 밝혔다. ABMRC의 홍보팀 측은 “그동안 의료원은 의료산업화를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연구개발 역량 강화에 힘써왔다”며 “▲첨단 인프라 구축을 통한 의과학산업 활성화 ▲연구개발 역량 증진 및 대형과제 유치 기반 조성 ▲R&D 국제 경쟁력 강화 ▲의생명분야 연구 협력 촉진 등 다양한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동물보호단체가 말하는 동물실험


동물보호단체 측은 의료원에 ▲국제적인 수준의 동물실험 지침 ▲실험동물들의 사육방식 ▲실험동물들의 복지계획 등을 시민들에게 낱낱이 밝힐 것을 요구했다. 더불어 아시아 최대 규모라는 것을 자랑할 것이 아니라 ‘동물실험 지상주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서 동물을 사용하지 않는 대체실험방법에 대해 투자할 것을 촉구했다.

동물실험을 배척하는 세계적 흐름의 일례로, 유럽연합(EU)은 ▲지난 2004년에 화장품 완제품 동물실험 금지 ▲2009년에 화장품 원재료 동물실험 금지 ▲2013년 3월에 동물실험을 한 화장품에 대해 유럽연합 내 유통·수입·판매 금지 등을 시행했다. 이에 비해 국내에서는 동물대체실험의 개발에 대한 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동물보호단체 측은 동물실험의 과학성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동물실험을 주제로 방영된 EBS 지식채널에서는 인간과 동물이 공유하는 질병이 1.16%에 불과하다는 연구결과를 제시했다. 또한 미국식품의약국(FDA)의 자료에 따르면 동물실험의 결과가 인간 임상실험에 나타날 확률은 8%에 불과하다. 한국동물보호연합 이원복 대표는 “동물실험은 도덕적 정당성이 부족하다”며 “과학적인 한계나 모순, 문제점이 많기 때문에 동물실험을 줄여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세브란스가 말하는 동물실험

ABMRC 측은 위와 같은 비판에 대해 “의료원의 동물실험윤리위원회는 동물실험을 직접 실시하는 연구자 뿐 아니라 외부기관의 실험동물의학 전문가, 동물실험과 연관이 없는 종교인 및 법조인을 포함하고 있으며 실험동물의 수의학적 관리 및 통증 관리 등에 대한 검토와 조언이 가능한 다수의 수의사가 포함돼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ABMRC는 국내 실험동물기관으로서는 최초로 지난 2004년 2월 국제실험동물관리평가인증협회(AAALAC)로부터 실험동물의 관리 및 이용지침기준을 충족시켰음을 인정받아 ‘완전 인증’을 획득했다. 이후 매 3년마다 AAALAC 평가단의 현지실사와 점검을 통해 재인증을 받았고 지난 3월 22일 제 4차 완전인증을 획득했다.

‘아시아 최대규모’라는 점에 대해서는 “최근 언론에 보도된 것처럼 ABMRC의 시설이 선진화되고 대형화된 것은 동물의 인도적인 처우를 위해서”라고 전했다. 이어 “국내외의 가이드라인에서 정한 동물들의 적절한 생활공간의 크기가 계속 커지고 있는 추세를 반영했다”며 “활동량이 많은 동물을 위한 운동실 등 동물들의 복지 공간들이 필요해 시설의 규모가 커지게 되는 것”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덧붙여 “동물에게 청정한 공기와 적절한 온도·습도 등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며, 실험 처치를 하더라도 고통을 주지 않는 좋은 설비나 장비에 많은 예산을 투입했다”고 전했다. ABMRC 측은 윤리적 측면에서의 우려의 목소리에 대해 “우리대학교 의과대학의 모든 동물실험에서는 동물의 복지와 인도적인 사용을 우선적으로 고려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매년 ‘다솜(사랑의 순 우리말)의 날’을 정해 실험동물의 희생에 감사하고 연구자들에게 동물의 복지를 상기시키며 윤리적인 사용을 당부하는 기념일로 지키고 있다”고 밝혔다.

 

동물복지규정 준수와 검증의 필요성


동물연구를 통한 의학 발전은 여러 사례에서 증명된다. ▲1920년에 인슐린 ▲1930년에 마취제와 디프테리아 백신 ▲1950년에 신장이식 ▲1960년에 각막이식 ▲1980년에 항바이러스제 등 여러 약물을 개발하는 데 동물실험이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 그러나 인류의 질병 치료에 크게 공헌한 동물실험이라도 생명존중의식을 바탕으로 마련된 윤리적 지침이 엄격하게 지켜지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하버드대는 의과전문대학원이 운영하는 영장류연구센터를 폐쇄하기로 해 주목을 받은 바 있다. 하버드대 동물실험센터는 국가의 지원을 받으며 에이즈 등의 난치병 치료기술을 개발하는 데 많은 기여를 한 미국의 8대 동물실험센터다. 그러나 동물복지규정을 지키지 않아 영장류 네 마리가 죽었다는 사실이 적발됨으로써 동물 권익 침해 논란에 휩싸였고, 결국 문을 닫게 됐다. 하버드 의과전문대학원은 센터의 폐쇄와 동물복지규정 논란과는 연관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비난 여론을 피해가지 못한 결과라는 시선이 많다. 이처럼 동물실험센터에서 동물복지규정을 지속적으로 분명히 지키는 것은 매우 중요하며 정부 등의 관련 기관이 규정위반사항에 대해 철저한 감시자 역할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개관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ABMRC가 윤리지침과 시설 규정을 검증 받았다고 해서 안심할 일은 아니다. 본격적인 실험이 진행된 이후에도 동물복지규정에 입각해 지속적인 검증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동물실험에 대한 끊임없는 논쟁


의학 발전과 생명 존중 사이에서 동물실험은 딜레마에 빠진다. 인류가 이룩한 눈부신 의학 발전에는 실험실에 갇힌 수많은 동물들의 희생이 따랐다. 그러나 인류를 위한 동물들의 희생이 허용될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는 더 고민해야 한다. 동물보호단체들은 동물들이 인간을 위해 실험에 이용된다는 것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인다. 한편 동물실험센터들은 동물실험이 인류의 보다 나은 삶과 생명의 연장에 공헌하기 때문에 동물복지를 최대한 고려하는 한에서 이뤄지는 동물들의 희생을 이해해달라는 입장이다.

이처럼 동물실험에 관한 논쟁은 인류의 의학 발전과 생명윤리의 가치 사이에서 끊임없이 이어져 오고 있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동물실험의 윤리적 문제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필요하다. 또한 동물을 실험대상으로 삼지 않을 수 있도록 대체실험방법을 찾는 연구에 많은 투자가 요구된다.

 

석지은 기자
doljieun@yonsei.ac.kr
사진 장미 기자
mmmi08@yonsei.ac.kr
그림 김진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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