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홍보전문가 서경덕 교수를 만나다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해외 유명 신문에 독도, 위안부 등에 관한 광고를 게재하고, 무한도전 팀과 함께 뉴욕 타임스퀘어 광장에 비빔밥 관련 영상광고를 올린 사람. 김장훈과 함께 광복절을 기념해 수영릴레이로 독도에 다녀온 사람. 한국의 대표적인 문화와 역사를 세계인들에게 보다 자연스럽게 널리 알리고자 물불 가리지 않고 뛰어다니는 한국 홍보전문가 성신여대 서경덕 교수(교양교육대‧대한민국 해외홍보)를 만나봤다.
서경덕 교수를 만난 시각은 저녁 여덟시 반. 이제 막 수업을 마친 후였음에도 반갑게 맞아주는 그에게서 늦은 저녁의 고단함은 찾아볼 수 없었다. 늦은 시각에 만나줘 감사하다는 기자의 말에 “약속한 것은 지키는 게 당연하다”며 호탕하게 웃는 그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TV에서 보던 것과 같이 그는 에너지가 넘쳤다. 그 에너지로 그는 끊임없이 다양한 것에 도전한다.


행동하는 대학생 서경덕
‘생존경쟁’을 만들다

이렇게 다양한 활동을 통해 한국을 널리 알리고 있는 그는 어떤 계기로 이런 일을 하게 됐을까? 94학번으로 성균관대 조경학과에 입학한 그는 “비현실적인 낭만을 꿈꾼 것은 아니었지만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대학생활을 마주하게 됐다”고 한다. 대학생이 되면 하고 싶은 일을 언제든 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하루는 신촌에서 택시를 타고 집에 가던 길에 기사분께 혼났다”며 당시 상황을 이야기 했다. 부모는 자식 뒷바라지를 위해 열심히 일만 하는데 대학생들은 술 먹고 놀기 바쁘고 허구한 날 데모만 하고 다닌다는 것이었다. “물론 당시에 데모가 잦았던 것은 맞지만 일부에 불과한 그것이 대학생활의 전부인 것 마냥 치부되는 게 싫었다”는 그는 대학생들도 사회에 대한 비판을 하는 것에서 나아가 사회에 도움이 되는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사회 전반에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고 공익적인 일을 해보고자 ‘생존경쟁’이라는 대학생 문화 연합동아리를 만들었다.


행동하는 용기, 날개가 되다

“잘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지만 중요한 것은 믿고 달려들었다는 것입니다.” 그는 처음 동아리를 시작하며 금전적인 부분 등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그 어려움조차 젊은 대학생들의 열정과 패기를 잠재우기엔 역부족이었다. ‘생존경쟁’은 서울시에서 주관하는 ‘서울시 정도(定都) 600년 사업’에서 처음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400년 후, 즉 서울시 정도 1000년이 되는 때의 모습을 예측해 타임캡슐을 만드는 프로젝트를 진행한 것이다.
이후에는 대형 천에 6천여 명의 손도장으로 태극기를 제작하는 등의 다양한 활동을 했다. 그들이 여러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진행하자 여러 기업에서 다양한 지원을 해주겠다는 연락이 왔다. 하지만 그는 학생 동아리의 순수성을 지키고자 제안들을 모두 마다했다. ‘생존경쟁’의 첫 번째 원칙은 ‘대학생의 순수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대학문화를 활성화시키자’다. 그는 ‘비록 현실은 어렵더라도 차가운 머리와 뜨거운 가슴으로 멀리, 그리고 크게 보기 위해 이 원칙만큼은 지켜냈다’고 말했다. 이런 신념을 유지하며 ‘생존경쟁’은 발전해왔고, 이 연합동아리는 올해로 어느덧 20주년을 맞이했다.


“무얼 하든 뽕을 뽑아라”

서 교수는 “많은 시간과 돈, 노력을 들이면서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없을 수는 없었지만, 일단 무엇이든지 시도해봤다”고 말했다. 열정을 담은 행동으로 두려움을 극복한 것이다. 그는 “세상에 대해 잘 모르는 대학교 1학년이었지만 우선 한번 부딪혀봤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사람들과 함께 일을 해보면서 때로는 자신의 의견을 주장하고, 때로는 스스로의 잘못을 인정하며 성장했다. 무언가를 함으로써 다른 것을 못하게 되는 것을 걱정할 시간에 뭐라도 했다. 그는 ‘행동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나 역시도 태어날 때부터 도전정신이 강했던 것은 아니었다”는 말과 함께 “중요한 것은 내 안에 있는 도전정신을 어떻게 끌어내느냐인 것 같다”며 인생철학을 밝혔다. 이어 “행동을 통한 경험이 에너지와 도전정신의 원동력이 된다”고 덧붙였다. 지레 겁을 먹기보다는 우선 행동하고 다양한 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취업난으로 걱정하는 대학생들에게 서 교수는 “안정적인 취업을 위해 이력서에 몇 줄 더 넣는 것이 자신의 값어치를 높이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스펙을 쌓기 위한 목적으로 여러 활동을 하는 것보다는 하나를 해도 제대로 열심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어 그는 “너무 잰다는 것은 그걸 두려워한다는 것”이라며 “하고자 하는 게 있으면 그로 인해 잃을 수 있는 부분을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고민만 하다 두 마리 토끼를 다 놓치는 우를 범하지 말라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노하우만큼 중요한 노후(knowwho)

그는 대학생 후배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의 소중함을 아는 것이라고 전했다. 살아가다 보면 항상 에너지가 넘치고 모든 일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그들은 언제나 웃는 얼굴로 다른 사람을 대한다. 그는 “사람을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이 긍정적인 태도를 가지고 에너지 넘치는 삶을 살 수 있게 해 준다”며 “사람에게 감동을 주는 사람이 돼라”고 전했다. “과거에 선배들은 나에게 노하우(knowhow)를 알려줬지만 지금 나는 후배들을 만나면 노후(knowwho)를 강조한다”며 누구를 만나고, 누구와 함께인가가 중요함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대학 생활이 다양한 사람과 많이 접촉하고 함께 어울리면서 사람을 대하는 능력을 배울 수 있는 좋은 시기라 조언했다. 또한 사람들과 함께하는 그 과정 속에서 사소한 약속과 기본적인 예의를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요즘은 SNS의 발달로 온라인을 통한 교류가 인간관계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 자신이 대학생일 때와 비교하며 “인터넷에서 모르는 것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는 요즘이지만, 인터넷에서는 얻을 수 없는 인간적인 사람의 맛을 알길 바란다”는 말을 전하며 이야기를 마무리했다.
이웃집 아저씨같이 친근하게 반겨주고 인터뷰 내내 웃음을 잃지 않으며 유쾌한 만남을 만들어준 서경덕 교수. 그가 이야기했던 도전하고 사람을 소중하게 여기는 것을 몸소 실천하며 살아가는 그의 인생은 매우 유쾌해 보였다. “행동에 옮겨보며 알게 되는 게 많다”는 그의 말을 기억하자. 지금 주저하고 있다면 일단 해보는 것은 어떨까? 그러면 길이 보일 것이다. 그리고 당신의 옆에서 그 길을 함께 가는 이들을 기억하길 바란다.


김광연 기자
sweetkky27@yonsei.ac.kr
사진 오도영 기자
doyoung92@yonsei.ac.kr
자료사진 서경덕 교수 미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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