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편안에 붉은 색으로 표시된 부분은 신설 학부와 학과이다.
 

지난 22일 낮 3시 경 융합전공선발위원회에서 학교 측의 ‘2014학년도 융합학부 신설안’이 최종적으로 발표됐다. 기존에 ▲언더우드국제학부(UD, Underwood Division) ▲아시아학부(ASD, Asian Studies Division) ▲테크노아트학부(TAD, Techno Arts Division)로 구성됐던 언더우드국제대학(아래 국제대)에 ▲글로벌융합학부(GCD, Global Convergence Division)와 ▲융합과학공학부(ISTD, Integrated Science Technology Division)가 신설된다.

글로벌융합학부와 융합과학공학부에 어떤 학과들이 신설되나

 아시아학부와 테크노아트학부에 소속됐던 ▲AS(아시아학) ▲IID ▲CDM ▲CTM 4개 학과들은 글로벌융합학부로 편입된다. 그리고 글로벌융합학부와 융합과학공학부에는 각각 4개, 3개 학과가 신설된다. 따라서 글로벌융합학부는 8개 학과(신설 4개 학과+기존 4개 학과) 180명의 정원으로 구성되고 융합과학공학부는 3개 학과 90명의 정원으로 구성된다. 전체적으로 인원도 증가했다. 언더우드국제학부 정원도 150명으로 20명 정도 증가해 전체적인 국제대의 인원은 260명에서 420명으로 160명 증원된다.
 교무처장 정인권 교수(생명대·바이러스학)는 “언더우드국제학부는 미국의 *리버럴 아츠 컬리지의 성격을 띠고 융합과학공학부는 과학 기술과 관련된 학이며 글로벌융합학부는 둘을 융합한 것이라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글로벌융합학부에 새로 신설되는 학과는 ▲JLC ▲QRM ▲STP ▲SDC 4개 학과로 인문사회계열과 이공계 학문들이 융합된 것이다. 이공계열 성격의 학부인 융합과학공학부에는 ▲BT ▲ET ▲NT 3개 학과가 생긴다. 정 교수는 “미래지향적인 융합 학문을 신설해 아이비리그 수준의 수준 높은 교육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리버럴 아츠 컬리지: 미국에 거의 독점적인 형태로 존재하는 고등 교육 기관의 한 종류이며, 자유 인문에 해당하는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중운위 “일방적이고 폭력적인 학과 통폐합”
VS
학교 “토론회에서 얘기하자”

 융합학부 개설에 대해 학생대표자들은 전면 보류를 주장하고 있다. 자유전공을 폐지하고 신설되는 융합학부가 ‘준비되지 않은 폭력적인 절차’라는 것이다. <관련기사 우리신문 속보 ‘UIC 융합학부 신설로 자전 폐지…학교 측 “자전은 임시방편이었다”’>지난 20일 긴급 중앙운영위원회(아래 중운위)에서 동아리연합회 회장 정문호(정외·04)씨는 “개인적으로 커리큘럼도 없는 아시아학부와 테크노아트학부는 사기나 다름없다고 생각하고 결국 신설 융합학부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총여학생회장 윤소영(식품영양·09)씨는 “국제캠에 학생을 유치하기 위해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이 아니냐”고 말했다.
 테크노아트학부는 ▲Technology ▲Management ▲Design 의 융합학문을 골자로 지난 2012년 신설됐다. 그러나 공식적인 8학기 커리큘럼이 없어 많은 비판이 제기됐다. 테크노아트학부로 입학해 2학년 때 전공에 진입한 김아무개씨는 “첫 학기를 마치고 난 뒤에도 다음 2학기에 무엇을 배울지, 교수가 누구인지도 몰랐다”며 “오죽하면 담당교수도 ‘급조한 경향이 있다, 학생들을 데리고 실험한 것 같다’고 사과하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김아무개씨는 “융합학부라는 것도 허상”이라고 전했다. 테크노아트학부는 2학년에 ▲IID(Information Interactive Design) ▲CTM(Creative Technology Management) ▲CDM(Culture & Design Management 3개 학과로 갈라진다. 김아무개씨는 “IID는 디자인, CTM은 경영, CDM은 문화에 집중하는 학과로 융합학부의 느낌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국제대 소속이지만 교수의 영어실력도 형편없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학교 측 국제대 관계자는 ”우리대학교가 미대가 특성화되지 않아 디자인 부분에서는 부족한 점이 있었다”며 “신설 융합학부는 이미 신촌캠에서 수십년의 전통을 쌓아온 학문이 융합되는 것이기에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교무처장 정 교수는 “신설하고 2년도 채 되지 않았는데 성공여부를 판단하기는 이르다”며 “구성원이 협력해서 문제점을 해결해야 한다”고 답했다.
 융합학부 신설이 충분한 의견수렴 없이 급작스럽게 준비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교무처장 정 교수는 “작년 초부터 의사결정이 이뤄지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융합학부의 최초 아이디어는 작년 초에 나왔고 6월부터 융합학부 신설을 위한 교수들을 대상으로 공모전이 시작됐다. 12월의 교무위원회의 심사 과정을 거친 신설안은 오는 4월 4일 교무위원회의 최종 승인만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학생들의 의견이 반영될 기회는 한 번도 없었다.
 지난 21일 중운위는 교무처에 공문을 넣어 ‘자유전공 및 언더우드국제대학 문제 해결을 위한 학교와의 공식적인 협의체 구성’을 요구했다. 부총학생회장 도진석(국문·09)씨는 “융합학부 개설은 시작”이라며 “중앙대 구조조정과 같은 학과통폐합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교무처장 정 교수는 “학생들이 학교의 장기적인 계획과 융합학부의 내용을 모르기에 확대 해석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중운위와 학교의 마찰이 계속되는 가운데 학교 측은 200~300명 정도를 수용하는 인원으로 26일(화)에 토론회를 개최할 것을 제안했다. 참여 주체는 ▲교무처장 ▲학생복지처장 ▲국제대학장 ▲자유전공 대표 교수 등의 교직원 6명과 관계되는 학생회 및 학생, 일반 패널이다. 교무처장 정 교수는 “토론회에서 지적된 문제 사항은 최종 승인과정에서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졸속행정의 이유는 인천과의 MOU 때문?
일부 중운위원 의혹 제기해

 

 

 

 

 

 

 

 

일부 중운위원들은 융합학부 개설을 성급하게 진행하는 것이 인천과의 MOU때문이 아니냐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중운위원 박아무개씨는 “인천시의회 회의록에 국제캠퍼스에 2014년까지 4천350명, 2015년까지 5천명을 유치하겠다는 얘기가 있다”며 “신설 학과와 기존 국제캠 4년 거주 단위의 누적인원을 계산하면 4970명”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경쟁력을 위한 융합학부 개설’은 인천시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한 ‘핑계’라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2008년 3월 4일 회의록에는 ‘연세대에서 2015년까지 학위과정뿐만 아니라 단기과정을 통해 5000명의 학생들이 공부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고 언급돼 있다.
 국제대 개편안에서 언더우드국제학부를 제외한 글로벌융합학부와 융합과학공학부는 국제캠 4년 거주단위다. 국제대 학생회장 김수홍(UIC생명과학기술·09)씨는 “아시아학부는 언더우드국제학부와 1학년의 커리큘럼이 같고 배우는 내용도 국제학과 관련이 있다”며 “아시아학부학생들이 국제대 학장과의 간담회에서 글로벌융합학부에 편입되는 이유를 궁금해 했지만 학장은 ‘말해줄 수 없다’고 했다”고 전했다. 국제캠 4년 거주단위의 인원을 늘리기 위해 아시아학부를 글로벌융합학부에 무리하게 편입했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자유전공 폐지 ‘정당성’두고
학교 측과 학생들 갑론을박 오가

 이번 융합학부 개편안으로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단위는 전공 자체가 폐지되는 자유전공이다. 우리대학교는 국제대 증원에 따른 인원을 각 단과대에서 5%씩 충당하고 자유전공은 전면 폐지하기로 했다. 교육과학기술부(아래 교과부)의 수도권 사립대 증원제한 방침 때문이다. 정작 당사자인 학생들은 오는 4월 4일 이뤄지는 교무위원회의 최종 승인을 코앞에 두고 해당 소식을 접했다. 자유전공 학생회장 오동하(신방·11)씨는 “18일의 제 11차 중운위에서 국제대 학생회장에게 자유전공 폐지가 논의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전했다. 오씨는 “학부대학 담당자에게 그간 아무 얘기도 듣지 못했고 뒤통수를 맞은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자유전공 부학생회장 박준성(경영·11)씨는 “22일에 학부대 학장과 면담을 진행했지만 자기도 잘 몰랐던 일이라고 하더라”고 전했다.
 국제대 증원에 왜 자유전공이 희생양이 된 것이냐는 지적에 교무처 교무팀 차기섭 팀장은 “자유전공은 법과대가 없어지면서 임시로 생긴 것”이라고 답했다. 또한 “자유전공은 전공이 아니기 때문에 전공 통․폐합이라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교무처장 정 교수는 “대부분이 상경대로 전공진입을 하는 자유전공은 실패작”이라며 “심정적으로 안타까운 것은 이해가 가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자유전공 폐지는 정당하다”고 말했다.
 부학생회장 박씨는 “학교가 제도 개선의 노력조차 않고 실패라고 단정짓는 것이냐”며 그동안 자유전공의 전공탐색 제도가 부실했음을 지적했다. 박씨는 “오죽하면 학생회가 나서서 작년부터 자유전공 전공탐색박람회를 실시했을 정도”라고 전했다.
 자유전공 학생들은 전공폐지로 인한 학생사회 붕괴 문제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하고 있다. 서아진(자유전공·13)씨는 “사물함 배정은 누구한테 받고 내년 새터는 어디로 가라는 것이냐”며 “신입생 입장에서 매우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현재 학부대학 자유전공 소개 홈페이지에는 ‘학생자치활동 활성화 : 자유전공 학생회 출범, 지속적 자치활동 지원’이라는 명목이 명시돼 있다. 교무처장 정 교수는 “학생사회의 정체성이 무너진다는 논리로 자유전공 폐지를 반대하는 것은 비논리적”이라고 일축했다. 자유전공 학생들의 교육권 문제에 대해 정 교수는 “13학번의 커리큘럼은 모두 소급 적용되기 때문에 사실상 자유전공 폐지로 인해 자유전공 학생들이 입는 불이익은 없다”고 밝혔다.
 토론회에서 자유전공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시 자유전공 학생들은 강경 대응도 불사할 예정이다. 자유전공 학생회장 오씨는 “학부모 간담회, 총장님께 편지쓰기부터 시작해 법적 대응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대학교육연구소 관계자는 “대학이 과를 통폐합하는데서 생기는 재학생에 대한 불이익을 법적으로 제재할 근거가 없다”며 “결국 학과에서 학교로 요구를 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교과부 사립대학제도과 사무관 또한 “학과 통폐합 과정은 대학의 자율”이라고 말했다.

신설 융합학부로 편입되는 아시아학부, 테크노아트학부 학생들의
교육권 보장도 문제돼

 신설되는 글로벌융합학부에 편입되는 아시아학부, 테크노아트학부 학생들의 교육권 보장 또한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국제대 학생회장 김씨는 “융합학부 개설 자체는 반대할 이유가 없으나 기존 학과 학생들이 피해를 입게 된다면 문제”라고 말했다.
 아시아학부 학생들은 모집요강에서부터 일부 학과를 제외하고 이중전공이 보장되는 혜택이 주어졌다. 신설학부에 편입되면서 학교 측은 학부 내 이중전공도 보장할 것을 제안했다. 그러나 실상은 속빈 강정이나 다름없다. 아시아학부 학생들은 국제캠에서 4년간 수학하기 때문에 신촌캠을 오가는 이중전공이 사실 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학부 내 이중전공 또한 재학생의 대부분이 4학년이 되는 2015년까지 신설학과의 전공이 개설되지 않기 때문에 어려운 실정이다. 김씨는 “아시아학부 학생들과의 간담회에서 국제대 학장이 이중전공을 하는 학생은 8학기 졸업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신설학부 공통 커리큘럼을 새로 이수해야함에도 불구하고 이에 상응하는 이익은 없는 셈이다.
 신설학부에서 전공 진입시, 학생들은 정원 제한이 없는 자유로운 전공 선택이 가능하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전공 편중 현상으로 일부 학과가 위축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학생회장 김씨는 “제한 없는 자유로운 선택 시 전공 편중 현상은 필연적이고 이는 현재 언더우드 국제학부에서도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며 “사회과학, 공학 등이 융합된 신설학부에서 디자인의 성격이 강한 테크노아트학부가 가장 큰 피해자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아시아학부와 테크노아트학부 학생들은 정원 보장을 요구할 예정이다. 하지만 교무처장 정 교수는 “정원을 보장하는 것은 반대”라며 “학과끼리 경쟁해 학과가 생겼다 없어졌다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문제점들을 수합해 국제대 학생들은 학장과의 간담회가 모두 종료되는 26일(화)에 공식적인 입장문과 요구안을 학교 측에 전달할 예정이다.

첫 단추부터 삐걱대는 융합학부 신설
제 3의 창학인가 학교의 행정 장악인가

 융합학부 신설에 많은 단위들의 이해관계가 얽히며 학생과 학교의 마찰이 심화되고 있다. 계속되는 학교의 일방적인 통보로 학생들의 불신이 심화되는 가운데 오는 토론회로 학생들과 원만한 협의를 끌어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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