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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자유전공, 지난 5년을 되돌아보다
  • 남채경, 이유경, 장미, 전형준 기자
  • 승인 2013.03.24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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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자유전공 학생회는 국제대 학생회 측으로부터 학교 측의 자유전공 잠정 폐지 계획을 들었다. 국제대 내 융합학부 신설에 따른 증원인원을 충당하기 위해 각 학과 인원을 5% 감축하고 자유전공을 폐지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에 19일에 자유전공 학생회는 학생들을 긴급 소집하여 대책 회의를 가졌고 이틀 뒤인 21일 총학생회는 비민주적인 학제개편에 강력한 공동대응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자보를 통해 표명했다. 갑작스런 융합학부 신설과 자유전공 잠정 폐지 계획에 따라 학생과 학교의 마찰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자유전공의 지난 5년을 되돌아보고자 한다.

지난 2009년 법학전문대학원(아래 로스쿨) 체제가 출범하면서 각 대학들은 기존 법과대 정원을 이월해 자유전공학부를 신설했다. 자유전공 제도는 학생들에게 한 학년 동안 다양한 과목을 수강하며 자신의 적성과 흥미를 알아간 후 학생들이 자유롭게 자신의 전공을 선택하는 제도다. 기존 모집단위 구분에서 벗어나 여러 학문을 넘나들 수 있는 창의적인 교육 환경을 조성하고 내실 있는 프로그램을 통한 진로 탐색의 기회 제공을 한다는 것이 자유전공 제도가 내세우는 주된 목표다.
자유전공은 우리대학교, 서울대, 고려대, 이화여대, 성균관대를 비롯한 서울 시내 10여개 대학에 설치됐으나 각 대학마다 다르게 운영되고 있다. 기본적인 내용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지만 각 대학의 교육 철학, 전통적 강세 학과와 같은 요인에 따라 자유전공 제도는 운영상의 차이점을 보인다.
우리대학교 자유전공은 지난 2009년 다양한 학문과 전공을 융합할 수 있는 개방적·창의적인 사고력 증진, 건전한 공동체적 윤리와 도덕심을 내면화한 인재 양성을 목적으로 신설됐다. 독립된 학부 단위인 타 대학의 자유전공학부와는 달리 개방형 모집 단위인 것이 우리대학교의 특징이다. 즉 2학년 때 경영학을 선택한 학생의 경우 타 대학에서는 소속이 ‘자유전공학부 경영학 전공’으로 자유전공학부라는 독립 학부에 남게 된다. 그러나 우리대학교의 경우 자유전공은 개방형 모집 단위이기 때문에 소속이 선택전공인 ‘경영대학 경영학과’가 된다.

교과과정, 전공탐색에 실질적인 도움주지 못해

우리대학교 자유전공의 교과과정에는 전공 선택을 위해 필수로 이수해야 하는 전공기초 과목으로 ‘논리와 분석적 판단’과 ‘규범과 비판적 판단’이 있다. 또한 한 학기에 한 번씩 개최되는 ‘자유창의공모전’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전공탐색의 기회를 제공하고 창의적인 인재 양성을 도모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자유전공 학생들은 이와 같은 교과과정이 다양한 전공 탐색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기초교양교육에만 머물러 진로 고민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자유전공에서 경영학 전공을 선택한 구태회(경영·10)씨는 “논리와 분석적 판단을 수강하는 것보단 오히려 다른 학과의 입문 과목을 듣는 것이 더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처럼 부족한 학교 측의 전공탐색 기회를 보충하기 위해, 자유전공 학생회는 ‘전공 박람회’, ‘선후배 멘토링’과 같은 학생 주도의 행사를 마련해 운영하고 있다. 정연지(신방․12)씨는 “학생회 측에서 준비한 전공박람회는 전공을 선택한 선배들이 경험하고 느낀 바를 말해줘 전공 선택을 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자유전공의 전공탐색 문제에 대해 이화여대 스크랜튼학부 학생회장 김현정(스크랜튼학부·11)씨는 “스크랜튼학부는 1학년 때 자유롭게 강의를 듣고 2학년 때 문·이과에 상관없이 원하는 전공을 선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서울대 자유전공학부의 ‘학생설계전공’이라는 커리큘럼을 갖고 있다.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연석회의장 윤덕형(자유전공학부·11)씨는 “설계전공 프로그램은 학생이 직접 자신의 전공을 만들도록 해 전공 선택에서의 한계점을 보완하고자 했다.”고 전했다. 이는 우리대학교 자유전공에서 전공 선택에 한계가 있는 문제점을 보완하고 있는 제도로 볼 수 있다.

예비경영학생?
정체성 잃은 자유전공

우리대학교 자유전공은 전공선택권 보장과 다양한 전공 및 진로탐색 프로그램 제공을 가장 큰 특징으로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자유전공의 실제 모습을 보면 이와 같은 말들을 무색하게 한다. 1학년 학생들이라면 누구나 듣는 ‘Gateway to College’을 제외하고는 전공 탐색을 위한 별도의 교과과정은 전무한 상태이며 학교 측에서 제공하는 전공 박람회와 같은 프로그램도 없다.
우리대학교 자유전공이 법과대의 인원을 넘겨받은 만큼 고시 준비에 큰 관심을 가질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견해지만 실제로는 각종 고시에 대한 선호도가 타 학과 학생들과 비슷하다. 이원경 학사지도교수(학부대·사회과학계열/자유전공)는 “지난 2012년 자유전공 12학번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학부대학에서 시행한 설문조사 결과 국가고시를 준비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한 학생들의 비율은 전체 신입생 평균보다 약간 더 높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고려대 자유전공학부의 경우 법과대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교육과정에서 자신이 원하는 선택 전공과 더불어 행정, 경제, 법학을 다루는 연계전공 ‘공공 거버넌스와 리더십’을 필수로 지정하고 있는데 이 부분에서 고려대 자유전공학부의 주된 취지를 확인할 수 있다. 오병택(고려대, 자유전공학부·12)씨는 “고려대 자유전공학부가 법과대의 맥을 잇는 만큼 실제로 로스쿨 진학을 희망하고 법조계 진로를 꿈꾸는 학생들이 많다”고 전했다.
한편 성균관대는 지난 2012학년도부터 강화된 교육과정을 바탕으로 자유전공학부를 글로벌리더학부로 개편하여 공적 영역의 지도자 양성소라는 정체성을 수립했다. 글로벌리더학부의 학생들은 전공 선택을 따로 하지 않고 각종 국가고시를 준비하는데 필요한 과목을 자유롭게 수강할 수 있다. 성균관대 글로벌리더학부 학생회장 안재학(글로벌리더·12)씨는 “열에 아홉 정도의 학생들이 국가고시를 준비하거나 로스쿨 진학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고려대나 성균관대의 사례와는 달리, “주위 동기들을 보면 대다수가 경영학과 혹은 경제학과를 선호하며 이 분야의 진로를 희망하는 것 같다”는 한혜련(경영·12)씨의 말처럼 우리대학교 자유전공 학생들은 경영·상경계열 진로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 11학번의 경우 약 90%의 학생들이 경영학과로 진학했다.
전공 선택 과정에서 학생들의 특정 학과 쏠림현상이 심해지자 학교는 지난 2012학년도부터 한 학과 배정 인원이 자유전공 전체 인원의 3분의 1을 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쿼터제를 도입했다. 그러나 학생들의 다양한 전공탐색이 보장되지 않은 환경에서 쿼터제는 전공 쏠림 현상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되지 않았다. 실제로 쿼터제가 처음 시행된 자유전공 12학번 학생들의 경우에도 66%의 학생들이 경영학과 또는 경제학과로 진학해 전공 쏠림 현상은 여전히 해결되지 못했다.
쿼터제는 학생들 사이 경쟁 구도 조장이라는 문제를 발생시키기도 했다. 자유전공 학생들이 원하는 전공에 진입하게 위해 학점 관리에 많은 스트레스를 받게 된 것이다. 정지원(경영·12)씨는 “원하는 공부를 하고 싶은 마음이 컸지만 전공 배정을 위해서 학점을 잘 주는 과목을 선호하곤 했다”고 말했다.

전공 배정 후에도 끊이지 않는 문제들

쿼터제에 따른 경쟁을 거쳐 전공을 배정받고 난 뒤에도 자유전공 학생들은 많은 고충을 겪고 있다. 앞서 언급된 바와 같이 우리대학교 자유전공은 개방형 모집단위다. 전공을 배정받고 나면 소속 자체를 변경하게 돼 행정상으로 더 이상 자유전공 학생이 아닌 셈이다. 때문에 1년 동안 생활해온 자유전공 안의 공동체를 떠나면서 소속감의 박탈을 느끼기도 한다. 학생회 차원에서 원하는 학생들의 경우에 한해 배정된 전공 소속의 반으로 편입시켜주고 있지만 이미 1년 전부터 형성된 공동체에 다가가는 것이 쉽지 않은 탓이다. 전아영(정외·12)씨는 “정치학개론 수업을 들어도 다 같은 정치외교학도이지만 어딘가 모를 이질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또한 자유전공 출신 학생들은 공간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신촌캠에 자유전공 과방이 없어 국제캠에서 살던 학생들이 신촌캠으로 옮기고 난 뒤에는 공강 시간을 보낼 장소가 없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본인이 소속된 학과의 과방에서 공강 시간을 보내지만 자유전공 출신 학생들은 중앙도서관 로비나 백양관 주위를 배회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자유전공은 올해로 5년째를 맞이했다. 특정 인기학과로의 쏠림현상, 소속감 문제 등 자유전공에 제기된 비판도 많았지만 학생들은 자체적으로 이를 개선하려고 노력해 왔다. 그러나 그 노력이 최근 학교 측의 일방적인 학과 잠정 폐지 결정으로 인해 결실을 맺지도 못하고 꺾일 위기에 처해있다.

남채경 기자skacorud2418@
이유경 기자sternhel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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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준 기자jamsilprince@

남채경, 이유경, 장미, 전형준 기자  skacorud2418@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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