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편적인 때론 독특한, 세상의 이름 모음

“김 수한무 거북이와두루미 삼천갑자동방삭 치치카포 사리사리센타 워리워리 세브리캉~”
시크릿가든에서 현빈이 열심히 외우던 이름을 기억하는가? 무려 64자에 달하는 이 이름은 어디까지나 동화책 속에 나오는 이야기일 뿐 실제가 아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이름은 따로 있다. 바로 박 하늘별님구름햇님보다사랑스러우리(29)씨의 이름이다. 이름이 너무 긴 탓에 여권에는 ‘박하우리’라고만 올라가있다. 그러나 박씨를 끝으로 더 이상 긴 이름은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10자가 넘으면 불편함이 많다고 해 지난 1993년 이후로 법규가 개정돼 성을 제외한 이름이 5자 이내로 제한됐기 때문이다.
 17자씩이나 되지 않아도 충분히 눈길을 끄는 이름은 많다. 기자의 이름(장미)만 보더라도 그렇다. 기자 이름도 기사 주제에 맞췄냐며 의문을 가진 사람도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름이 두 글자에요?’, ‘한글이름이에요?’, ‘동생 이름은 뭐에요?’ 기자에게는 익숙하지만 평범한 이름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낯설기만 한 질문들. 그러나 이 같은 질문을 하도 많이 받아서 이젠 웃음이 나는 사람들이 세상에 더 있다. 독특한 이름 덕분에 한번 들으면 기억에 쏙쏙 남을 그들을 함께 만나보자.

 너, 이름이 뭐니~?

 인터넷 카페의 정회원이 되기 위해서는 댓글 10개, 출석 10회, 게시글 1회 등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시켜야만 한다. 그러나 회원 가입을 하자마자 정회원이 되는 사람도 있다. 바로 정회원(21)씨이다. 그의 이름은 會[모일 회], 元[으뜸 원]. 회자 돌림 집안의 자손으로 할아버지께서 직접 지어주신 이름이다. 그는 “초등학교 때는 친구들이 ‘너, 동생은 준회원이고 아버지는 우수회원이시니? 혹시 할아버지는 특별회원?’ 이라며 짓궂은 장난을 치곤했다”고 에피소드를 전했다.
 듣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이름도 있다. 한 글자 한 글자 써나가는 손편지처럼 소중하게 지은 정성이 드러나는 이름 ‘편지함’. 부산에 사는 편지함(21)씨의 이름은 片[조각 편] 知[지혜 지] 咸 [다 함]이라는 한자로 지혜를 모두 보듬는다는 아름다운 뜻을 가지고 있다. 편씨는 “아버지께서 장난스럽게 편지통이라고 지으려다가 어머니가 말리셔서 편지함으로 지었다고 우스갯소리로 말씀하신다”며 특이한 이름을 갖게 된 계기를 전했다. 그는 “한 번 들으면 절대 잊지 못하는 이름 덕분에 행복하다”며 “미래의 자녀에게도 특별한 이름을 지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특이한 이름 덕에 이름을 몇 번씩이나 되묻는 사람들에게 ‘방글방글’ 웃으며 대답하는 방글(교육·10)씨. 순수 한글 이름인 ‘방글’의 의미는 우리가 아는 그 뜻이 맞다. 입을 조금 벌리고 소리 없이 자꾸 귀엽고 보드랍게 웃는 모양이라는 ‘방글방글’에서 지어진 이름이다. ‘센스 있는’ 그녀의 부모님은 아들이면 ‘귀’, 딸이면 ‘글’이라고 지으려고 했다고 우스갯소리로 말한다. 딸로 태어나줘서 정말 고맙다는 말과 함께. 그런데 쉽게 기억되는 이름이라고 해서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니다. 재수강을 하는 수업에 들어가서는 재수강인 것을 들키지(!)않은 적이 없고, 임의로 출석을 불러 출결을 확인하는 ‘랜덤 출석확인’ 수업에서는 매번 이름이 불려서 운을 믿고 수업을 빠지는 친구들과는 달리 본의 아니게 성실하게 출석해야만 한다. 방씨는 “웃지 못할 에피소드를 겪기도 하지만, 이름이 일상생활과 가치관에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며 ‘방글’이라는 이름이 잘 어울리는 미소와 함께 말했다.

과거에도, 해외에도 존재해

 촌스러운 이름, 뚱뚱한 외모에도 전문 파티시에로 당당히 살아가는 30대 노처녀 김삼순의 삶과 사랑을 경쾌하게 그린 ‘내 이름의 김삼순’. 사실 삼순이라는 이름은 셋째 딸을 의미하는 ‘삼순(三順)’으로 과거 딸 부잣집에서 많이 쓰였다고 한다. 한편 이복규(서경대․국문) 교수의「한국인의 이름에 대하여」라는 논문에 따르면 ‘痛忿(분해)’, ‘西元(서운)’같은 이름이 여자 이름으로 쓰이기도 했다. 아들을 선호하던 과거에 아들을 낳기를 바랐던 부모가 딸을 낳아서 가지는 실망감을 여과 없이 드러낸 경우다.
 외국에도 특별한 이름들이 많이 있다. 아이폰으로 유명한 애플 사의 전 세계적인 인기에 힘입어 미국에서는 ‘애플’이라는 이름을 가진 아기들이 증가하고 있다. 미국 신생아 전문 웹사이트 ‘베이비센터’에 따르면 자녀들에게 ‘애플’이라는 이름을 지어주는 부모는 지난해 대비 15%가량 늘었다고 한다. 또한 남자아이의 경우 ‘맥’, 여자의 경우 ‘시리’라는 이름도 인기를 끌었다. 이처럼 세계적인 유명 브랜드의 이름을 따 아이 이름을 짓는 경우가 늘고 있다. 아기이름에 화장품회사인 ‘로레알’, 자동차 회사인 ‘셰보레’, 고급 의류업체인 ‘알마니’ 등이라니! 우리나라로 치면 김삼성, 박현대쯤 되겠다. 미국의 클리브랜드 에반스(네브라스카주 벨레뷰대․심리) 교수는 지난 25년간 아기 이름들을 비교 조사한 결과 유명 브랜드의 이름이 인기를 끄는 것은 아이들이 무언가 색다르게 보이게 하고 싶은 부모들의 바람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그밖에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익숙한 식품회사인 ‘델몬트’를 이름으로 가진 소년들도 있다. ‘캐논’이라는 이름을 가진 49명의 소년들은 C사 카메라만 쓴다는 우스갯 소리는 제법 그럴듯하다. 최근 미시간과 텍사스에서 각각 태어난 두 남자 아기의 이름은 스포츠 TV 채널명을 본딴 ‘ESPN’이 되기도 했다.

그의 이름을 불러 꽃이 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는 한 시의 구절처럼 하나의 몸짓을 꽃으로 만드는 이름. 평생 살면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이 바로 자신의 이름이다. 매일 듣고 매일 부르는 이름. 특별하든 평범하든 저마다 각자의 향기를 내뿜는 개성 있는 꽃이 될 수 있도록 사랑을 담아 불러보는 것은 어떨까.



장미 기자
mmmi08@yo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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