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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in 사전] 성화 화가 강지웅을 만나다
  • 오도영 기자
  • 승인 2013.03.23 20:31
  • 호수 1
  • 댓글 0

Irony: [|aɪrəni] 역설적인 점(상황) 혹은 반어법을 이르는 말
비(非)기독교인을 위해 성경의 이야기를 그리고, ‘성(聖)스러운 그림’인 성화를 괴기스럽게 그리는 성화 화가 강지웅을 뜻한다.


‘성화’의 사전적 의미는 성경에 나오는 이야기를 표현한 그림이다. 성스러운 그림이라는 뜻도 있다. 우리가 많이 봐온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 같은 천재 화가의 대표작도 성화인 것처럼, 예수가 그려진 성화는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기에 꽤나 익숙하다. 그리고 우리는 예수를 믿는 것과 상관없이 암묵적으로 동의하는 것이 있다. 바로 ‘성화는 경건하다’는 것.
그러나 이 성화의 기본 공식을 깬 사람이 있다. 그림 속 인물들이 아주 탐욕스러운 표정을 하고 있어 쳐다보고 있노라면 그 괴기스러운 형상에 인상이 찌푸려질 정도의 성화를 그리는 대한민국 대표 성화작가 강지웅이다. 요즘 ‘메시아기억상실증’이라는 주제로 전시를 열고 있는 그를 만나봤다.

Q. 본인이 생각하는 ‘성화’는 무엇인가?
- 예전에는 글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아 성경의 이야기를 그림으로 그려 설명했는데, 이것이 성화의 기원이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성경을 읽을 수 있는 요즘 성경을 그대로 전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성경적 메시지를 현실에 맞게 해석해 현대인들이 생각해 볼 수 있게 하는 것이 내가 생각하는 성화다.

Q. 다른 장르도 많은데 성화를 고집하는 이유가 있나?
- 나의 메시지를 표현하는 과정에서 어떤 이미지를 차용할까 고민하다가 어릴 때부터 익숙했던 성경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내가 잘 알고 있는 이미지를 메시지에 결합한다면 전달력이 더 클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대신 기존의 성화를 그대로 답습하는 것이 아니라 창작을 통해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었다. 원래는 디자인을 전공했으나 성화를 그리고 싶어 다시 서양화를 전공했고, 현재는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Q. 성스러운 느낌이 강한 기존의 성화와 달리 상당히 괴기스럽다. 이렇게 그리게 된 계기가 있나?
- 사실 시발점은 나에 대한 자각이다. 성화를 그리기 전에 종교적인 신념과 신앙에 대해 깊은 고민을 했는데, 내 자신이 부끄러운 죄인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그리고 나의 모습은 메시아*를 기억하지 못하는 많은 현대인들에게도 해당된다고 생각했다. 나와 그들을 비판하고 반성하기 위해서 성화의 이미지에 우리가 투영되는 인물을 넣고자 했고, 이를 발전시켜 인물을 캐리커쳐로 풍자했다. 그러나 욕심 가득한 표정의 주변 인물들과는 달리 그림 중앙에 있는 예수는 여전히 인자한 아름다움을 풍기고 있다. 선명한 대비를 통해 반성과 성찰이라는 그림의 의도를 더욱 강조하기 위함이다.

Q. 성화임에도 불구하고 그림의 독자를 기독교인이 아니라 비기독교인으로 삼았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 내 성화의 메시지는 ‘메시아를 기억하지 못하는 인간의 어리석음’으로 일관된다. 이때 메시아는 예수 그리스도만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초월자, 즉 ‘신’을 기억하고 있다. 여기서 ‘신’이란 자신이 절대적으로 생각하는 가치라면 모두 해당된다. 어떤 종교를 믿는지가 아니라 ‘신앙을 가지고 있느냐 없느냐’ 즉, 자신의 절대적인 가치를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때문에 특정한 종교적 의식을 하고 있는지의 여부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 다만 성화가 각자 가지고 있는 절대자에 대해 생각해보는 매개체로서 작용하기를 바랄뿐이다. 그래서 전시를 굳이 교회가 아닌 일반적인 미술이 대중과 소통하는 외부에서 계속 해왔던 것이다.

Q. 현대인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 저번 개인전 주제가 ‘스마풀’이었다. 현대인을 나타내는 단어를 생각하다가 smart와 foolish를 합쳐 스마풀이라는 단어를 만들었다. 현대인은 발달된 문명에서 똑똑하게 사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매우 어리석다. 메시아는 인류에게 변함없이 진리를 말하고 있지만, 문명이 발달할수록 사람들은 다른 진리를 찾으려고 발버둥 치고 있는 것이다. 진리는 이미 존재하는데, 과학이라는 잣대를 절대적으로 신뢰하고 그것으로 모든 것을 평가하려고 하는 아둔한 모습이 바로 현대인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에는 과학 너머의 절대적 진리가 있다.

Q. 이번 전시에서 가장 대표적인 작품은 무엇인가?
- ‘메시아를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그림’이다. 그림은 예수를 팔아넘기는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 그림에서의 예수는 성경 속 모습이지만 그 외 인물들은 현대인들이다. 사람들은 과거와 현재를 구분하고, 과거와 달리 현재는 더 나아졌다고 믿는다. 그러나 욕심을 위해 정신적 가치와 자기의 의를 저버리는 것은 여전히 다를 것이 없다.
Q. 모든 그림이 다 크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 사람들이 그림을 봤을 때 작품 자체에 몰입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판매’를 위해 유통이 편리한 소품형식의 작품을 하면 많은 부분을 섬세하게 보여줄 수가 없다. 완성하는 기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큰 이미지를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 100호** 사이즈를 기본으로 하기 때문에 작품이 아주 많은 편은 아니다.

Q.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 일관된 그림의 주제를 계속해서 그릴 것이다. 표현 양식은 변할 수 있겠지만, 나타내고자 하는 원래 주제는 변하지 않을 것이다. 그림을 그리면서 신앙적인 발전도 계속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성화를 통해 이름을 드높이고 싶은 욕심은 없다. 나 스스로가 영향력이 있어서 많은 사람들에게 메시지가 전달될 수 있다면 좋겠지만, 돈을 많이 벌거나 명예를 얻는 것을 목표로 삼아본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내 그림을 전시할 수 있고 사람들의 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성화는 분명 성경의 그림이다. 그러나 화가 강지웅은 자신의 성화가 비단 기독교인만을 위한 것이 아님을 강조한다. 성화 속에 등장하는 예수는 그저 이미지일 뿐, 이것의 진짜 의미는 개인이 가지고 있는 ‘절대적 초월자’, 즉 자신만의 메시아다. 그를 대하는 자신의 모습에서 순수함을 잃어버리지는 않았는지, 이기적이고 탐욕스럽게 살아가고 있지는 않은지 한 번 쯤 성찰해보라고 얘기하고 있을 뿐이다.
인도의 타지마할, 터키의 성 소피아 대성당은 종교적 목적으로 만들어졌지만 그 자체로 훌륭한 예술적 아름다움을 가진다. ‘성화는 교회 다니는 사람을 위한 것’이라는 색안경을 벗어본다면, 그 너머에 있는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메시아: 성서에서 구주(救主) ·구세주(救世主)를 가리키는 말.
**100호: 가로 130cm 세로 166cm 사이즈의 캔버스

오도영 기자
doyoungs92@yonsei.ac.kr

오도영 기자  doyoungs92@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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