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춘추 미디어국 시나경 부장

벌써 4학기째 춘추의 노예, ‘춘노’로 살고 있다. 이쯤 되니 내 이름이 찍힌 기자 명함을 처음 받아들었을 때의 열정은 다 증발해버리고 그 자리에는 매너리즘만 남았었다. 그런 나를 불러놓고 편집국장이 말했다. “춘추 속에 끼워서 나가는 매거진을 만들어 보는 건 어때?” 매거진이 끓는 물에 면 넣고 스프 넣어 3분 만에 뚝딱 만들 수 있는 라면도 아니고…. 하던 일도  지겨움에 치를 떨면서 꾸역꾸역 겨우 하던 사람한테 매거진 창간이라니! 난 못 해, 절대 못 해. 라고 생각만 하고 말하지 못했다. 편집국장의 야심찬 얼굴에 찬물을 끼얹을 만한 배짱이 없었다. 그래서 결국 ‘덜컥’ 매거진 창간을 맡게 됐다.
매거진 컨셉, 제호부터 세부 기사까지 천지창조를 하는 기분으로 모두 고민하고 결정해야 했다.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한다는 생각에 세세한 것 하나도 쉽게 정하지 못했다. 그런데 그 과정이 힘들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의외로 재미있었다. ‘재미’있는 매거진을 만들기 위해 매일같이 기자들과 머리를 맞대고 ‘재미’있는 이야기만 하다 보니 억지로 떠맡은 매거진에 어느새 재미가 붙고 열정이 생겼다. 이왕 할 거, 잘 하고 싶어졌다. 재미있고 생동감 넘치는 매거진을 만들고 싶어졌다. 생각이 바뀌니 지긋지긋하던 편집국이 즐거운 일터로 바뀌고 어둡게만 보이던 새 학기에도 기대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것이 새로움의 힘인 것 같다. 새로움은 재미를 주고, 일상에 활력을 불어 넣는다. 새롭게 선보이는 『.zip』이 우리에게 그랬던 것처럼, 독자들에게도 재미와 활력을 선사해주리라 믿는다. 얼마 전, 책을 읽다가 멋진 말을 발견했다. ‘모든 경험은 언어를 살찌운다.’ 『.zip』 춘노들이 대신 땀 흘리고 뛰어다니며 얻은 많은 경험들로 독자들의 언어가 포동포동 살찌길 간절히 바라본다.

연세춘추 미디어국 정기현 부장

학내 크고 작은 사안을 매주 취재하고, 학외의 다양한 이슈들 또한 주로 큰 기획으로 다루고 있는 춘추. 78년 동안 발행돼 온 춘추는 다루는 아이템들의 진지함으로 다소 묵직한 분위기를 이어 왔다. 그러다 보니 독자들이 잠시 쉬어갈 자리는 부족했다. 한정된 지면으로 최대한 크고 중요한 주제를 다루려다 보니 ‘재미’를 위한 다소 가벼운 주제들은 아이템 선정에서 밀리는 것이 보통이었다.
연세춘추 1703호에 첫 발행된 매거진 ‘.ZIP’은 부족했던 재미를 채우는 것이 목표다. 1면을 장식하는 사진의 크기와 글의 비중이 보여주듯 ‘.ZIP’은 독자들이 부담 없이 다가오길 원한다. 따라서 주요 독자 대학생들의 주된 관심사인 휴식, 여행, 술 등의 주제를 주로 다룬다. 이에 더해 성고민을 적나라하게 터놓는 기고 꼭지나 대학생이라면 한 번쯤 하고 싶다 생각해보는 버킷리스트 등 우리 나름의 과감함도 여러 꼭지에서 시도해 보았다. ‘.ZIP’의 필자들은 비판하고자 하는 대상이나 목소리를 내야 하는 상황이 재료가 되어 기사를 쓰기 보다는 독자들의 관심이 무얼까에 초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정의하는 재미란 지나치게 가벼운 가십을 추구하는 것은 아니다. 문제의식에 대한 부담은 잠시 내려놓고 관심거리에 대해 비교적 자유로운 형식으로 쓴 글이 우리가 정의하는 재밌는 글이며 이것이 ‘유익한’ 재미가 되도록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다.
그동안 하지 않았던 다양한 시도들을 해보고 있다는 것에부터 매거진에 거는 기대가 크다. 저조한 구독률로 고전하고 있는 춘추에 ‘.ZIP’이 작은 숨통이 되길 바라는 솔직한 마음으로 글을 마친다.

미디어국 부장 시나경, 정기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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