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로운 일요일, 오늘만큼은 발가락으로 TV채널 돌리며 보내고 싶지 않다. 집안에 굴러다니던 시집 한 권을 집어 든다. 모르겠다. 역시 시집은 좀 무리다. 그런 당신을 위해 여기 한 편의 시로 마음을 울리는 두 편의 영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과 『시』를 준비했다. 이 영화들 속에는 주인공들의 삶과 절묘하게 맞닿아있는 두 편의 시가 등장한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영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마지막 장면 속 주인공의 묘비에 새겨진 시 「풀꽃」이다. 여기서 ‘풀꽃’은 극 중 주인공인 엄마 인희를 가리킨다. 풀꽃처럼 늘 곁에 있지만 자세히 봐야 그 아름다움을 알 수 있는 존재가 바로 ‘엄마‘인 것이다.
 주인공 인희는 치매에 걸린 어머니와 의료소송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남편, 철없는 자식들의 뒷바라지를 하며 하루하루 힘겹게 살아간다. 그러던 중 자신이 말기 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런 인희를 위해 남편은 조용한 시골에서 인희의 마지막을 함께한다. 여기서 관객들은 인희의 묘비에 새겨진 「풀꽃」의 화자가 좁게는 남편이자 그녀의 가족들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남편은 평생 고생만 하다가 생을 마감한 아내가 소박하지만 언제나 아름다웠던 존재로 기억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시를 통해 그녀를 위로하는 것이다.
줄거리에서도 알 수 있듯이 사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은 반전이 있거나 특별한 스토리를 담고 있는 영화는 아니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관객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길 수 있었던 이유는 엄마라는 존재에 대한 익숙함과 편안함, 그리고 아름다움이 시 「풀꽃」을 통해 관객들에게 전달되기 때문이다.

“그곳은 어떤가요
얼마나 적막하나요
저녁이면 여전히 노을이지고
숲으로 가는
새들의 노래 소리가 들리나요”

영화 『시』는 주인공 미자가 자작시 「아네스의 노래」를 낭독하는 것으로 막을 내린다. 관객들은 「아네스의 노래」와 마주하면서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슬픔,분노, 기쁨, 안도가 미묘하게 얽힌 복잡한 감정을 경험한다. 시의 내용이 영화의 플롯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영화 속 미자는 손자 때문에 죽음에 이르게 된 여학생을 위로하기 위해 「아네스의 노래」를 써내려간다.
「아네스의 노래」는 실제로 감독이자 각본을 동시에 담당한 이창동 감독이 직접 쓴 것으로 밝혀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창동 감독은 “눈으로 보이는 아름다움이 세상의 전부가 아니고 시의 대상도 아니다. 아름다움 이면에 추함과 공포가 함께 공존한다”고 말했다.
위로가 필요한 당신, 잔잔한 아름다움을 느끼고 싶은 당신, 하지만 시와 점점 멀어져가는 삶을 사는 당신이라면 오늘 시가 있는 영화로 첫걸음을 떼어보는 것은 어떨까.


남채경 기자
skacorud2478@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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