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혈, 꺼져가는 생명의 한줄기 빛

헌혈은 건강한 사람이 혈액 부족으로 인해 생명의 위협을 받는 다른 사람에게 혈액을 기증하는 것이다. 남자의 경우 체중의 8%, 여자는 7% 정도의 혈액을 가지고 있는데 몸속 혈액의 15%는 몸에 이상이 생겼을 경우를 대비하는 역할을 한다. 때문에 전체 혈액 중 약 10%를 채혈하더라도 건강에 아무런 지장이 없다. 인공혈액을 만들기 위한 연구가 꾸준히 진행되고 있으나 혈액을 완벽히 대체할 방법은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따라서 수혈이 필요한 환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은 현재로선 헌혈이 유일하다.

뭐? 피를 사고 팔았다고?

 헌혈에 대한 인식이 확립되기 이전에는 혈관에서 직접 혈액을 뽑아내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심해 매혈(賣血)이 혈액을 얻는 유일한 수단이었다. 생활고에 시달리는 사람들은 생계 수단으로 하루에도 두 세 곳의 혈액원에 가서 피를 팔았다. 무분별한 매혈은 공혈자의 건강을 해쳤고 혈액의 질을 떨어뜨렸다. 결국 지난 1960년대 대학병원 교수와 의대생들을 주축으로 매혈을 지양하고 헌혈을 장려하는 캠페인이 시작됐다. 1981년부터는 정부가 흩어져있던 혈액사업을 대한적십자사에서 단독 관리하도록 했고 90년대 초반에 들어서면서 국제적인 매혈 금지 운동에 힘입어 매혈행위가 마침내 사라졌다.


헌혈, 아직도 무서워?

 헌혈이 제도적으로 정착된 지 30여년이 지났지만 헌혈에 대한 인식은 아직 좋지 않다. 지난 2012년도 1월에 발표된 보건복지부 ‘생명나눔 인식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헌혈 의향이 있는 경우가 40.6%, 헌혈 의향이 없는 경우가 59.4%로 드러났다. 헌혈 의향 이유는 ▲남을 돕는다는 보람과 긍지 때문에(59.9%) ▲헌혈의 필요성을 알고 있기 때문에(58.1%) 등의 순서로 나타났다. 헌혈 비의향 이유로는 ▲헌혈을 할 생각은 있지만 건강상의 이유로 하기가 어려움(40.7%) ▲헌혈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36.4%) ▲헌혈 후 나의 건강이 염려되어서(32.5%)의 순으로 나타났다.

의료인들은 헌혈을 안 한다고?

 한편 정작 의료인들은 헌혈을 하지 않는다는 오해가 헌혈을 꺼리게 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에 대해 신촌 헌혈의집 책임간호사 정수정씨는 “혈액이 부족하면 적십자와 헌혈의집에 근무하는 의사, 간호사들이 가장 먼저 헌혈침대에 눕는다”며 “직원들 중에 헌혈을 50회 이상한 후 금장 훈장을 받은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특히 신촌연대앞 헌혈의집 책임간호사 임경란씨는 “저도 지금까지 딱 60회 헌혈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헌혈을 650회 이상하신 분도 건강하게 생활하고 계신다”며 건강한 성인의 헌혈은 전혀 건강상의 문제가 없다는 사실을 밝혔다.

피장사하는 적십자?
오해하지 마세요!

 적십자가 피장사를 한다? 이는 병원에서 수혈을 받은 후 납부하는 부담금 때문에 생긴 오해다. 이에 대해 정씨는 “수혈을 받은 환자가 헌혈증서를 제시하면 혈액 비용은 전액 면제된다”며 “다만 병원에서 수혈을 할 때 사용된 키트 등의 비용을 부담하는 것 때문에 헌혈받은 혈액을 병원에 값비싸게 파는 것은 아니냐는 오해가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혈액사업은 필수공익사업으로 보건복지부의 관리감독을 받으며 이익을 추구하지 못하도록 법에 명시돼 있다. 또한 헌혈은 적십자 혈액관리본부 외에 한마음 혈액원과 의료기관에서도 가능한데 혈액관리법에 혈액수가가 정해져 있어 영리를 추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환자의 생명을 살릴 수 있어요!

 지난 22일 신촌연대앞 헌혈의집에서 136회째 헌혈을 한 이건희 동문(보건행정·93)은 가족이 수술 중에 혈액이 부족해서 한 헌혈을 계기로 꾸준히 헌혈을 하고 있다. 이 동문은 “혈소판 헌혈은 소요시간이 1시간으로 10분이 걸리는 전혈 헌혈, 30분이 걸리는 혈장 헌혈보다 시간이 많이 걸리지만 백혈병, 패혈증 환자에게 더 큰 도움을 줄 수 있다”며 “주변 지인들에게도 헌혈을 권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헌혈이 위험하다고들 생각하는데 사전에 문진과 혈액 검사를 하기 때문에 컨디션이 좋을 때 하는 헌혈은 건강에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어려서부터 헌혈왕을 꿈꿨던 김유석(전기전자·06)씨는 지난 22일 62회째 헌혈을 했다. 김씨는 “친지, 선후배들의 가족에게 수혈이 필요할 때 헌혈증서로 도움을 줬을 때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헌혈 후 후유증에 대해서 김씨는 “잠시 피곤한 감이 있지만 금세 몸이 정상으로 돌아오기 때문에 친구들에게도 좋은 일을 함께하자며 자주 권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동인구는 많은데
헌혈하는 사람은 없어

 한편 증가하는 혈액 사용량에 비해 헌혈자 수는 줄어들어 혈액 수급이 어려운 현실이다. 현재 수혈용 혈액 보유량은 1~3일분으로 의료기관의 혈액 수요를 겨우 충족시키고 있다. 우리대학교 신촌캠 주변에 위치한 신촌 헌혈의집과 신촌연대앞 헌혈의집도 2013년도 3월 일평균 헌혈자수가 지난해보다 각각 8명, 10명 줄었다고 한다. 임씨는 “명물거리와 신촌역 상권이 전에 비해 위축된 것이 헌혈자 감소와 연관이 있는 것 같다”며 “아트레온이 문을 닫으면서 데이트 코스로 방문하는 연인들이 많이 줄어든 것도 원인이다”라고 덧붙였다. 신촌 지역 유동인구가 15만여 명인 데 반해 하루 헌혈자가 35~40명에 그치는 것은 헌혈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으로 인해 참여 자체가 저조한 것으로 보인다.
 


금과 은은 없어도
젊은 피 내게 있노라

 헌혈에 대한 근거 없는 오해로 인해 헌혈을 꺼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핀란드 공중보건연구소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헌혈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심장마비에 걸릴 확률이 80%나 낮다. 헌혈은 소중한 내 혈액으로 힘든 투병생활을 하고 있는 환자들에게 생명의 선물을 줄 수 있는 기쁘고 즐거운 경험이다. 소중한 생명 나눔의 실천, 헌혈이 그 시작이다.
 

손성배 기자
89sungbae@yonsei.ac.kr
그림 김진목
자료제공 대한적십자사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