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라이즈(Social+Enterprise)]

대학이 취업을 향한 관문 정도로 여겨지는 요즘이다. 하지만 자신의 능력과 젊음의 열정을 한껏 발휘해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역할을 하는 대학생들도 있다. ‘소프라이즈’에서는 이들 중 사회적 기업을 통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자신의 꿈을 이뤄가는 젊은 기업가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그 출발은 소셜벤처 ‘빌리지’. 스타트 업 단계에 있는 빌리지(www.billiji.com)를 통해 창업이 진행되는 과정 속 그들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보여주고자 한다.
지난 2012년 3월 사회적 기업에 관한 전문가를 양성해내는 ‘소시지 팩토리’ 5기로 만난 카이스트 경영대 권혜진(사회적기업MBA‧13), 고려대 임정헌(경영‧07), 고려대 정준성(경영‧08) 세 사람이 창업한 빌리지는 공유를 통해 자원의 순환, 공동체의 회복을 꿈꾸는 소셜벤처다. 5월 사회적기업진흥원에서 주관한 ‘청년 등 사회적기업가 육성 사업’에 선정돼 ‘어떻게 하면 환경과 사람이 함께 지속가능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으로 시작한 빌리지는 물건을 빌리고 빌려주는 플랫폼을 제공한다. 무엇보다 ‘물건을 사용하기 위해선 꼭 구입해야만 한다’는 인식을 벗어나 ‘공유로 행복해지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빌리지의 비전이다.
취업과는 달리 창업과정에서는 모델을 정하는 것부터 구체화시키는 것, 이 모든 것들이 전적으로 그들의 손에 맡겨졌다. 빌리지도 처음 모델을 정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고 하나로 모이는 과정이 있었다. 처음부터 이러한 모델이 정해진 채 시작된 것은 아니다. 처음에는 각기 다른 관심사를 갖고 있었다. 권씨는 환경, 정씨는 공동체, 임씨는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중요하게 여겼다. 그렇게 논의가 계속되던 중 이들은 『위 제너레이션』이라는 책을 통해 이 모든 것을 포괄할 수 있는 공유경제, 협력적 소비라는 개념을 접했다.
취미 삼아 배워보고 싶은 제빵. 그렇다고 도구들을 다 사려면 금전적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봄에 꽃이 만개한 공원에서 자전거를 타고 달려보고 싶지만 한두 번 타려고 자전거를 사는 것은 사치인 것 같다. ‘필요할 때만 빌려 쓰면 어떨까?’ 이런 생각과 요구들이 모여 생겨난 개념이 ‘공유경제’(sharing economy)다. 그렇게 세 청년사업가는 공유경제를 기반으로 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짜기 시작했다. 정씨는 “잠들어있던 안 쓰는 물건을 되살려 환경,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이후에 다양한 물건을 공유하는 빌리지가 되기까지에도 많은 논의가 거듭됐다. 처음에는 팀 내에서도 의견이 분분했다. 유아동복의 키플, 빈 방의 코자자와 같이 특정한 아이템을 설정해 그 분야에 해당하는 것을 공유하는 것에 집중하자는 의견도 있던 반면 이들이 추구하는 것이 ‘공유가 소비 못지않게 당연한 삶의 선택이 되게 하는 것’인 만큼 처음부터 특정 아이템이 아닌 모든 물건을 공유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며칠간의 논의 끝에 물건에 제한을 두지 말고 지역적으로 가까운 사람들끼리 공유하게 하면서 지역사회/공동체 내에서의 공유를 활성화 시키는 것을 사업의 첫 방향으로 삼았다. 사업 이름 역시 그 일환에서 ‘빌리다’, ‘빌려주다’, ‘village’를 합쳐 빌리지(billiji)로 짓게 됐다.
빌리지는 시작 단계에 있는 만큼 이용자를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다. 하지만 모두가 학업을 병행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해 일단 팀원들이 재학 중인 고려대와 카이스트 경영대로 지역을 한정시켜 사업을 시작하려고 한다. 포스터를 붙이고 각 학교 학생회와의 연계를 통해 학생들이 필요로 하는 물건에 대한 수요조사와 물품 확보를 계획하고 있다. 또한 많은 이들이 참여할 수 있는 물품을 공유하는 활동을 준비할 예정인데, 일단 지금 계획되고 있는 것은 ‘각 학교 내 예비군복 빌려 입기’다.
빌리지는 공유를 통해 환경뿐 아니라 우리 사회의 공동체 회복을 이루고자 한다. 빌리지는 지역을 기반으로 물건을 공유한다. 빌리고 빌려주기 위해 만나는 사람들 간의 소통은 지역 공동체의 회복에 일조할 수 있다. 또한 미소금융중앙재단(아래 재단)과의 협력을 통해 지역상권 활성화를 이루고자 한다. 활발한 공유가 행해지는 지역 및 빌리지가 선정한 지역을 재단에 알리면 재단은 해당 지역 내 소상공인들 중 홍보를 희망하는 사람을 선정하고, 빌리지는 선정된 업주들을 만나 빌리지 웹사이트를 통한 홍보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방식이다.
창업하는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도 있었다. 임씨는 “학점, 자격증 등 스펙을 쌓고 정해진 길을 걷고 있는 친구들을 보며 남들과 다른 길을 가고 있는 내 모습이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인지 계속 되묻게 됐다”고 말했다. 정씨는 “‘대학생 창업? 이들 역시 얼마 안 가서 그만 두겠지’라는 시선을 느끼고 자존감에 상처를 입은 적도 있었다”고 말하며 창업과정을 회상했다. 하지만 그들의 열정을 막을 수는 없었다. 임씨는 “도전하는 것을 좋아해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학교에서 배우는 것과는 다른 현실적인 배움을 얻을 수도 있다. 정씨는 “창업은 스스로 하나하나 꼼꼼하게 살펴야 하기 때문에 문제해결능력 등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
개인적인 어려움 외에도 제도적 차원의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 경험이 부족한 청년들이 창업을 하는 과정에서 꼼꼼하게 세무관련 업무를 챙기는 것이 쉽지 않다. 또한 스타트 업 단계에서는 세무서비스 이용료로 10만원 이상의 돈을 쓰는 것도 큰 부담으로 작용하기에 직접 서류를 준비하는 경우가 잦다고 한다. 정씨는 “창업 초기 가뜩이나 해결해야 할 숙제가 많은데 익숙하지 않은 세무업무를 보다보면 며칠을 허공에 날리는 경우도 다반사”라면서 “이런 비용을 어느 정도 지원해줄 수 있는 간단한 지원사업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사회는 대학생들의 깨어있는 아이디어와 도전정신을 필요로 한다. 정씨는 “아직도 열정이 있는 다양한 분야의 일손이 필요하다. 뜻이 있는 학생들이 장기적인 계획으로 활동해 제 2, 3의 빌리지가 나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공유를 통해 환경을 보호하고, 경제적 효율성을 증대시키며 이웃 간에 소통하는 세상을 만들려는 빌리지. 이들의 작은 시작이 우리 사회에 일으킬 커다란 파장을 기대한다.

 

김광연 기자
sweetkky27@yonsei.ac.kr
자료제공 빌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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