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대학교는 크고 작은 논란의 연속이었다. 신입생 국제캠 RC제도 문제에서부터 재수강 제도 폐지 논란 국제캠에서의 계절학기 올해 등록금 결정에 이르기까지 학교 측의 일방적인 정책 결정 통보들과 이에 대응하는 학생들의 움직임에 백양로는 조용할 날이 없었다. 매번 되풀이되는 학교와 학생 간의 갈등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참된 학내 민주주의가 전제돼야한다는 목소리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현재 우리대학교에서는 민주주의가 제대로 구현되고 있을까. 학내 민주주의를 학생들의 의견 전달 창구의 유무와 현존하는 체제의 민주적 절차 제고 학내민주주의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도 측면에서 살펴봤다.

 

학교의 주요 정책 결정에 학생들의 의견을 전달할 수 있는 강력한 창구로는 대학평의원회(아래 대평)와 학생총회를 들 수 있다.

대평은 학생과 교원, 직원 등 학내 각 구성원이 모여 학교 주요 사안에 대해 논의하는 대학 내 최고 심의기구로 학내 민주주의의 꽃이라 불린다. 지난 2005년에 개정된 사립학교법에 따라 사립 대학교들은 대평을 의무적으로 설립하게 됐다. 이에 우리대학교 정관도 지난 2008년 대평 설치 및 구성을 규정하는 조항을 신설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우리대학교에서 대평이 설립된 적은 없다.

대평의 구성 및 기능

구성

<학교법인 연세대학교 정관 제73절 제96조의 6>

대학평의원회는... 각 구성단위의 정원은 다음 각 호와 같다.

1. 교원 6

2. 직원 3

3. 학생 3

4. 동문 3

5. 대학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자 2

기능

<사립학교법 제262>

대학교육기관에 다음 각 호의 사항을 심의하게 하기 위하여 대학평의원회를 둔다.

1.대학의 발전계획에 관한 사항

2.학칙의 제정 또는 개정에 관한 사항

.....

5.개방이사추천위원회의 위원의 추천에 관한 사항

.....

대평이 학내 민주주의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가장 큰 이유는 학내 주요 구성원들이 학교 측과 함께 학교 주요 정책을 심의할 수 있으며 산하 기구로 *개방이사 추천위원회를 둘 수 있는 데에 있다. 위의 표에서 볼 수 있듯이 대평은 학내 여러 구성원들이 대학 운영에 관한 사항을 심의할 수 있는 기능을 한다. 또한 우리대학교 이사회 임원 12명 중 3(개방이사)의 후보를 정할 수 있는 추천위원회를 구성하기 때문에 이사회 구성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대평 설립의 필요성은 이미 오래전부터 제기돼왔다. 대평을 요구하는 학생들의 움직임도 계속돼왔다. 지난 2007년에는 대평 설치를 위해 아고라라는 단체가 만들어졌으며 44대 총학생회(아래 총학)가 주최한 민주적인 대학평의원회 설치를 위한 연세인 선언의 날행사에 100여명의 학생들이 참여하기도 했다. 2012년에는 49대 총학이 주체가 돼 대평 설립 운동을 위한 학생단체 세움단을 구성하고 학생들에게 대평의 의미와 필요성에 대해 홍보하는 활동을 펼쳤다. 총학 선거 기간 선본들의 공약 중 대평 설립에 관련된 조항은 항상 포함되기도 한다.

교수 사회에서도 대평 설립의 요구는 꾸준히 제기됐다. 16**교수평의회(아래 교평) 의장 양혁승 교수(경영대·매니지먼트)대평 설립의 필요성은 이미 14대 교평 때부터 결정돼온 사항이라며 그동안 총장과 이사회에게 공식적인 문서나 면담을 통해 대평을 설립할 것을 꾸준히 요구했다고 말했다.

 

8년째 미루고 있는 대학평의원회 설립, 무엇이 문제?

 

그러나 이러한 활동에도 불구하고 학교 측에서는 대평과 관련된 공식적인 의견을 내놓지 않았다. 대평이 설립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사회의 개방이사 3인은 계속해서 공석인 상태다. 양 교수는 현재 총장과 이사회는 대평 설립 사항을 서로 미루고 있다고 밝혔다. 양 교수는 총장은 이사회에서 개방이사 선임 자체에 대해 부담스러워하고 있기 때문에 본인 마음대로 대평을 설립하기 어렵다고 말하고 이사회에서는 대평을 구성하는 권한은 총장에게 있다며 대평 설립 요구에 제대로 응답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대평 설립을 중심에 두고 총장과 이사회 간에 무의미한 책임 전가만 이뤄진 것이다.

대평에 대한 일반 학생들의 관심이 적다는 점도 대평 설립이 원활하게 추진되지 않은 이유 중 하나이다. 세움단 단장이었던 안자올(실내디자인·08)씨는 대평 설립 운동을 할 때 가장 큰 문제는 학생들이 관련 사항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는 것이라며 세움단에서도 학교 측에 공식적으로 대평 설립을 요구하기 이전에 해당 요구의 설득력을 높이기 위해 대평의 학내 이슈화에 활동 우선순위를 뒀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학생들이 대평에 관련해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다.

대평 설립에 관해 법적 조항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교육과학기술부(아래 교과부)에서 관련 사항을 제대로 감시감독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현재 사립 대학교 중 대평을 설립하지 않은 사립 대학교에는 우리대학교를 비롯해 고려대 성균관대 이화여대 등 총 11개의 대학교(20128월 말 기준)가 해당된다. 대평 설립이 법적으로 의무화돼 있어 이들은 법을 위반한 셈이 되지만 교과부에서는 아무런 조치 사항을 취하지 않았다. 양 교수는 서울 주요 사립 대학들이 일종의 담합 형식으로 대평을 설립하고 있지 않으나 이를 감독해야 할 교과부는 일종의 직무 유기를 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양 교수는 이사회 자리에 공석이 생기면 일정한 기간 내에 선임을 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대학교의 개방이사 자리는 여전히 공석이며 교과부에서는 이를 눈감아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평 설립 운동, 앞으로 어떻게 진행되나

 

이에 관련해 교수평의회는 오는 3월 안에 교과부에 대평 설립을 제대로 감독할 것을 촉구하는 공문을 보낼 예정이다. 양 교수는 지난 2월에도 총장 면담을 신청해 대평 구성 협의체를 준비하자고 건의했으나 돌아오는 대답은 이전과 다를 바가 없었다그동안 학내 문제를 교외 이슈화시키지 않고자 내부 차원에서 노력했으나 결국 총장과 이사회 모두 대평 설립 의지가 없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학생회에서는 대평 설립의 요구와 관련해 구체적인 계획이 아직 없다. 50대 총학생회장 고은천(토목·10)씨는 교직원 노조, 타 총학과 연계해서 대평 설립에 대한 법제화를 강력히 요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으나 아직 대평 추진에 있어서는 논의된 바가 없다고 덧붙였다. 49대 총학의 경우 지난 20126월 이후에야 대평 설립 운동을 시작했기 때문에 기말고사 이전까지 2주 정도만 활동해 아쉬움을 남긴 바 있다.

대평이 가지는 한계점도 지적된다. 대평이 설립된다 하더라도 교내 중요 정책을 결정할 때 학생들의 영향력이 보장되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대학교에서 규정한 대평 구성 비율을 살펴보면 임원 총 17명 중 학생은 3명으로 5분의 1의 비율에 못 미친다. 또한 대평은 학교 정책과 관련해 심의하는 기구일 뿐 관련 정책을 결정하는 의결기구가 아니기 때문에 구성원들에게 의결권이 주어지지 않는다. 안씨는 실제로 대평이 존재하는 타 대학 중 대평이 제대로 운영되는 곳은 별로 없다고 밝혔다. 서울대의 경우 대평이 존재하나 총 50명 임원 중 교원이 47, 직원이 3명으로 학생이 아예 참여하지 못하기도 한다.

 

학생총회, 대평의 한계점을 보완할 수 있는 또 다른 창구

 

이러한 대평의 한계점을 보완할 수 있는 또 다른 민주적 의사결정 장치로는 학생총회를 들 수 있다. 학생총회는 학생회 내 의사결정기구 중 최고 수준의 의결기구이며 본회에서 의결된 사항은 학생 전체의 의견을 대표하는 효력을 갖는다. 학생총회 소집 규정은 각 대학별로 상이하다. 우리대학교 신촌캠의 경우 확대운영위원회의 2분의 1 중앙운영위원회의 3분의 2 우리대학교 신촌캠의 모든 학생 수의 10분의 1이상과 총학생회장의 요구가 있을 때 학생총회가 열릴 수 있다.

학생총회에서 의결된 사항은 전체 학생의 의견을 대표한다는 상징성이 있으나 우리대학교 총 재적학생의 10분의 12500여명 이상이 모여야 하기 때문에 성사되기 어렵다. 실제로 지난 2006년 학교 측의 등록금 12% 인상안을 반대하고자 열렸던 학생총회 이후로는 학생총회가 개최된 바가 없다. 그러나 단과대에 한정돼 개최된 적은 있다. 201161일 사과대에서는 사과대 신입생을 국제캠에서 교육시키겠다는 학교 측의 독단적인 결정에 반대해 학생총회를 열었다. 당시 사과대 전체 학생 수 1775명 중 309명이 참가해 학생총회가 개최됐다. 학생총회에서 독단적인 사과대 신입생 국제캠 이전 반대건은 의결 정족 수 233명 중 230명이 찬성했고 결국 이로부터 2주 후 학교 측에서는 사과대 국제캠 이전 유보를 결정했다.

타 대학의 경우 최근 학생총회가 성사된 사례가 많다. 지난 2011년 서울대는 법인화를 반대하는 학생총회에 총 1580명의 학생들이 참여해 학생총회가 성사된 바 있으며 고려대는 등록금과 청소노동자문제로 학생총회가 개최됐다. 이밖에도 경희대 이화여대 서강대 카이스트 한국외대 등 여러 대학교들이 최근 2년간 학생총회를 성사시켰다.

 

학내 민주주의 구현을 위해서는 대평 설립, 학생총회 성사와 같은 제도의 고착화도 필요하지만 현존하는 비민주적인 의사결정체제를 개선하는 것 또한 필수적이다. 우리대학교의 주요 의사결정체제 중 민주적인 절차가 부족한 대표적인 것에는 총장선거 등록금심의위원회(아래 등심위) 학칙 개정이 있다.

 

총장선거, 절대 다수인 학생 참여 부족해

 

총장선거 방식은 크게 임명제, 간선제, 직선제로 나뉜다. 임명제는 재단이 직접 총장을 지명하는 것이며 간선제는 총장후보추천위원회(아래 총추위)에서 추천한 후보 중 한명을 재단이사회가 선임하는 방식이다. 직선제는 선거인단의 투표를 거치는 것으로 대부분 교수와 교직원으로 투표 권한이 한정돼있다.

현재 대다수의 사립대들은 총장 간선제를 택하고 있다. 직선제는 교수 간 파벌 형성과 과도한 선거 유세 비용 지출 등으로 선거 과열 양상을 띨 수 있다는 비판 때문이다. 국립대의 경우 지난 2011년까지는 대부분 총장 직선제를 택하고 있었으나 교과부의 총장 직선제 폐지 요구로 전국 38개 국립대학이 직선제 폐지 수순을 밟고 있다. 교과부는 20111월말 확정한 ‘2단계 국립대학 선진화 방안을 통해 직선제 유지 시에 재정적 불이익을 줄 것이라는 압박을 가했다.

우리대학교를 비롯한 일부 대학은 직·간선제 혼용방식을 택하고 있다. 우리대학교의 경우 총장은 총장후보 물색위원회(아래 물색위)총장후보심사위원회(아래 심사위) 재단이사회 교수평의회의 심사를 통해 선출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학내 구성원의 절대다수인 학생의 참여가 부족해 지속적으로 문제가 제기됐다. 교계 대표, 교수 대표, 직원 대표 등 7개 대표로 구성된 물색위(15)에 학생이 없을 뿐 더러 심사위(16)에 참여하는 학생 대표가 단 1명이었기 때문이다.

지난 201117대 총장 선거 심사위에 학생 대표로서 참여한 전 48대 총학생회장 정준영(사회·06)씨는 학생이 참여할 수 있었다는 것에서 의의는 있지만 여전히 구조적인 문제가 남아있다교원들은 신임투표로 참여할 수 있지만 학생은 심사위에 포함된 게 전부라고 지적했다. 반면 해외 대학의 총장 선거는 간선제 방식을 통해 학생들의 의사가 반영된다. 대표적인 것이 독일의 사례다. 독일의 경우 대학기준법상 총장선출준비위원회가 1차적으로 후보를 선발한 후 대평이 최종적으로 총장을 선출하게 돼 있다. 총장선출준비위원회 중 학생대표의 비율은 20% 정도이며 대평에도 학생이 포함돼 있다. 학생이 추천권과 의결권을 모두 가지고 있다는 얘기다.

정씨는 심사위의 학생대표 위원 확대부터 시작해 학생대표의 권한이 확대돼야 한다나아가 최종적으로 학생이 의결권을 가질 수 있는 방식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50대 총학은 이와 관련해 총장선출평가위원회를 설치하고 이사회, 교수, 교직원, 동문, 사회유지, 학생들이 추천하는 후보들로 총장 후보자를 구성 총장 후보자들이 대평에서 인준을 거치도록 하는 등 제도 개선의 공약을 제시했다. 그러나 공약 진행 상황에 대해 총학생회장 고씨는 아직 진척된 바는 없다고 전했다.

 

무늬만 학생 참여인 등심위, 총학등심위에 의결권 부여해야

 

학내의 비민주적인 의사결정체제 중 또 하나의 대표적인 것은 등심위다. 등심위는 민주적인 제도이나 실질적인 영향력이 없다는 것에서 유명무실한 제도라고 볼 수 있다.

등심위는 7인 이상의 위원으로 구성된 등록금 심의·의결기구다. 여기에는 교직원 재단인사 학생 관련전문가 중 각각의 구성단위를 대표할 수 있는 자가 위원으로 참여한다. 관련 법령에 따라 어느 하나의 구성단위에 속하는 위원의 수는 전체 위원 정수의 과반을 초과할 수 없으며 학생 위원은 전체 위원 정수의 3/10 이상이 돼야 한다.

올해 꾸려진 우리대학교의 등심위는 13명의 등심위원 중 6명이 학생 위원이었다. 등심위에 배석했던 총학 집행위원장 최요한(신학/경영·09)씨는 우리대학교는 학생 위원 수가 상당히 많은 편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올해 우리대학교를 포함해 고려대, 서강대의 등심위는 학생과 학교의 입장차가 좁혀지지 못하고 결렬됐다. 이는 학교 측이 등심위를 일방적으로 진행하고 학생대표자들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총학생회장 고씨는 학교 측에서 등심위는 실질적인 권한이 없다는 이유로 학생들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사립학교법11622호에 따르면 등심위는 의결기구로서 등록금 책정에 권한을 발휘할 수 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등심위의 의결권이 보장되지 않고 있다. 등심위의 이러한 구조적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중앙운영위원회(아래 중운위)등심위에 실질적인 의결권을 보장하라며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앞에서 한 달간 1인 릴레이 시위를 진행했으나 큰 성과는 없었다. 릴레이 시위가 마무리된 후 진행된 총학 연석회의 기자회견에서 연석회의 측은 등심위 관련 법령에는 등심위가 구체적으로 어떤 의결권을 지니는지, 또 그 의결권을 어떻게 부여할 것인지에 대한 언급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등심위에 최종 의결권을 부여하는 조항과 위반 시 규제할 수 있는 조항을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수의 비민주적 학칙 남아있어, 그러나 학생은 개정 참여 불가

 

한편 우리대학교 학칙에 잔존하는 비민주적 요소는 그 자체로 비민주성을 나타낼뿐더러 개정에 학생이 참여할 수 없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지난 20101013일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 안민석 민주당 의원은 한국대학교육연구소와 함께 전국 1984년제 대학의 학칙 및 학생 관련 규정을 분석했다. 그 결과 군사독재 시절에 학생운동을 위축시키기 위해 제정된 유신 학칙이 상당수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우리대학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대표적인 독소조항은 학생대표자 활동 제한 학생주체 행사의 사전 허가 간행물에 대한 사전 검인 학교의 학생회칙 개입 이다.

비민주적인 학칙

학생대표자

활동 제한

<학생활동> 학칙 제 60휴학생은 총학생회 선거권 및 피선거권을 가질 수 없으며 총학생회 활동에 참여할 수 없다

학생주체 행사의 사전허가

9 (단체의 활동)모든 행사는 제11조에 의한 행사허가원을 학생복지처장에게 제출하여 허가를 받아 시행한다

간행물에 대한 사전 검인

3 (전교단위의 학생간행물)전교단위의 학생간행물을 발간하고자 하는 학생단체는 간행물 발 간 추천원(학생처 소정양식)인쇄내역서, 편집계획서 및 예산서를 첨부하여 학생처장에게 제출한다.

7 (개인 단위의 학생간행물)본교 재학생에게 배포할 것을 목적으로 학생이 간행물을 발간하고자 할 경우에는 분담지도교수를 거쳐 학과장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학교의 학생회칙 개입

60(총학생회) 총학생회의 운영에 관한 세부 사항은 따로 정하되, 학칙에 위배되는 사항이 있을 경우 학교 는 개정을 요구할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 이와 같은 학칙들은 엄격하게 적용되고 있지 않은 유령학칙으로 밝혀졌다. <학생활동> 60조가 엄격하게 적용된다면 현재 휴학생인 50대 총·부총학생회장은 학생활동을 할 수 없으며 다수의 단과대 회장들도 사퇴해야 한다. 학생복지처 학생지원팀 총학 담당 유기철 직원은 학칙의 60조와 관련해 1986년도 조항 삭제 등 개정이 있었으나 이후 아무런 재해석이 없었다학생의 활동권과 자율권을 보장하기 위해 현재까지는 학칙 적용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강대의 경우 지난 2월 말 등심위 파행을 둘러싼 총학과의 갈등 끝에 학교가 임원진이 지난 2학기에 휴학을 했기 때문에 대표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해 총학생회장이 사퇴하는 일이 벌어졌다. 우리대학교 또한 해당 학칙이 얼마든지 학생활동을 제한할 수 있는 근거로 쓰일 소지가 있는 것이다.

9(단체의 활동)과 제3(전교 단위의 학생간행물)도 마찬가지다. 유 직원은 교내 행사는 모두 학생지원팀에서 사전에 문의하고 허가 과정을 거친다인가되지 않은 행사는 불법 행사로 간주하며 제재를 한다고 말했다. 학생간행물 관련 학칙에 관해서는 원칙적으로는 제재가 가해져야 하나 학생들의 표현의 자유가 있기에 이를 인정하고 자진 철거를 요청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대학교의 경우 최근에 학교가 학생 주체의 행사를 불허하거나 제재를 가한 사례는 없으나, 타 대학의 경우 해당 학칙이 학생 행사를 제한하기 위해 빈번하게 사용된다. 지난 2012년 카이스트 총학과 학내 학생들은 서남표 총장의 퇴진을 기원하는 뮤직페스티벌인 애니웨이 굿나이트 클럽행사를 추진했으나 학교 측에서 불허했다. 학생간행물의 경우에도 중앙대에서는 대자보 허가제가 두산 그룹 재단이 학교를 인수한 뒤부터 본격화돼 큰 논란이 됐다. 중앙대 교지 중앙문화허가받지 아니할 경우 징계한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학생들의 목소리가 담겨야 할 대자보는 검열 또는 강제 수거됐다고 지적했다.

60(총학생회)는 학교가 직접적으로 학생활동에 관여할 수 있는 조항이라는 점에서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유 직원은 학생회 회칙은 학칙을 참고해 총학 및 단과대학 학생회가 자체적으로 결정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타 대학에서는 해당 학칙이 크게 문제된 적이 있다. 공주대의 경우 지난 2006년에 학생회가 선거세칙을 개정했으나, 이 선거 세칙이 학칙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학교 측에서 부당하게 개입해 논란이 됐다.

여전히 비민주적인 요소가 남아있는 우리대학교 학칙에 대해 유 직원은 사회가 진화되면서 규정도 진화해야 하나 현실과 맞지 않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독소 조항은 개정될 필요가 있으나 학칙 및 각종 규정의 개정을 담당하는 규정심의위원회에 학생위원이 없어 학생의 참여가 불가능하다. 또한 총학 측도 이에 관련해 무관심한 실정이다. 총학생회장 고씨는 사실 학칙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본 적은 없다대평이 가장 힘 있는 논의기구가 되면 이러한 문제도 자연스레 논의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갈수록 위축되는 학생사회도 문제

 

학내의 비민주적인 의사결정구조가 문제되고 있는 상황에서 학내 민주주의에 대한 일반 학생의 무관심은 이러한 문제를 더욱 악화시킨다. 단적인 예로 최근 4년 간 총학·총여 투표율이 지속적으로 감소한 것을 들 수 있다. 총학 투표율의 경우 지난 201061.75%의 투표율에서 꾸준히 감소돼 2013년에는 59.38%의 투표율을 보였다.

단과대 선본 부족 문제 또한 해마다 심화되고 있다. 지난 2012학년도와 2013학년도 단과대 학생회 선거에서 총 18개 단과대 중 단 2개의 단과대에서만 두 개 이상의 선본이 출마했다. 14개 단과대는 하나의 후보만이 출마했으며 법과대와 이과대는 2년 연속으로 출마 선본이 아예 없었다.

이번 2013학년도 1학기부터 시행된 잡부금 선택납부 제도 역시 학생회비의 저조한 납부율로 학생회에 대한 학생들의 낮은 관심도를 보여줬다. 잡부금 선택기간에 학생회비를 납부한 비율은 신입생 52.7%, 재학생 23.2%에 불과하다. 학생 자치활동에 대한 학생들의 저조한 관심은 학생회의 대표성을 약화시키며 결과적으로 학생의 힘을 약화시킬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의 원인에 대해 총학생회장 고씨는 학생들이 학생회를 신뢰하지 못하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학생회는 약속한 공약은 반드시 지키려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씨는 학생회는 단순히 학생들의 불편사항을 해결해주는 단체가 아닌 학생들의 목소리를 모으는 하나의 의결체 역할을 해야 한다이를 위해서는 타 단위와 연대해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안건을 전달하려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참된 학내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위키백과에서는 민주주의의 개념에 대해 의사결정 시 전체에 걸친 구성원의 의사를 반영하는 체제라고 정의하고 있다. 흔히 대학교의 주요 구성원으로 교수와 교직원, 학생 등인 3주체를 꼽는다. 학내 민주적 의사결정 체제의 구현을 위한 제도적 개혁과 구성원들의 의식 개선이 이뤄질 때, 비로소 3주체가 동등하게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참된 학내 민주주의가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개방이사: 개방이사추천위원회에서 이사로 추천하는 교외인사

**교수평의회: 교수회의 대의기구로서 이 회에서 의결된 사항은 전체 교수의 총의로 본다.

 

안규영 기자
agyoung@yonsei.ac.kr

 

 

 

                                 <학생사회 참여 부족, 원주캠은 조용하다>

원주캠의 경우 총학생회 및 단과대 선거의 선본 불출마 낮은 투표율 침체된 대자보 문화 의 문제가 두드러졌으며 학교 측과 학생들의 의사소통 부재 또한 학내 민주주의 구현의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27대 총학생회 선거에서는 <연세 Holic+>선본(정후보 한호(시디/정경경영·05), 부후보 배요한(역사문화·10))이 단일 선본이었으며 지난 26대 총학생회장을 역임한 한호(시디/정경경영·05)씨가 연속 출마했다. 치열한 경선 끝에 당선된 신촌캠과 달리 원주캠은 단 하나의 선본만이 출마해 경선 자체가 불가능했다.

단과대 역시 선본 부족 문제가 두드러졌다. 의과대를 제외한 과기대 정경대 EIC 학생회 선거는 모두 경선이 아닌 단선이었다. 인예대와 보과대는 보궐선거로 이제서야 선거를 준비 중이다. 총학생회장 한호(시디/정경경영·05)씨는 단과대선거가 보궐로 미뤄지면 중앙 기구에도 영향이 있다이는 단선관위들이 노력해줘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또한 동아리연합회(아래 동연)는 아직까지 선본이 나오지 않아 보궐선거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현재 동연은 지난 회장이 아직까지 회장 업무를 계속해서 맡고 있다. 동아리연합회 회장 김병수(컴정공·10)씨는 구체적인 보궐선거의 계획은 아직까지 없다늦어도 중간고사 전까지는 보궐선거를 진행할 것이지만 후보자가 나오지 않을 시 동연 내부에서 선출할 계획도 논의중이다고 말했다.

저조한 투표율 역시 학내 민주주의에 대한 학생들의 무관심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20121130일에 진행될 예정이었던 총학생회 및 단과대 선거 개표는 투표율이 50%가 넘지 않아 4일 후인 124일에 진행됐으며 총학생회 단선 후보였던 <연세 Holic+>선본은 51.9%의 지지율로 당선됐다.

원주캠 학생들의 대자보 문화가 활발하지 않은 것 또한 학생들의 무관심 문제로 지적된다. 신촌캠 학생들은 자신의 의견을 공론화시켜야하는 사건이 발생하면 대자보를 중앙도서관 및 각 단과대 건물에 게시한다. 그러나 원주캠에서 대자보가 붙는 일은 고작 1년에 한 두 번뿐이다. 이에 백인립 교수(정경대·사회복지학)신촌캠 학생들보다 원주캠 학생들이 미래준비과정에 대한 여유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학생들의 대자보 문화가 사회를 건강하게 발전시킬 수 있다고 전했다.

한편, 원주캠에서는 2013학년도 의과대 신입생 이전과 관련해 학교 측과 학생 사이의 의사소통이 전혀 이뤄지지 않아 많은 학생들이 불만을 제기하기도 했다. 의과대 신입생들이 일산캠에서 원주본캠으로 이전함에 따라 기숙사 수요 증가 강의실 부족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 그러나 학교 측은 사전에 이 문제에 대해 학생들의 의견을 들어보지 않고 일방적으로 이전을 추진해 통보했다. 현재 불편한 점들이 계속 발생하지만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마땅한 방안은 없는 상황이다. 이에 총학생회장 한씨는 학교 측이 학생들과 충분히 의견을 나누지 않고 무조건적으로 중요한 사안을 통보하는 것은 학생사회를 기만하는 것이라며 여러 문제점들은 원주의과대학 이전대책위원회를 통해 개선하기 위해 노력중이라고 덧붙였다.

 

배아량 기자
12arirang@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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