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 역사 연세대 학보 ‘연세춘추’ 고사 위기 -경향신문
한국외대 “선거관련 특집호 발행 안돼” vs 학생들 “편집권 침해” - 뉴스1

대학언론은 다양한 학내 구성원들의 목소리를 공정하게 전달하고 학교 내외에서 발생하는 사건을 기록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대학언론이 학내구성원들에게 점점 더 외면받고 있어 이러한 역할을 수행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한 대부분의 대학언론들이 재정적으로 학교 측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다 보니 편집권을 침해받는 경우도 상당하다.

열악한 재정상황
그리고, 싸늘한 시선

주요 대학 신문사의 경우 대부분 교비로 운영되지만 우리대학교 언론사들은 지난 2012학년도 2학기까지 등록금을 낼 때 함께 내던 잡부금으로 운영돼 왔다.
잡부금에 있는 연세춘추비, 방송비 등의 언론사비는 물가상승률을 반영하지 못한 채 지난 1996년부터 5천900원, 방송비는 1천500원으로 16년 동안 동결된 상태였다. 신문방송사무국 이창현 사무국장은 “교내언론사들이 지난 16년간 물가상승률을 반영하지 않은 언론사비로 인해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어왔다”며 “올 1학기부터 각각 6천700원, 2천원으로 13%, 30%씩 불가피하게 인상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1996년에 비해 2011년 소비자 물가가 65.5% 상승한 것을 고려하면 이러한 인상률은 언론사들이 고질적으로 겪고 있는 재정적 위기를 해소시키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게다가 2013학년도 1학기부터는 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을 줄이는 차원에서 잡부금을 선택 납부할 수 있게 됐다. 그 결과, 신촌캠 학생 중 연세춘추비, 방송비 등의 언론사비를 선택 납부한 학생의 비율이 신입생 46.5%, 재학생 12%로 전체 17.9%에 불과해 언론사들은 재정적 위기에 직면했다.
결국 대학언론은 주독자층인 학생들의 외면을 받으며 재정 위기의 압박을 받게 됐다. 이에 대해 이다솔(국제관계·11)씨는 “학생들이 학기 중에는 수업 때문에 바쁘고 방학에는 영어, 자격증, 여행, 아르바이트 등으로 바빠 학내 사안에 관심을 가질 여유가 없다”며 “평소 잘 활용하지 않는 학내 언론사비를 내야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밝혔다. 또한 정재원(신소재·12)씨는 “젊은 세대들이 주로 관심을 가지는 요소인 스포츠, 연예 등의 흥미를 유발하는 콘텐츠가 없다”며 대학언론의 흥미요소의 부족을 꼬집기도 했다.

외국의 대학언론은 어떨까?

미국의 경우에는 3천여 개에 이르는 대학신문사 중 110여 개가 대학당국으로부터 완전히 독립적인 비영리 법인으로 운영되고 있다. 또한 대학뿐 아니라 대학 소재 지역을 아우르는 신문을 만들고 있다. 미국의 대학신문 중 최초로 비영리 법인으로 독립적 재정, 편집권을 가지고 운영되는 럿거스대의 「데일리 타검」은 운영 재원 중 약 70%가 광고수입이다. * 펜실베니아주립대의 「데일리 컬리지언」도 광고수입으로 연간 100만 달러를 벌어들이고 있다. 한편 노스캐롤라이나대의 「데일리 타힐」은 대학 공동체와 지역 주민 3만 8천여 명을 주독자층으로 확보해 대학 소재 지역의 대표 신문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즉 지역사회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지역 광고로 운영 예산을 충당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대학언론은 재정적으로 독립한 미국 대학신문과는 달리 대부분 학교 본부 예산에 의해 운영되며 전체 예산에서 광고 수익이 차지하는 비중도 미미하다. 그러다 보니 학교 당국의 편집권 침해 역시 잦은 편이다.「건대신문」은지난 2011년 2학기에 주간교수와 학생 편집국장과의 편집권 갈등으로 신문 발행이 중단되고 편집국장이 해임되는 등의 사태를 겪기도 했다. 이에 대해 「건대신문」 편집국장 김현우(건국대, 커뮤니케이션ㆍ08)씨는 “당시 주간교수가 학교에 비판적인 기사를 작성할 때조차 학교와 학생의 입장에 대한 기사 분량을 글자 수까지 동일하게 맞추라는 등의 기계적 중립을 요구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외대학보」도 지난 2012년 2학기에 선거 관련 사안을 다루지 못하게 하고 발행을 정지시키는 등의 학교 측과 학생기자단의 마찰로 통상 한 학기 6번 발행하는 신문을 정기 4번, 호외 1번밖에 발행하지 못했다. 「성대신문」 또한 지난 2012년 1학기에 학생기자단과 주간교수의 편집권 갈등으로 인해 신문이 발간되지 못했다.
한편 미국 대학신문은 한 학기에 대학원의 경우 3학점, 학부는 6학점만 이수할 수 있고 원하면 1년에 한 학기는 학점 등록을 면제해 학생기자가 언론업무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그 결과, 평균 150여 명의 기자가 각 대학언론사에 근무하고 있어 대학 신문임에도 불구하고 미네소타대의 「미네소타 데일리」, 럿거스대의 「데일리 타검」, 펜실베니아주립대의 「데일리 컬리지언」 등 매일 발행되는 신문도 많다.


대학언론의 미래는?

이와 달리 우리나라는 학생기자들을 위한 행정적인 지원이 거의 없다. 오히려 대부분 대학들에서는 휴학생은 학생기자로 활동할 수 없다는 규칙만을 두고 있다. 때문에 우리나라 대학언론에서 활동하는 학생들은 학업과 기자로서의 업무를 병행해야 하는 업무과중에 시달리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인력 충원이 어려워져 보통 열 명 안팎의 기자가 한 언론사에 근무한다. 이러한 인력난은 결국 대학신문의 질적 저하로 이어져 독자들의 외면을 초래하고 있다.
열악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대학언론들의 변화는 계속되고 있다. 「외대학보」는 지난해 발행 중지를 겪으면서 언론의 자율성을 위해서 학교가 지원해주는 교비 외에 학보 유료화를 통한 재정 마련, 더 나아가 재정 독립화 추진을 장기적으로 계획하고 있다. 「이대학보」는 편집권의 외압을 막고 사실에 입각한 기사를 작성하기 위해 FCD(Fact Checking Desk)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독자들에게 다가가기 위한 노력도 꾸준히 하고 있다. 경희대 학보 「대학주보」는 매달 정기적으로 매거진을 발행한다. 우리대학교 YBS는 기존의 교내방송과 방송제뿐만 아니라 자체 드라마와 예능프로그램 제작에도 나서고 있다. 우리신문사 또한 대학언론 최초로 지난 2012학년도 2학기부터 인포그래픽스를 시도했고, 2013학년도 1학기부터는 독자의 흥미를 유도하기 위해 한 달에 한번 매거진 형식의「.ZIP」을 발행할 예정이다.
대학언론은 학생, 교수, 교직원을 비롯한 대학 구성원 간, 대학과 지역 간 소통을 돕는 역할을 한다. 또한 대학언론은 학생기자뿐 아니라 학생 전체에게 저널리즘을 자연스레 교육하고 여론을 조성한다. 50여 년 전 우리대학교 백낙준 초대총장은 우리신문사 100호 발간기념 기고에서 대학언론을 대학구성원들의 공기(公器)라고 표현했다. 강상현 교수(사과대·미디어기술과 사회변동)는 “사회공공영역을 지키기 위해 공영방송인 KBS의 수신료를 전국민이 내고 있다”며 “대학언론 역시 이와 동일하게 간주돼야 한다”고 말했다. 오랜 시간동안 대학사회의 공기 역할을 해온 대학언론. 그러나 오늘날 독자들의 외면과 재정적 어려움에 처해있는 대학언론. 자체적으로도 지역과 밀착하고 재정 독립성을 확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지만, 독자 역시 그 의의와 미래를 다함께 생각해봐야 할 때가 아닐까?

* 설원태, 김성해,「정체성 위기의 국내 대학신문」, 언론과학연구 제9권3호, 2009.9,. 211~250쪽
** FCD(Fact Checking Desk)제도: 「이대학보」에서 학보기자 출신으로 기성언론 인턴경험이 있는 학생을 FCD기자로 선발해 기사에 포함된 사실과 수치를 확인하는 절차를 통해 기사의 객관성을 확보하는 제도


손성배 기자
89sungbae@yonsei.ac.kr
사진 이찬호 기자
vanillamour@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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