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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은 21일에서 끝나지 않았다허무하게 지나가버린 지구 종말의 날
  • 최지은 기자
  • 승인 2012.12.29 16:12
  • 호수 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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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2월 21일. 이 날은 전 세계 사람들에게 ‘지구 종말의 날’로 알려져 있었다. 미국 캔자스 주에 들어설 예정인 ‘지구 종말 대비 아파트’는 24억이라는 비싼 분양가에도 불구하고 한 달 만에 분양이 완료됐다. 온라인에서는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온다 할지라도 나는 한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철학자 스피노자의 말에 따라 사과나무를 심기 위해 사과나무를 공동구매를 제안하는 게임 유저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지구 종말 갑론을박

정말 지구가 망할 거라고 믿는 사람이 있는 반면 재미있는 이야깃거리 정도로 생각한 사람들도 있었다. 지구 종말을 믿는 사람들은 여러 가지 근거를 제시하며 믿음을 이어갔고, 믿지 않는 사람들은 그 근거를 반박해 왔다.


1. 마야인 달력 가라사대

지구 종말을 믿는 사람들이 대표적으로 제시했던 근거는 마야문명의 달력이다. 마야제국은 고도로 발달된 문명을 자랑하다 갑자기 사라졌다. 마야제국이 남긴 유물 가운데는 달력이 있는데, 마야제국의 달력은 세계에서 가장 정확한 달력으로 칭해지기도 한다. 사람들은 이렇게 정확한 마야의 달력이 2012년 12월 21일을 끝으로 더 이상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해 지구의 종말을 주장했다.

그러나 종말을 믿지 않는 사람들은 아무리 문명이 발달했다지만 몇 천 년 후의 일을 어떻게 예상할 수 있냐며, 달력이 끝나는 것은 별다른 의미가 아니라고 반박했다. 미항공우주국(NASA)이 “집에 걸려 있는 달력이 매년 12월 31일에 끝나는 것처럼 마야 달력도 12월21일을 끝으로 한 주기가 끝나는 것 뿐”이라며 “1월에 새 달력이 시작되듯 마야 달력에서도 새로운 주기가 시작된다”고 발표한 점은 이들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2, 종말은 말춤과 함께 찾아온다?

르네상스시대 프랑스의 의사 겸 점성가인 미셸 드 노스트르담(아래 노스티라다무스)는 『백시선』이라는 예언서를 남겼다. 이 책은 1555년부터 3797년까지의 여러 가지 역사적 사실에 대한 예언이 담겨 있다. 이 책에 수록된 “춤추는 말의 숫자의 원이 9개가 되는 때 고요한 아침으로부터 종말이 올 것이다(from the calm morning, the end will come when of the dancing horse the number of circles will be 9)”이라는 내용은 전 세계적으로 「강남스타일」 열풍을 몰고온 싸이와 연관돼 사람들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고요한 아침’인 한국의 ‘춤추는 말’인 싸이의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 조회수가 0이 9개인 10억(1,000,000,000)이 되면 지구의 종말이 오는 것이라는 해석 때문이었다.

이에 대해 종말론을 믿지 않는 사람들은 노스티라다무스의 예언 자체에 불신의 눈초리를 보냈다. 내용이 모호해서 실제로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는 해석이 불가능하며, 이 모호성이 사건 발생 후 원하는 방향으로 해석할 수 있게 만들기 때문이다. 또한 긴 시간에 걸쳐 방대한 내용을 다뤘으므로 시간이 흐르면서 예언에 부합하는 사건이 발생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보기도 한다.


결국 다가온 D-Day

12월 21일은 결국 다가왔다. 우리나라는 크게 떠들썩하지 않았지만 세계 곳곳에서는 우스꽝스러운 해프닝이 벌어졌다. 중국의 한 회사는 직원들에게 휴가를 주었고, 러시아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설탕과 양초 등을 사재기했다. 미국에서는 휴교를 하는 학교가 등장하기도 했다. 인터넷에서는 12월 21일의 온도는 999℃라는 일기예보 이미지가 빠르게 확산됐다. 반면 ‘걱정하지 말고 게임이나 하라’는 무심하지만 현실적인 반응이 나타나기도 했다. 긴 시간동안 이어져온 지구 종말에 대한 갑론을박이 당일까지도 결론을 맺지 못하고 계속된 것이다.

그러나 지구 종말의 날로 알려진 2012년 12월 21일에는 아무 사건도 일어나지 않았다. 기말고사의 끝과 함께 지구의 멸망을 맞이할 뻔 했던 학생들은 ‘지구가 망하는 대신에 내 성적이 망했다’, ‘차라리 지구가 망했으면 좋겠다’는 농담 섞인 한탄을 SNS에 늘어놓을 뿐이었다.

수백 년 동안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졸이게 했던 ‘2012년 12월 21일 지구 종말론’은 24시간 만에 허무한 끝을 맺었다.


멈추지 않은 지구의 시간

잠시 오늘의 날짜를 확인해보자.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지구 종말’을 입에 오르내렸던 때가 무색하리만큼 시간은 잘 흐르고 있다. 온라인에서 지구 종말이 가장 억울할 사람들로 꼽힌 제대를 앞둔 말년 병장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에게 다시 1월이 다가왔다. 어쩌면 영영 없었을지도 모르는 2013년은 새 세상이 시작된 것처럼 신나는 일들만 가득하길 기원한다. 행쇼!


글 최지은 기자
choichoi@yonsei.ac.kr
사진 구글이미지

최지은 기자  choichoi@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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