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지훈 셰프와의 맛있는 인터뷰

무한도전 뉴욕편 식객특집을 본 시청자라면 누구나 다 아는 스타 셰프 양지훈 요리사. 시청률 30퍼센트의 일등공신으로 시청자들의 눈도장을 한눈에 받은 남자. 때로는 거칠고, 때로는 부드러운 손길로 승부하는 최고의 셰프. 요리할 때 더욱 빛나는 그를 추잉에서 만나봤다.


야구소년에서 요리사로

고등학교 시절, 양씨는 반장을 도맡아 하며 학교생활에 충실했던 평범한 학생이었다. 그는 부산 남자임을 증명하듯이 야구를 정말 좋아해 쉬는 시간이면 운동장에 뛰쳐나가 야구를 즐겼다. 또한 다른 학생들과 크게 다르지 않게 야간 자율학습 시간에는 졸린 눈을 비벼가며 열심히 공부했다. 고교시절 양씨는 막연하게 연극영화과를 희망했지만 성적이 낮아 진학하지 못했다. 결국 수능 점수에 맞춰 경희대 조리과에 진학하게 됐다. “사실 학창시절에는 이유 없이 영화감독이 되고 싶었으나 지금에 와서는 요리사의 길을 간 것이 탁월한 선택이었던 것 같다”며 “성적 때문에 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 의외의 만족감을 가져다 줬다”고 말했다.

양씨가 대학에서 난생 처음 요리를 접했을 때는 아무런 감흥이 없었다. 그렇기에 자연스럽게 요리와는 멀어졌고, 성적은 계속 떨어지기만 했다. 그래도 미래를 생각해야 했기에 양씨는 군 제대 후 열심히 공부했고, 전공을 살려 요리계열로 취직했다. 양씨는 “과에 맞는 요리계열 쪽으로 취직을 했는데, 어쩌다 보니 내가 요리사가 되어있었다”며 “요리가 일상이 되다 보니 자연스럽게 요리를 사랑하게 됐고, 결국 주방의 대통령인 셰프가 됐다”고 말했다.


‘무한도전’이라는 터닝 포인트

양씨는 대학 졸업 후 두바이에 있는 세계 3대 호텔 ‘인터컨티넌탈’에서 일했다. 그는 내로라하는 요리사들과의 경쟁 속에서 7년간 노력한 끝에 실력을 인정받는 요리사가 됐다. 그러나 양씨의 두바이 생활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었다. 인종·언어차별이 남아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런 환경 때문에 귀국을 고민하던 양씨에게 어느 날 무한도전의 섭외요청이 들어왔고 양씨는 이를 흔쾌히 받아들였다. 양씨에게 무한도전은 7년 동안의 피로를 날려준 피로회복제였다. 자신의 요리 실력에 자신이 없어 요리를 포기하려고도 했던 시기에 무한도전 멤버들과 함께 만든 요리와 그에 대한 대중의 긍정적인 평가는 다시 한 번 자신감을 북돋아주는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양씨는 “무한도전은 내 인생의 터닝 포인트”라며 “무한도전 출연이 내 인생을 바꿔주었다”고 말했다. 덧붙여 양씨는 “무한도전 출연으로 나의 요리 실력을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레스토랑을 홍보 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하면서도 “셰프라기 보다는 연예인으로 평가받고 사생활을 침해당했을 때는 기분이 언짢았다”며 요리사는 요리로 평가받아야 한다는 강한 신념을 내보였다.


양지훈 셰프에게 요리란?

무한도전 촬영 후 자신만의 길을 걷고 있는 양씨에게 요리란 어떤 의미일까. 특별한 대답을 기대했지만 양씨는 “요리가 무엇인지 묻는 질문은 무의미한 것”이라고 답했다. 양씨에게 요리는 숨 쉬는 것과 같은 것인데, 숨 쉬는 것에 의미를 두지 않듯이 요리는 항상 자신의 옆에 있으니 인식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질문을 바꿔 요리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냐고 묻자, 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디테일’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양씨는 “맛을 내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일이고 예쁜 음식을 보여주는 것은 고객을 위한 서비스”라며 “음식을 예쁘게 내어오면 보기도 좋고 맛도 좋아지는 것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람들이 명품을 선호하듯 요리 역시 명품이 되기 위해서는 디테일한 부분까지 신경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양씨는 요리를 전문적으로 배우는 사람들에게 항상 “요리도 예술이다!”라고 말한다. 디테일을 더해 꾸며 예술로 인정받을 수 있는 예술가의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요리사는 어떤 요리라도 손님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면 최고의 맛과 모양을 내기 위해 항상 노력해야 한다는 말도 잊지 않는다. 이런 생각에 양씨는 미슐랭 스타*를 받기 위한 욕심을 버리고, 손님 한 명 한 명에게 인정받는 음식을 만드는 것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게 됐다.

*미슐랭 스타: 영국의 타이어 회사 미쉐린에서 전 세계의 음식점을 대상으로 맛을 평가해 등급을 매긴 가이드 북. 미슐랭 스타에 오르면 그 음식점의 음식 맛이 공인된 것이므로 요리사들에게는 최고의 가치로 여겨진다.


사랑하라! 그리고 요리하라!

그는 요리사를 꿈꾸는 대학생들에게 “요리는 학문이 아니라 감성으로 승부를 내야하는 분야”라며 영화감상, 박물관견학, 공연 관람 등을 통해 감성을 최대한 키울 것을 강조했다. “특히 감성을 키울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사랑’이니 열정적으로 사랑해보라”는 그의 진심어린 조언에는 사랑과 감성이 담긴 따뜻한 요리철학이 담겨있었다. 또한 양씨는 “자신이 어떤 좋아하는 분야를 찾으면 자연히 그 길을 걷게 된다”며 “그 길을 찾고 편안하게 따라 가다보면 언젠가 성공한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며 대학생들에게 ‘여유’를 가질 것을 조언했다.


“셰프는 셰프일 때 아름답다”

요리사를 꿈꾸는 이들에게 양씨는 이미 선망의 대상이지만, 그는 셰프가 된 지금도 고충이 많다. 셰프가 된 후 가장 힘든 점으로 양씨는 요리사와 식당 경영가로서의 역할을 동시에 해내야 하는 점을 꼽았다. “메뉴 개발, 주방 컨트롤, 사장으로써 매출 올리는 것에 대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고 말했다. 매일매일 힘들고 포기하고 싶을 때도 많지만 양씨는 “부수적인 일에 대한 스트레스와 요리는 별개”라고 말한다. “요리를 정말 사랑하기 때문에 요리가 주는 스트레스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그의 행복한 표정에서 요리에 대한 진심어린 사랑이 느껴졌다.
요리사로서 이미 많은 것을 이룬 듯한 그의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일까? 그는 “지금은 현재 일하고 있는 신촌 레스토랑 chef G 101에 집중하고 싶다”며 “다른 활동들로 이 레스토랑을 돌보지 못했는데 이제 이 레스토랑에 최선을 다해보고 싶다”고 포부를 다졌다. 거창하고 장기적인 계획일 거라는 예상과는 다른 소박한 목표에서 현재에 충실한 그의 면모를 볼 수 있었다. 덧붙여 “다가오는 크리스마스에도 예외 없이 레스토랑에서 열심히 요리를 할 예정”이라며 레스토랑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양씨의 다양한 활약들 중 가장 사랑하고,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양씨는 “셰프는 셰프일 때 아름답다”며 망설임 없이 요리를 꼽았다. 다른 이름보다도 ‘요리사 양지훈’이기를 자처하는 그. 요리사 양지훈의 앞으로의 인생이 어떻게 요리될 것인지 궁금해진다.


글,사진 김다솔 조윤호 수습기자
캡쳐화면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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