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와 오늘, 내일이 공존하는 곳

동동동대문을 열어라 열두시가 되면은 문을 닫는다
나 어릴 적 뛰어놀던 소꿉친구들 이제는 하나둘씩 나의 기억 속으로
지금은 열 수 없는 추억이 되어 희미해져만 가는 지난 이야기

지난 1996년에 열린 17회 강변가요제 창작곡 「동대문 남대문」의 가사다. 작사가는 10여년 후 동대문운동장이 사라질 것을 예감이라도 한 듯하다. 응원의 함성과 열기가 가득했던 동대문 운동장은 그 추억만을 간직한 채 역사와 문화, 디자인을 상징하는 동대문 역사문화 공원으로 재탄생하고 있다. 마음이 답답하지만 도심에서 먼 곳으로 떠날 시간은 허락하지 않을 때, 역사문화공원과 문구거리로 하루 ‘힐링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

응답하라 문구거리

의류시장으로 유명한 동대문이지만, 50년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문구거리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지하철 4호선 동대문역 4․5번 출구에서 나오면 ‘독일 약국’이 있고 약국을 돌면 문구, 완구 도매 시장 골목이 시작된다. 문구거리의 문구점에서는 일반 시중보다 물품을 20%~50%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기 때문에 한창 학용품이 많이 필요한 초등학생들과 학부모들이 자주 찾는다고. 개발되지 않은 골목에는 최신 유행하는 브라우니, 장난감 물고기 등이 진열돼 있어 과거와 현재의 공존을 보여준다. 이런 추억거리를 보기 위해 문구거리를 방문하는 사람들도 많다.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문구 시장을 찍는 대학생 황지현씨(21)는 “무엇을 구입하기 보다는 옛날 느낌을 느끼고 싶을 때 문구거리를 찾는다”고 말했다.


배고프니까 ‘먹쉬돈나’

문구거리를 둘러 본 후 배가 고프다면 ‘먹쉬돈나’를 추천한다. 먹쉬돈나는 삼청돈 본점에서 시작해 현재는 프랜차이즈 외식업체로 성장한 인기 있는 떡볶이 가게다. 한편 먹쉬돈나에서 주문할 때는 지켜야 할 순서가 있다. 먼저 치즈 떡볶이, 해물 떡볶이 등 5가지 메뉴 중 하나를 선택한다. 먹쉬돈나에서는 1인 1메뉴 주문이 원칙이다. 다음 라면, 쫄면, 우동, 당면을 비롯해 못난이 만두, 김말이 등을 사리로 주문한다. 큰 팬에 한데 어우러진 재료들의 모습과 이들이 불에 끓을 때 나는 매콤달콤한 냄새는 후각은 물론 미각을 강렬히 자극한다. 어느 정도 끓으면 떡볶이를 먹고 다 먹은 후에도 왠지 모를 아쉬움이 남으면 볶음밥을 주문할 수 있다. 친숙한 맛과 편안한 인테리어는 다양한 연령대와 각기 다른 손님들이 먹쉬돈나를 찾는 이유다.


동대문은 지금 변신 중

대한민국 패션의 메카로 손꼽히는 동대문. 하지만 동대문에는 그보다 더 중요한 의미를 가진 동대문운동장이 있었다. 지난 1925년 완공돼 80여년의 세월을 보내며 노후화된 동대문운동장은 1980년 완공된 잠실종합운동장, 2001년 완공된 상암월드컵경기장이 그 역할을 대신함에 따라 지난 2007년 철거됐다.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과 프로축구팀의 홈구장으로, 정기 연고전과 육․해․공 3사 체육대회가 열리는 축제의 장으로, 전국 고교야구 결승전 경기장으로 사용됐던 동대문운동장은 2003년을 마지막으로 이제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아쉬움을 뒤로 한 채 과거의 흔적을 지우고 재탄생하고 있다.


운동장 밑에 숨어있던 문화 유물, 유적

동대문운동장의 철거 과정에서 조선 초ㆍ중기 유물들과 지난 1925년 첫 건축 당시 쓰인 자재, 기구 등이 많이 발굴돼 계획에 없었던 동대문 역사관이 세워졌다. 운동장에서 발굴된 유물과 유적은 보존 상태가 좋다. 특히 이간수문*과 우물은 운동장 건설 당시 허물지 않고 그대로 둔 채 기초공사를 진행해 80년의 세월을 운동장 밑에서 본래 모습을 잃지 않고 보존된 상태를 유지할 수 있었다. 이간수문과 더불어 서울 성곽터는 동대문운동장의 철거가 없었더라면 영원히 빛을 보지 못했을 소중한 문화유산으로 동대문역사문화공원의 중심에 복원돼 있다. 또한 해체 작업 중에 발굴된 조선 초ㆍ중기의 기와와 도자기 등의 유물이 전시 중이다.


미래 서울의 랜드마크,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지난 2009년 4월에 착공해 2013년 완공을 앞둔 동대문디자인플라자(아래 DDP)는 서울의 획기적인 랜드마크가 될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DDP는 곡선과 곡면과 사선, 사면이 건물 전체를 감싸고 있는 기하학적인 물결무늬 형태를 띠고 있다. DDP의 디자인은 국내 외 저명한 8명의 건축가들이 설계경기를 통해 각축을 벌인 끝에 승리를 거머쥔 이라크 출신의 영국 여성 건축가 자하 하디드의 「환유의 풍경」**으로 선정됐다. DDP홍보관에 근무하는 안내인은 “동대문 프로젝트가 가지는 역사적, 도시적, 사회적, 경제적 요소들을 하나의 풍경으로 담아낸 것이 선정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DDP에는 지붕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 패널을 통해 태양광 에너지를 보조 동력으로 쓸 수 있도록 한 친환경성은 물론, 몸이 불편한 이들이 계단 없이도 전 층을 돌아볼 수 있는 배려가 담겨있다. DDP는 앞으로 디자인을 활용하는 모든 기업들에게 독창적 시설과 프로그램 등을 통해 디자인 역량 강화에 필수적인 다양한 기회를 제공해주는 공공인프라로서의 기능을 담당할 것이다.

세상이 점점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사람들은 ‘빨리빨리’를 외치고 바쁘게 생활하며 과거를 잊고 산다. 잠시나마 바쁜 일상을 잊고 싶다면 동대문 문구 거리에서 추억 떠올리기를 추천한다. 지하철 2호선에 몸을 맡기고 뻔하고 ‘Fun’한 재미를 찾아 왼쪽으로만 가는 우리들에게 추억과 꿈이 공존하는 동대문이 오른쪽에서 우리를 기다린다.


*이간수문: 태조 5년 만들어진 남산에서 흘러내리는 물을 도성 바깥쪽으로 보내기 위해 조성한 두 칸 구조의 수문

**「환유의 풍경」 : '환유'는 주변의 사물을 참조하기 위해 특정의 사물을 간접적으로 묘사하는 수사학적 전략을 의미하며, '풍경'은 인간과 환경 사이의 관계를 물질적으로 재현하는 것을 뜻함


글 사진 백현지, 손성배 수습기자
chu_ing193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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