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학교 뒷산이 당신에게 보낸 선물

겨울의 시작 ‘입동’(立冬)이 지났다. 혹시 겨울이 시작돼 ‘올해 단풍구경은 못했구나’라며 중간고사를 원망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실망할 필요 없다. 우리를 기다리는 울긋불긋한 단풍이 있으니까. 이 단풍들을 만나려면 어디로 가야할까?
 ‘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이 있다. 중앙도서관에서 책을 덮고 백양로를 따라 발걸음을 옮기면 서울에서 가장 예쁜 단풍길이 당신을 맞을 것이다. 바로 서울시가 발표한 서울시내‘아름다운 단풍길 83선’에 포함된 우리대학교 뒷산인 안산이다.

   

가을을 만끽하며

천고마비(天高馬肥). 활동하기 좋은 계절인 가을을 이르는 말이다. 젊음의 열기가 퍼져있는 캠퍼스를 누비며 백양로를 따라 쭉 걷다보면 회색빛 석조건물인 상대본관과 상대별관이 보인다. 이곳에서 조금 더 걷다보면 거대한 메타세쿼이어 숲길로 이어지는데, 뿌리부터 잎까지 쫙 뻗은 나무들의 향연을 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확 트이고 흡사 바다에 온 것 같은 착각까지 하게 된다. 신선한 메타세쿼이아 나무의 향기에 취하고 풍성한 낙엽을 밟으면 그제서야 가을은 온전히 내 것이 되는 듯하다.

순박한 산, 안산

하늘을 가득 채운 은행나무와 단풍나무들 사이의 흙길을 10분 정도 걷다보면 체육공원이 눈에 들어온다. 등산하기에 늦은 감이 있는 오후 3시에도 등산객은 물론 배드민턴과 테니스를 즐기는 많은 주민들을 볼 수 있다. 정상에 도달하기 전 등산객들이 잠시 쉴 수 있는 정자이자 조망대인 무악정. 안산의 옛 이름이었던 무악산의 ‘무악’과 정자에서 ‘정’을 따와 그 이름이 생겨났다. 어머니와 함께 등산을 온 직장인 박 아무개 씨(27)는 “집 근처라 종종 찾는다”며 “길이 험하지 않고 공기도 좋아 올 때 마다 마음이 편하다”고 웃으며 말했다.

서울 시내를 내 눈안에 담다

바스락 거리는 낙엽소리에 취해 산을 오르다보면 어느새 정상에 다다른다. 정상에 오른 후 등산객들은 숨을 고를 새도 없이 안산이 선물하는 서울 시내의 풍경에 감탄한다. 40분간 해발 300m의 낮고 평탄한 지형을 등산한 것에 비해 주어지는 절경이 아주 장엄해 황송할 지경이다. 정상에서는 가까운 인왕산에서부터 북한산, 남산까지 서울 속 모든 산들의 능선을 관망할 수 있다. 서울 도심 속 건물들마저 산과 어우러져 우리의 눈을 즐겁게 해준다.

안산 밑으로 내려다보이는 풍경에 심취돼 있을 때, 정상임을 알려준 돌탑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바로 과거에 외적이 침입하거나 난이 일어났을 때 산에서도 연기나 불빛을 알아볼 수 있게 자리를 잡은 봉수대다. 동, 서에 있던 두 개의 봉수대 중 동봉수대로 정확한 명칭은 ‘무악산 동봉수대 터’다. 조선시대에는 중앙인 목역산(남산) 봉수대로 이어지는 봉수신호 길이 5개 있었는데 이곳 안산 봉수대는 그중 평안도 강계를 기점으로 하는 3봉수길과 평안도 의주를 끝으로 하는 4봉수 길의 최종 경유지였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것은 실제 그 봉수대가 아니라 ‘1994년 서울 정도 60주년’을 기념해 복원해 만든 것이다. 낮은 곳임에도 조선시대의 가장 중요한 긴급통신체계였던 봉수대의 주요 길 두 곳에 모두 포함된 점은 이 곳 풍광이 얼마나 대단한 지 보증된 것 같다.

안산에 취할 준비 됐는가

이번에도 이것저것 이유로 단풍구경을 떠나지 못했다면 안산으로 향해보자. 내 인생에서 다시는 오지 않을 2012년의 가을 단풍을 이대로 놓치기에는 너무 억울하지 않은가. 안산이 주는 낙엽들의 포근함과 청명한 공기 그리고 경치의 아름다움을 한 번 만끽해보자. “안산에 취할 준비 되었는가?”

Walking route : 우리대학교 상대본관*상대별관-메타세쿼이아 숲길(안산 입구)-팔각정(안산중턱)-봉수대(안산정상)


글, 사진 김다솔 수습기자
chu_ing1935@naver.com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