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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Passion)을 디자인하라아이디어가 넘쳐나는 Passion Designer, 염지홍을 만나다
  • 조주연 수습기자
  • 승인 2012.12.20 14:25
  • 호수 181
  • 댓글 0

생각보다 젊어보였던 그는 예상과는 달리 깔끔한 분위기의 옷차림으로 까페에 들어섰다. 자연스럽게 그에게로 향하는 우리의 시선을 뒤로 한 채 그의 시선이 머문 곳은 터져있는 쿠션, 칠이 벗겨져있는 벽, 삐걱거리는 의자. 그는 카페 구석구석을 보고 ‘꼬투리’를 잡고 있었다. “카페는 청결이 생명인데”로 운을 뗀 그는 카페의 브랜드 이미지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역시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패션 디자이너(Passion Designer)다운 시작이었다. 옷걸이 독서대(북스탠드업), 야광 반사 카드*는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 것이 목표인 ‘소셜 프로젝트 디자이너’염지홍의 아이디어 상품이다. 희소성이라는 경제의 기본 원리를 무시하며 그의 아이디어 상품들은 유투브와 같은 미디어를 통해 널리 퍼져 한국 뿐 아니라 전 세계를 더 좋게 만드는데 일조하고 있다. 대화 중에도 아이디어가 마구 샘솟는 듯한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passion designer ≠ 열정디자이너 ?

사회적 기업가, 강연가, 교수에 이르기까지 사람들은 염씨를 다양한 방식으로 정의한다. 그 중 가장 보편적으로 그를 일컫는 말은 ‘Passion Designer’다. 흔히 말하는 패션 디자이너(Fashion Designer)와는 다른 패션 디자이너인 그에게 단어의 의미를 물어봤다. 그는 “Passion Designer가 곧 ‘열정 디자이너’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다소 의아한 대답을 내놓았다.“enthusiasm 과 passion이 같은 말은 아니잖아요.”우리나라에서 통용되는 열정의 의미는 한순간 불처럼 확 타오르고 식어버리는 감정과 비슷하지만, 자신이 가진 열정은 그런 감정과 다르다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꽃이 활짝 피어나는 그 순간보다 피기까지의 과정이 그가 생각하는 'passion'인 것이다.

Book, stand up!

그가 만들었던 여러 가지 것들 중에서 사람들에게 가장 잘 알려진 것은 바로 ‘북스탠드업(Book stand-up)’이다. 북스탠드업이란 책이라는 뜻의 'Book'과 일어나라는 뜻의 'Stand up'이라는 단어가 합쳐진 말로, 그가 발명한 혁신적인 독서대의 이름이다. 일반적인 독서대와 달리 일회용 옷걸이만으로 만들어진 이 북스탠드업은 염씨가 직접 제작하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으로도 유명하다. 유투브에 게재된 이 동영상은 조회수가 10만 건에 이른다. 또한 독서대의 이름을 왜 북스탠드업으로 짓게 됐냐는 질문에는 “북스탠드업이란 독서대의 이름처럼 사람들이 책을 볼 때 목의 불편함을 더는 것은 물론 우리 자신의 자아 존중감을 높였으면 좋겠다는 의미가 담겨있다”고 말했다. 어떻게 옷걸이로 독서대를 만들 생각을 했냐는 질문에 그는 “앉아서 책을 보다보면 졸려서 옷걸이를 이용해 책을 벽에 걸어놓으려고 했고, 책상에서도 쓰고 싶어 몇 년간 조금씩 개발한 것”이라며 북스탠드업을 만들게 된 계기에 대해 설명했다. 남들이 사소하게 생각할 수 있는 부분에서도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발휘하는 그의 면모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너 왜 딴 생각 ‘안’해? ”

염씨가 생각하는 창조의 공식은 ‘Creativity = AH!(Idea) + aHa!(Communication)’다. 그의 생각에 우리의 뇌는 의도대로 움직일 수 있는 부분과 의도대로 움직이지 않는 부분으로 나뉜다. 각 부분은 따로 움직이기 때문에 한 생각을 하면서 동시에 다른 생각도 할 수 있다. 염씨는 “독창적 아이디어는 한 가지만을 골똘히 생각할 때 나오는 것이 아니라 딴 생각에서 나오는 것”이라며 “딴 생각을 필요 없는 생각이라고 규정짓지 말라”고 당부했다. 일반적으로 딴 생각이라는 말은 다소 부정적인 어감이 강하다고 여겨진다. 즉 “너 왜 딴 생각해?”라는 말에는 왜 나의 이야기에 집중하지 않느냐는 질책의 의미가 담겨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염씨는 “딴 생각이라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인지 과정 중에 한 부분일 뿐”이라고 말했다. 사실 그의 아이디어의 대부분도 바로 이 딴 생각에서 비롯된다. 중요한 것은 딴 생각이 떠오를 때 그냥 흘려버리는 것이 아니라 노트에 꼭 메모를 해놓는 것이다. 자신의 ‘Second Brain’이라며 그가 보여준 노트에는 아직 가공되지는 않았지만 빛나는 아이디어 원석들이 가득 차있었다.

옷걸이를 보면 내 생각이 날걸?

‘소통’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냐는 기자의 질문에 염씨는 “중고등학교 친구들 중에 만났는데 이름 기억 안 나는 애들이 있지 않냐”고 되물었다. 그리고는 “소통이란 잊혀지지 않는 것, 날 기억하게 만드는 것”이라 말했다. ‘염지홍’이라는 이름이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Passion Designer'라고 부르듯이 자신만의 ’Personal Brand'가 잊혀지지 않는 것의 시작인 것이다. 이러한 의미 부여의 예를 찾아보면, 우리가 흔히 말하는 포스트 잇은 처음에는 특정회사에서 생산되는 제품의 이름이었지만 지금은 접착형 메모지는 모두 포스트잇이라고 불린다. 염씨는 “포스트잇처럼 나중에 옷걸이 독서대가 보편적으로 쓰이게 된다면 우리가 그것을 ‘북스탠드업’이라고 부르게 될 것”이라며 장난스럽게 “오늘 집에 가서 옷걸이를 보게 되면 내 생각을 해달라”고 덧붙였다.



대학생? 딴 짓도 잘해야 할 때

마지막으로 대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엇이냐는 질문에 염씨는 「학교 없는 사회」라는 책 한권을 추천했다. 그는 “학교를 없애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이 학교라는 의미”라며 “슈퍼마켓이 학교가 될 수 있고 경비 아저씨도 선생님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학교 도서관에 있는 수많은 장서들 중에 자신의 전공과 관련되지 않은 책 읽어본 적 있냐”는 물음을 던지며 “등록금을 냈으니 그 많은 자원을 잘 활용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그와의 만남에서 얻은 교훈을 한 줄로 요약하자면 ‘딴 생각’도 많이 하고 ‘딴 짓’도 많이 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 딴 짓이 무엇일지는 스스로 딴 생각을 통해 알아보라며 염씨는 이야기를 마쳤다.



글, 사진 조주연 수습기자
chu_ing1935@naver.com

조주연 수습기자  chu_ing193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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