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먼저 찾아온 연세의 크리스마스

지난 낮, 코끝을 얼얼하게 만드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본관 앞에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여기저기서 휴대폰을 꺼내 사진을 찍고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그 자리서 본관 앞 관경을 지켜봤다. 지나가던 학생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다름 아닌 ‘크리스마스 트리’. 해가 짧은 겨울, 연희관을 내려오는 길에서부터 보이는 트리는 겨울이 성큼 다가왔음을 말해주는 듯 했다.


연세의 사계절

‘캠퍼스가 가장 예쁠 때는 바로 시험기간이다’라는 소리가 있을 정도로 매학기, 특히 시험기간에 연세의 캠퍼스는 각각의 색으로 아름답게 물든다. 봄에는 백양로 삼거리와 언더우드 동상 앞에 벚꽃이 만개한다. 또한 연희관을 올라가는 비탈길에선 백목련이 그 자태를 뽐낸다. 용재관 앞에는 진달래꽃이 가득 펴 늘 사진을 찍는 학생들로 북적이곤 했다. 벚꽃과 백목련이 지고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면 백양로는 푸른빛이 가득하다. 가을에 펼쳐지는 은행나무의 향연은 ‘은행로’라는 말이 떠오를 정도로 높고 또 크다.
12월로 접어들며 은행잎이 떨어지고 앙상한 나무만 남은 백양로를 채우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바로 ‘크리스마스 트리’다. 매년 11월 말이 되면 언더우드 동상 앞에 있는 두 그루의 화백나무 중 하나를 트리로 꾸민다. 또한 본관과 이어진 계단 양 옆에 있는 회양목도 트리와 함께 불을 밝힌다. 우리대학교의 트리는 생나무로는 국내 최대의 규모를 자랑하며 학생들뿐만 아니라 방문객의 눈을 즐겁게 한다. 이번 점등식을 마친 트리는 내년 1월 4일까지 매일 저녁 백양로를 밝힐 예정이다. 


미리 메리크리스마스

지난 29일, 약 일주일간의 준비기간을 거쳐 설치된 크리스마스 트리의 점등식이 열렸다. 낮 5시 30분에 시작한 점등식은 합창단의 합창으로 그 시작을 알렸다. 이어 점등식을 위한 예배가 진행됐다. 올 해 점등식은 다른 해와는 달리 점등식에 참가한 일반 학생 중 두 명을 지원 받아 진행됐다. 매년 그 해에 선출된 총학생회단이 점등식에 참여했지만 올해의 경우 총학생회 선거 개표날과 점등식이 같은 날에 진행됐기 때문이다. 총장 및 학교 중역들과 함께 학생대표로 점등에 참여한 양성은(신방·10)씨는 “학교를 다니며 처음 참여해 봤는데 좋은 경험이 됐다”라며 “엄숙하고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갑자기 주위가 환해지는 느낌이 좋았다”고 말했다. 학교 인사들과 학생대표들이 버튼을 누르는 순간 약 15만개의 은하수 조명이 싸이키, 유성 등의 장식물과 함께 일제히 켜졌고 많은 사람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점등이 끝난 뒤 이어 정갑영 총장의 축하사가 이어졌다. 추운 날씨에도 트리 주변에는 계속해서 많은 사람들이 머물렀다. 축하사가 끝난 뒤 합창단의 노래에 이어 축도로 점등식은 마무리 됐다. 크리스마스가 채 한 달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점등한 트리는 겨울이 성큼 다가왔음을 알리며 낮 5시30분부터 밤11시까지 그 자리를 지킨다.


크리스마스 점등, 하루 유지비가 한 학기 등록금?

하루에 약 5시간가량 점등된 트리에 대해 하은성(사회·11)씨는 “트리가 있는 것 자체는 크게 상관이 없는데 비용이 상당히 많이 들 것 같다”며 “굳이 한 달 전부터 점등을 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하씨 뿐만 아니라 상당수의 학생들이 크리스마스 트리를 유지하는 데 상당한 액수가 낭비된다고 생각한다. 하루 유지비가 실제 한 학기 등록금과 맞먹는다는 소문이 있을 정도이다. 이에 대해 관재처 인영환 설비안전팀장은 “실제 하루에 5시간 반 정도를 점등하는데 들어가는 전기요금은 2만 7천원으로 총 점등기간 동안 약 105만원 가량의 비용이 든다”고 전했다. 이어 인팀장은 “트리의 규모는 크지만 생각보다 유지비용은 적게 들며 설치비 같은 경우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책정됐다”며 실제 학생들이 트리에 대해 걱정하는 부분에 대해 설명했다.

학생들이 가장 많이 다니는 백양로의 시작점 앞에 떡하니 버티고 서있는 크리스마스 트리에 대해 몇몇 학생들은 비싼 유지비용을 이유로 들어 좋지 않은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하지만 11월부터 내년 1월까지 우리대학교 안 크리스마스를 그리는 데에는 하루 채 3만원도 안 든다. 마음이 따듯해지는 값으로는 나쁘지 않다. 조모임과 각종 과제, 그리고 곧 다가올 시험 준비로 지친 당신, 연세의 사계절을 담아 온 화백나무 위에 걸린 겨울을 그 앞에 서서 한 번 온전히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글 김은지 기자
kej_824@yonsei.ac.kr
사진 최지은 기자
choichoi@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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