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총학생회 선본 Focus On Story와 함께한 하루

“안녕하세요. 저희 공약 한 번 봐주세요.”
“감사합니다. 소중한 하루 되세요!”

수업에 늦을까 조마조마하며 정문을 지날 때 누군가 다가와 인사한다. 빨간색 바람막이를 입고 언 손으로 리플렛을 건네며 또박또박 공약을 설명하는 사람들. 50대 총학생회 선거에 출마하는 선본, ‘포커스 온 스토리’(Focus On Story)다.

11월 22일 목요일 아침 8시. 오늘도 어김없이 유세로 하루가 시작된다. 선거 운동 기간 동안 빼놓을 수 없는 일정이다. 힘들지 않냐는 질문에 선본원 이하늘(국문‧12)씨는 “아침 6시에서 6시 반 사이에 일어나 학교에 오는 일은 힘들지만 무의식적으로 선거 운동 일정에 참여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중독’된 것 같다”고 웃어보였다.

아침 선거 유세를 끝내고 잠시 휴식 시간을 가진 다음 향한 곳은 채플이 열리는 대강당 앞. 많은 학생들이 이동하는 시간대기 때문에 한 표라도 더 잡아야 하는 선본 입장에서는 필수 공략 코스다. 학생들의 반응은 제각각이다.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며 선뜻 공약이 적힌 리플렛을 받아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아예 귀찮아하는 표정으로 선본원들을 지나치는 이들도 있다. 이에 대해 선본원 이세리(영문‧12)씨는 “선거나 선본 자체에 대해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게 공약을 설명하고 호의적인 반응을 이끌어야 할 때가 제일 힘들다”고 말했다.

오늘은 평소보다 일정이 더 빡빡하다. 아침 11시 30분부터 학생회관 앞에서 정책토론회가 예정돼있기 때문이다. 11시를 조금 넘겼을 무렵부터 학생회관 앞 계단은 각 선본의 선본원들로 가득 찼다. 사이사이 일반 학생들도 보이지만 대부분 무관심한 모습으로 좁게 난 통로를 지나간다. 그 와중에 “오늘 정책토론회였어?”나 “이번 선거에서는 정말 여러 일이 터지는 것 같다”는 학생들의 말이 한 두 마디 들려오기도 한다. 정책토론회에서 ‘포커스’를 받은 선본은 다름 아닌 포커스 온 스토리. 그 이유는 두 가지다. 우선 49대 총학생회인 포커스온의 기조를 이어받았다는 점이 작용했다. 뿐만 아니라 키오스크 사태, 중선관위 사태와 직접적으로 관련돼 있어 재단 적립금, 이글가드 등 쟁점이 되는 정책은 물론 그 외의 사안에 대해 나머지 선본으로부터 많은 질문을 받았다.

“만약 당선되신다면 다음 총학생회 선본에서는 중선관위를 직접 꾸리셔야 할텐데, 그때는 어떻게 중선관위를 꾸리실건가요?”
“총학에서 사퇴한 이대건 씨가 이번 선본에서 활동한 것에 대해 문제제기를 한 자보에 대해 답변한 것을 봤습니다. 이에 대해 부연설명 해주시죠.”

중선관위원장인 안자올(주거환경‧08)씨가 플로어 질문을 받자 학생들은 거침없이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다. 정책토론회를 마친 후 정후보 고은천(토목‧10)씨에게 오늘 정책 토론회에 대한 소감을 들려 달라 말하자 조금은 지친 낯빛으로 “날씨만큼 질문도, 정책토론회 분위기도 추웠다”면서 “타 선본의 좋은 정책을 들을 수 있는 자리를 가질 수 있어 만족스럽다”고 자신의 의견을 전했다.

일정은 계속된다. 저녁 8시에 있는 국제캠퍼스 합동 유세 및 정책토론회에 늦지 않게 도착하기 위한 선본원들로 낮 5시에 송도로 출발하는 셔틀버스는 꽉 찼다. 떠들썩하던 것도 잠시. 하루 종일 유세에 정책토론회 등으로 지친 선본원들은 한 시간 동안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노곤히 잠든 그들의 얼굴을 보노라면 선본 활동이 녹록치 않음을 알 수 있었다.

학생 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국제캠이기에 한 사람에게라도 더 다가가 선본을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선본원들은 허겁지겁 식사를 마치고 학생들이 조금이라도 모여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가 서슴없이 학생들에게 인사를 건넨다. 국제캠 유세를 앞두고 있는 정‧부후보의 각오도 야무지다. 부후보 도진석(국문‧09)씨는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느라 빨갛게 충혈된 눈을 하고서 “국제캠에만 특화된 공약을 강조하고 포커스 온 선본이 1년간 ‘국제캠퍼스국’을 설치해 학생들에게 다가갔던 점을 논리적이고 체계적으로 부각시키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이런 다짐은 빛이 바래는 듯했다. 국제캠 학생들에게 합동 유세 및 정책토론회 일정이 대대적으로 홍보되지 않아 유세가 열렸던 카페테리아에는 학생 한 명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출마 후보들과 선본원들만이 자리를 채우고 있을 뿐이었다. 이 때문에 뒤늦게 기숙사 전체에 안내방송을 하는 헤프닝이 벌어졌다. 그럼에도 포커스 온 스토리를 소개하는 차례가 돌아오자 정후보 고씨와 부후보 도씨는 씩씩하게 자신을 소개한다. 선본원들과 함께 아이유의 ‘잔소리’를 개사한 노래를 부르고 율동을 하는 데도 스스럼없다. 본격적으로 토론이 시작되자 진지한 면모를 과시했다.

“오늘 하루 수고하셨습니다.” 눈을 마주칠 때마다 인사를 나눴던 선본장 최요한(신학/경영‧08)씨의 인사를 뒤로 오늘 선본 동행 취재의 끝을 맺는다. 시종일관 밝은 표정으로 선거 운동에 임하는 선본원들과 선본장 최씨에게 좋은 소식이 날아들 수 있길. 11월 27일부터 11월 29일까지 진행될 50대 총학생회 선거가 어느 때보다 흥미진진하다.

글 곽기연 기자
clarieciel@yonsei.ac.kr

사진 김재경 기자
sulwondo21@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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