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모어스텝, 그들의 걸음에 동행하다


A.M 09:00 @공학원

“아침 먹으러 갑시다!”

아침식사도 거르고 아침 8시 20분부터 시작한 정문유세를 마친 후 <One More Step>(정후보 박중현(언홍영·10)씨, 부후보 정성훈(건축공학·10)씨)  정후보 박씨는 힘차게 말한다. 박씨는 공학원 순두부찌개를 한 술 떠 넣으며 “어제 밤에 피자의 유혹을 참았다”며 선본원들에게 자랑을 시작한다. 피곤을 느낄 새도 없이 계속되는 박씨의 장난에 선본원들은  “못생겨서 다이어트 좀 해야 한다”고 받아치며 아침식사답지 않은 발랄한 대화를 이어간다.


A.M. 10:40 @노천극장

정후보팀, 부후보팀으로 나뉘어 강의실 발언을 하던 선본원들 모두가 한자리에 모인다. 합동 유세를 하기 위해서다.  “너와 나의 시작된 변화~ 후회하진 않을 거야~♪” 문화선전국장의 지휘에 맞춰 후보자들과 모든 선본원들이 개사한 노래와 깜찍한 율동을 선보인다. 며칠간 준비한 합동유세 퍼포먼스 연습을 마치고 합동연설장으로 이동하면서도 선본원들을 북돋우기 위한 박씨의 장난은 멈추질 않는다. 뒤늦게 합류한 선본원에게 “주의할 점이 있다”며 진지하게 말을 꺼낸 박씨는 “연설 듣고 울면 안 돼”라며 농담을 던진다.


A.M. 11:20 @중앙도서관 앞

6개의 선본이 모두 모인 합동연설장. 긴장되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부후보 정씨는 “어제 라디오출연은 생방송이라 너무 긴장했는데. 이건 웃↗기면 웃↗으면 되잖아요.”라며 사투리 섞인 말투로 장난스럽게 대답한다. 하지만 연설을 시작하자 그런 장난기 어린 모습은 찾아볼 수 없이 누구보다도 우렁차게, 그리고 누구보다도 진지하게 말을 이어나간다. “2013년은 소통과 민주주의를 회복해야 하는 한 해입니다.” “우리가 가진 힘을 최대로 끌어올려서 학교에 분명히 보여줘야 합니다.”

 


P.M. 02:20 @학관

점심식사 후 선본방에 모인 선본원들이 다함께 머리를 맞대고 무언가 하고 있다. 리플렛에 지워야 하는 한 문장이 있다며 한 장,한 장 수정테이프로 작업을 하는 것이다. 그들의 아지트와도 같은 선본방에는 다 마신 에너지드링크 캔이 아무렇게나 나뒹굴고 있고, 치약이나 로션과 같은 생필품들도 보인다. 선본원 황윤기(언홍영·12)씨는 “가장 힘들 때요? 3일 못 씻었을 때? 아직은 이틀째라서 괜찮아요”라며 웃는다.

 


P.M. 03:15 @연희관

선본실에 앉아서 눈 붙이기도 잠깐, 박씨는 다시 강의실로 발언을 하러 이동한다. 이동하는 길에 “목을 아끼라”는 기자의 말에도 정책내용을 기자에게 설명하며 열변을 토하는 박씨. 보다 많은 학생들을 만나기 위해 쉬는 시간 10분 안에 3개의 강의실을 돌지만, 연설시간 2분이 박씨에게는 너무 짧다. 선본원들은 정각이 다 되도록 먼저 강의실에 도착한 다른 행정학과 선본의 발언이 끝나지 않는 것을 보고는 바로 토론수업이 진행되는 강의실로 이동한다. 박씨는 “토론을 위주로 진행되는 수업에서는 교수님께 양해를 구하고 피드백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하며 용기 내어 다시 강의실 문을 두드렸다. 흔쾌히 토론을 허락해주신 교수님 덕에, 박씨는 “맨투맨 설문조사를 현실화할 수 있느냐”는 등 날이 선 질문들에 맞닥뜨린다. 어떤 질문에도 자신의 소신을 힘 있게 이야기하는 박씨의 모습에 선본원들은 감탄을 아끼지 않는다. 어떻게 모두 대답할 수 있냐는 선본원의 물음에 박씨는 “사실 예상 질문 다 준비했다”고 답해 장난기 속에 가려졌던 준비성 있는 모습이 보였다.

 


P.M. 03:55 @과학관

“계단으로 가도 괜찮죠?”
1층, 3층, 6층에 위치한 세 개의 강의실을 10분 안에 돌아야 하는 상황. 선본원들은 일분, 일초라도 아끼기 위해 기자에게 양해를 구한다. 그러나 6층 강의실에도 학생들이 없고, 뒤이어 방문한 3층 강의실에도 학생들이 없다. 1층도 마찬가지다. 시간은 정각에 가까워오는데 다시 6층 강의실에 가 봐도 마찬가지다. 하는 수 없이 과방, 동아리방로 발길을 돌린 선본원들은 한 강의가 15분에 시작한다는 소식을 듣고 다시 1층으로 향한다.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건 별로 안 힘들어요. 학생들이 없을 때가 힘 빠지죠.”

 


P.M. 04:30 @중앙도서관

수업이 진행되는 시간에도 유세는 멈추지 않는다. 학생들에게 직접 리플렛을 전해주고 피드백을 받기 위해 정씨는 학생들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가서 말을 붙인다. “<원모어스텝> 들어보셨어요? 정책신문 한 번 읽어 봐주세요.” 웃으면서 받아주는 중앙도서관의 몇몇 여학우들의 반응에 “인기가 좋다”고 칭찬하자 “공대가면 싸해요”라고 대답하는 정씨. 많은 학생들이 공략을 관심 있게 보기보다 외모 보고 투표하는 경우가 많다는 말에 “득 될 건 없지만 손해 볼 것도 없죠”라며 너스레를 떤다.

 


P.M. 05:30 @정문

해가 떨어지기 시작하고 모두가 하교하는 시간. <One More Step>은 오늘의 마지막 선전을 시작한다. “하나, 둘, 셋! 안녕하세요 One More Step입니다” 추운 날씨에 선본 옷 하나만을 걸치고 목이 터져라 소리쳐야 하지만, 지친 기색은 없다. 선본원 이수현(국문·10)씨는 “힘들지만 매일 함께 하니까 서로에게서 에너지를 얻는다”고 말한다. 고된 유세활동에도 “학생들이 공약을 통해 여러 문제에 관심을 가지는 것만 해도 선거는 매력적”이라고 말하는 박씨. 그들의 다음 한걸음이 기대된다.


글, 그림 김신예 기자
shinyekk@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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