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감독시험은 시험 시 감독이 들어오지 않고 학생 스스로의 양심에 따라 시험을 치루는 제도로 학생들의 정직성과 도덕성 함양 및 공동체 구성원간의 신뢰 향상을 목적으로 시행되는 제도다. 우리대학교 원주캠은 지난 2008년부터 추진해 온 그린캠퍼스 5개 캠페인의 일환으로 2012학년도 1학기 중간시험부터 무감독시험을 본격적으로 도입했다.

성장을 향한 발판

무감독시험은 학생들 개개인들에게 교육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학생과 학생 혹은 학생과 교수 등 교내 구성원들 간의 신뢰를 형성할 수 있다. 무감독 시험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 이를 시행하는 학교의 대외적 이미지 및 위상이 상승하는 효과도 있다. 지난 19일부터 23일까지 원주캠 학생 48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무감독시험에 대해 만족한다고 답한 학생들은 무감독 시험의 긍정적 효과로 ‘학생들의 도덕성 함양’ (57.3%)과 ‘교수와 학생 간 신뢰감 형성’ (36.7%)을 꼽았다. 임진명(인예국문·08)씨는 “학생들간의 도덕성을 믿을 수 있어 무감독시험이 좋았다”며 “무감독시험을 1학년 과목뿐만 아니라 전체 과목으로 확대 시행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학교 측에서도 무감독시험을 긍정적으로 자평한다. 이인성 원주캠 부총장은 “시행 초기라 서투른 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대학문화를 선도한다는 차원에서 충분히 의미있는 시도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재 무감독 시험 대상과목들은 ▲1학년 모든 과목 ▲100명 이상 대형 강의(2, 3, 4학년의 비중이 20%를 넘는 강의 제외) ▲교수재량에 따른 기타 과목이다. 원주캠 교무처장 이경중 교수(보과대·의공학)는 “점차 전 학년을 대상으로 시행할 수 있도록 확대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무감독시험의 가장 큰 문제

무감독시험에 대해 학생들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부정행위자 발생이다. 학교 측은 학생들의 부정행위를 막고 건전한 무감독 문화를 선도하기 위해 무감독 서약식, 무감독 시험을 격려하는 학부모 편지 전달식 등 다양한 캠페인 활동을 펼쳤다. 원주캠 RC센터에서는 학사 마스터 교수 및 RA를 대상으로 무감독시험 설명회를 개최하기도 했고 시험 기간에는 교내 현수막 설치 및 피켓 캠페인으로 1학년 학생들이 무감독시험에 대한 건전한 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학교측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많은 학생들은 여전히 무감독시험 시행시 부정행위를 우려하고 있다.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무감독시험에 대해 반대한다고 응답한 학생들 중 42.9%의 학생들이 부정행위로 인한 시험 공정성 훼손을 우려한다고 답했다. 실제로 지난 2012학년도 1학기 기말고사 교양과목에서 단체 부정행위가 발생하는 사례도 있었다. 김동규(정경경제·08)씨는 “1학년 학생들이 컨닝을 계획했는데 시험 당일 조교가 감독으로 들어와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 아쉬워하는 것을 목격한 적이 있다”며 “무감독시험이 오히려 부정행위를 조장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설문조사에서 ‘나는 들키지만 않는다면 부정행위를 할 것 같다’라는 문항에는 24%의 학생이 ‘그렇다’고 답했다. 무감독시험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학생 중 무감독시험 도중 부정행위를 한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8.3%의 학생이 ‘부정행위를 했다’고 답하기도 했다.

 

부정행위, 그게 다가 아냐

부정행위 뿐만아니라 다른 불만들 또한 많다. 무감독시험을 시행해 본 경험이 있으나 무감독시험에 불만족하는 학생들은 불만족의 이유로 ▲부정행위로 인한 시험 공정성 훼손(36.3%) ▲어수선한 시험장 분위기로 인한 집중도 저하 (28.6%) ▲시험지 배부, 시험 시간 안내 등 전반적인 진행 미흡 (21%) ▲학생들이 서로 감시하는 분위기 형성(12.1%) 등을 들었다.

무감독시험에서는 필기구를 제외한 모든 것을 수거한다. 하지만 핸드폰을 소지한 채 시험에 응시하거나 시험시간에 핸드폰 벨소리가 울리는 경우도 빈번하다. 이아무개씨는 “시험을 시작하려는데 핸드폰을 소지한 학생들이 계속 발견돼 시험 진행이 늦어진 적이 있다”고 말했다. 감독이 없기 때문에 시험장의 분위기가 다소 어수선해지는 경우도 있다. 시험지 배부를 하거나 시험문제에 대한 질문이 생기는 등 돌발상황이 발생할 때 해결할 사람이 부재한 것도 문제다. 때문에 현재 무감독시험에서는 학생 대표 1인에게만 핸드폰 소지를 허용해 만약의 사태가 발생했을 시 교수에게 연락을 취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학생 대표 선정의 기준이 모호해 문제가 제기되기도 한다.

또한 일부 무감독시험의 경우 시험장 내에는 감독이 없었지만 시험장의 문을 열어 놓은 채 시험장 밖에서 조교가 감독을 하는 경우가 있었다. 형식만 무감독시험일 뿐, 결국 시험에 대한 감독이 이뤄지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들에 대해 이교수는 “무감독시험이 시행 초기 단계에 있기 때문에 불안정한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며 “무감독시험을 시행하는 부분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은 앞으로 연구해 개선해 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무감독시험을 통한 교수와 학생, 학생과 학생 등 공동체 구성원간의 신뢰향상은 무감독시험 시행의 가장 큰 목적 중 하나다. 하지만 오히려 무감독시험 자체가 서로를 서로에 대한 감시자로 만들어 불신을 조장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실제로 ‘무감독시험 시행 시 나를 제외한 다른 학생들이 부정행위를 할 것 같다’라는 항목에 43.1%의 학생들이 ‘그렇다’고 답했다. 이는 학생들 상호간의 신뢰가 아직 형성돼 있지 않은 모습을 보여준다.

현재 무감독시험에서는 학생들이 지정된 좌석에 앉도록 지정좌석제를 시행하고 있다. 지정좌석제는 무감독시험 시행이 초반임을 고려해 부정행위 방지를 위한 최소한의 장치지만 학생들에 대한 온전한 신뢰를 기반으로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무감독시험의 본래 취지와 맞지 않는다.
무감독시험 시험지의 마지막 부분에 부정행위를 한 것으로 의심되는 학생의 이름을 기입하는 문항 또한 상호 불신을 조장할 가능성이 있다. 유주미(인예영문·10)씨는 “무감독시험을 치르는 방법들 자체가 상호 신뢰 형성에 어긋나는 방안들인 것 같다”고 말했다.

 

충분한 의견 수렴절차 없어

무감독시험 시행 전 학생들의 의견 반영 및 여론 조사는 전혀 진행돼지 않았다. 한기수 전 원주부총장은 시험을 약 한달 여 앞둔 시점에서 채플을 통해 학생들에게 처음 무감독시험 시행 확정을 알렸다.
반면 이번 2012년 2학기에 무감독시험을 도입한 대구가톨릭대는 무감독시험을 도입하기 전, 토론회를 개최해교수와 학생이 무감독시험에 대해 이해하고 의견을 공유했다. 무감독시험의 도입이 결정된 후에도 무감독시험제도를 모든 교과목에 대해 전면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학과별로 신청을 받아 희망 교과목에 대해서만 실시했다. 무감독시험을 신청한 학과는 25개 학과의 50개 교과목이며 동참한 교수는 40명, 학생은 모두 1천209명이다. 무감독시험에 참여하는 대구가톨릭대 학생들은 모두 시험 전 부정행위를 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작성하며, 한 명이라도 서약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해당 교과목은 무감독시험을 진행할 수 없다. 학내 구성원들간의 충분한 의견수렴 없이 무감독 시험을 시행했던 원주캠과 차별되는 모습이다.

 

무감독시험이 정답일까?

현재 무감독시험은 우리대학교 원주캠 외에도 많은 학교에서 시행중이다. 지난 2005년에는 경기도 교육청이 경기도 90개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무감독시험을 시범운영했다. 2006년에는 초등학교와 중학교 109곳에서 무감독시험을 확대 시행했다. 서울고등학교, 양정고등학교 등 서울 시내 초, 중, 고등학교를 비롯해 대학교에서도 무감독시험을 시행하는 학교가 늘고 있다.

한동대는 개교를 하면서부터 무감독시험을 도입해 현재 18년째 시행하고 있다. 무감독시험에 관한 시행 세칙이나 관련 부서는 존재하지 않지만 모든 시험이 관례적으로 무감독시험으로 진행되고 있다. KBC클린코리아에서 한동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한 번도 부정행위를 하지 않았다’고 답한 학생은 60%였으며 4%의 응답자는 ‘부정행위를 한 적이 있고 앞으로도 할 것’이라고 답했다. 한동대에서는 부정행위가 적발 되면 해당 과목의 교수가 재량으로 성적처리를 하며 징계위원회가 꾸려져 부정행위자에 대한 처벌을 결정한다. 한동대 송홍석(경영·08)씨는 “부정행위자를 발견하더라도 학교 전체적으로 개인의 양심을 존중하는 분위기라서 실제로 고발하는 학생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정행위자에 대한 관리가 확실하게 이뤄지지 않는 것이다. 한동대 관계자는 “부정행위 등 약간의 부작용이 있더라도 교육효과라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으므로 그 부작용은 감수하고 시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부정행위가 발생하면 시험을 통해 학생들의 실력을 정확히 평가하는 것이 불가능해진다. 해당 교과목에 대한 학생들의 지식수준을 평가하는 시험 본래의 목적이 무감독시험의 ‘교육효과’를 위해 희생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성균관대 사범대에서는 지난 2005년 무감독시험을 도입했지만 1년 만에 무감독시험 시행이 중단됐다. 해당 단과대 교수진이 무감독시험의 취지에 공감하지 못해 참여율이 저조했기 때문이다. 무감독시험이 도입된 당시 사범대 학장이었던 성균관대 수학교육과 강옥기 교수는 “일부 학생들이 강의평가를 통해 부정행위에 대한 우려를 표현하기도 하고, 다른 전공 교수들의 호응이 부족해 지속적으로 시행할 수 없었다”며 “현재는 대학원의 일부 수업에서만 무감독시험을 실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성균관대 사범대의 무감독시험 사례는 철저한 사전 준비와 교수, 학생들과의 충분한 논의 없이는 무감독시험이 제대로 이뤄질 수 없는 현실을 잘 보여준다.

 

신촌캠과 국제캠도 머지않아

무감독시험은 현재 원주캠에서만 시행 중이다. 하지만 신촌캠과 국제캠도 무감독시험 시행의 가능성이 분명히 열려있다. 지난 5월 11일 중앙일보에는 우리대학교 정갑영총장의 인터뷰 기사가 실렸다. 정 총장은 기사를 통해 오는 2013학년도부터 1학년을 대상으로 시행되는 RC제도에서 “1학년 학생들에게 무감독시험이 도입된다”고 밝혔다.

우리신문에서는 지난 20일부터 22일까지 우리대학교 신촌캠 및 국제캠 학생 538명을 대상으로 무감독시험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90.1%인 485명의 학생이 현재 원주캠에서 무감독시험이 시행되고 있는 사실을 몰랐다고 답했다. ‘학교에서 무감독시험을 시행하는 목적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라고 묻는 질문에는 43.6%와 49.0%의 응답자가 ▲학생들의 도덕성 함양 ▲교수, 학생 간 신뢰감 구축을 택해 우리대학교가 표방하고 있는 무감독시험의 취지를 잘 숙지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그러나 ‘대학교에서 시행되는 무감독 시험은 정직성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는 문장에 동의하는 정도를 묻는 문항에 ‘그렇지 않다’와 ‘매우 그렇지 않다’고 대답한 학생이 58.7%로 과반을 차지했다. 많은 학생들이 무감독시험의 취지를 잘 알지만 그 실효성에 대해서는 신뢰하지 않는 것이다. 또한 기타 의견으로 ▲교수의 편의 ▲예산 감축이 무감독시험의 주요 목적이라고 답했다.

응답자의 81%는 무감독시험이 도입된다면 ‘부정행위로 인한 시험 공정성 훼손’이 우려된다고 답했다. 실제로 ‘나는 들키지만 않는다면 부정행위를 할 것 같다’에 ‘매우 동의한다’고 답한 학생은 13%, ‘동의한다’고 답한 학생은 23.9%에 그쳐 ‘동의하지 않는다’와 ‘매우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한 41.4%의 응답자에 미치지 못했지만 ‘나를 제외한 다른 학생들은 무감독시험이 시행되면 부정행위를 할 것이다’에 긍정적으로 답변한 응답자는 59.7%에 달했다. 많은 학생들이 무감독시험이 도입되면 자신은 부정행위를 하지 않을 것이지만 다른 학생들은 충분히 부정행위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또한 ‘무감독시험에서 부정행위자를 발견하면 신고할 것’이라는 문항에 ‘그렇다’와 ‘매우 그렇다’고 답한 학생은 42.1%로 전체 응답자의 절반에 미치지 못했다. 현 상태로 무감독시험이 도입돼 시행된다면 부정행위자를 제대로 적발해 처리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신촌캠과 국제캠 응답자 중 71.7%가 무감독시험을 신촌캠에 도입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정총장의 발언을 현실화하기에는 아직까지 학생들의 이해와 동의가 부족한 것이다. 신촌캠 교무처장 정인권 교수(생명대·바이러스학)는 “현재 신촌캠에 무감독 시험을 도입하는 것에 대해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기와 방향에 대해 논의된 사항은 없지만 언젠가는 도입할 예정”이라고 말해 신촌캠에도 무감독시험이 도입될 가능성을 내비쳤다.


지켜봐야 할 무감독 시험

무감독시험은 아직 시행 초기단계에 있다. 때문에 무감독시험에 대한 교육효과를 정확히 판단하는 것은 이르다. 그러나 무감독시험에 따르는 문제점이 발견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무감독 시험이 안정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과 기본 제도의 정비가 선행돼야 한다. 이 원주캠 부총장은 “제도적 보완뿐만 아니라 참여하는 학생들의 인식과 마음가짐의 변화가 중요하다”고 전했다. 더불어 신촌캠과 국제캠에 무감독 시험을 도입할 경우 충분한 논의와 신중한 태도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시나경 기자 snk329@yonsei.ac.kr
홍근혜 기자 gnelism@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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