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 도는 『1000% 공감, 전국 교장선생님들의 거짓말』이라는 제목의 그림이다. 지금은 추억으로 남은, 월요일 아침 운동장조회에서의 교장선생님의 주옥같은 훈화말씀 시간. 학생들은 더 이상 교장선생님의 마지막 아닌 “마지막으로”에 낚이지 않는다. 5분만 더, 마지막으로 한 마디만 더 해주고 싶으신 마음은 정말 감사하지만, ‘나이가 먹으면 말이 많아진다’며 잔소리를 늘어놓으시는 교장선생님을 비롯한 어른들의 말씀을 새겨듣기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게티즈버그 연설의 비밀

미국이라고 달랐을까. 지난 1863년 오늘인 11월 19일, 남북전쟁의 최대 격전지이자 엄청난 사상자를 낳은 게티즈버그에서 국립묘지 개관식이 있었다.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 애드워드 에버렛은 두 시간 동안 열변을 토해 연설했다. 그러나 우리가 ‘게티즈버그 연설’로 알고 있는 것은 이것이 아닌 링컨 대통령의 단 2분짜리다. 링컨 대통령은 에버렛의 연설 후 단상에 올라 10개의 문장으로 된 연설문을 읽고는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는 이 지상에서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끝맺었고, 이것은 149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교과서에 실려 있을 정도로 민주주의를 가장 적절하게 설명한 명연설로 평가받고 있다. 이 연설은 때로는 장황한 설명보다 압축적으로 표현한 한 마디 말이 사람들의 기억 속에 오래 남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대표적인 예다.

엘리베이터에서 KISS 하라

상대를 설득하고 싶으면 ‘엘리베이터에서 KISS하라’는 말이 있다. KISS는 ‘Keep It Short&Simple’의 약자로, 엘리베이터에 타 있는 60초 이내의 시간 만에 짧고 간결한 스피치로 상대방을 설득할 줄 알아야 한다는 뜻이다. 이 ‘엘리베이터 스피치’는 헐리우드 감독들 사이에서 처음 사용된 말로, 짧은 시간 안에 투자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전략이었다. 또 세계적인 기업인 맥킨지는 바쁜 고객들과의 미팅 시간을 잡기 힘든 경우 엘리베이터에 동승해 이 ‘엘리베이터 스피치’를 하라고 교육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스티브 잡스 역시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직원들에게 질문을 던지고는 제대로 대답하지 못한 직원들을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는 순간 해고했다는 웃지 못 할 일화가 있다.

짧고 강하게!

http://www.29sfilm.com/2012/Sub_ContestFilmView.aspx?movieidx=1590122 제2회 29초 영화제 일반부 특별상 『smart외톨이』 - 신경진 감독
함께하기, 터치하기, 대화하기. 사랑하지만 사람은 아니다

수많은 정보가 도처에 넘쳐나고 “시간 없어, 빨리 빨리”를 입에 달고 사는 현대인에게 간결해야할 것은 연설뿐만이 아니다. 영화도 이제 29초짜리가 대세다. 올해로 2회째를 맞는 ‘29초 영화제’는 29초짜리 영화로도 메시지를 임팩트 있게 전달하는 것이 가능함을 보여준다. 오히려 영상이 짧을수록 기억하기 쉽고, 인상적으로 각인될 수 있다는 장점을 이용한 것이다. 스피치, 영화 등 장르를 넘어 ‘간결하고 확실한 메시지’와 ‘인상적인 표현능력’은 이제 현대인에게 필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속도경쟁 사회에서 상대를 긴 말로 괴롭히다가는 누구라도 살아남기 힘들 것이다.

그러니 기사도 여기서 끝.

글 김신예 기자 shinyekk@yonsei.ac.kr
사진 구글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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