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수학능력시험과 수시모집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여러 대학들이 입학전형 변경안을 내놓아 수험생과 학부모들에게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얼마 전 서울시립대는 수시 정원의 40% 가량을 수능조건을 배제하고 논술만으로 선발하며 교외 활동으로 취득한 자격증과 수상 실적, 어학능력시험 점수 등 외부 서류들을 인정하지 않고 학교생활기록부와 자기소개서 등으로만 평가하는 대학 입학 전형 개선안을 내놓은 바 있다. 서울대는 입학사정관 전형을 포함해 정시모집에서도 면접을 통한 인성평가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발표했으며 이화여대도 사실 확인 중심으로 진행되던 면접 방식에서 벗어나 상황을 설정하고 수험생의 즉각적인 판단과 반응을 알아보는 상황 면접 방식을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지난 2008학년도 대입전형을 보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수능시험이 등급제로 바뀌면서 많은 대학들은 서둘러서 정시에서 논술을 실시했다. 2009학년도 수능시험에서 점수를 공개하자 2009학년도 정시에서 논술을 실시하겠다고 밝힌 45개 대학 중 32개 대학이 정시에서 논술을 실시하지 않았다. 어떻게 이처럼 빠르게 대학입시가 변화되는가? 변화가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급속하게 변화되는 것이 문제다. 최근 우리나라의 입시 제도는 수시모집의 확대나 입학사정관제 도입 등 급속하게 변화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가 점진적으로 추진되지 않고 대학의 일방적인 주도하에 급속도로 추진되면서 수험생을 비롯해 학부모들에게 혼란을 가중시키고 또 다른 피해를 낳고 있다.

과연 대학들이 하루아침에 대학입시를 준비할 수 없는 수험생의 입장을 배려하는지 의구심을 갖게 한다. 계획을 세우고 준비하던 수험생과 학부모들 그리고 진학 지도 교사들에게 대입제도의 급격한 변화에 대한 예견능력까지 갖추라는 말인가? 왜 그들이 장기적인 계획을 가지고 학업을 정진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해주지 못하는 것인가?

대입제도가 초·중등 교육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수요자가 변화의 필요성을 납득할 수 있도록 오랜 기간의 홍보와 설득과정을 거쳐 점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대학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를 제대로 선발하고자 한다면 대학은 장기적인 비전과 목표를 가지고 입시제도의 일관성을 유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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