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찾아오는 우울한 감정들, 왜 이러는 걸까요?

‘비를 맞으면서 걷고 있는데 뒤에서 한 남자가 뛰어와 우산을 씌워줬다! 훈훈한 세상이구나!’
- 세순이의 페이스북 상태 업데이트
‘빗방울들은 비라는 이름으로 함께 다니는데 나는 왜 그 길거리를 혼자 걸어야만 하는 걸까. 투닥투닥 빗소리가 날 비웃는 것 같았다.’                    -세순이의 싸이월드 다이어리

싸이월드와 페이스북을 모두 이용하는 사람이라면, 페이스북 뉴스피드와 싸이월드 모아보기를 보면서 의아함을 느낀 적이 있을 것이다. 페이스북 뉴스피드에는 즐겁고 자랑스러운 내용이 많은 반면에 싸이월드 모아보기에는 우울함이 묻어나는 고민의 흔적들이 대부분. 보다 개방적인 공간에서는 긍정적인 이야기가 넘쳐나지만 더 개인적인 공간에서는 모두에게 드러내기 어려운 우울한 감정들이 넘쳐나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사람이기 때문에

이렇게 이중적인 감정은 비단 페이스북과 싸이월드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오프라인에서도 아무 문제없이 학교생활을 하던 대학생이 어느 순간 우울한 감정에 젖어드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흔히 ‘새벽감성’이라 부르는 감정 중에 우울함이 녹아있는 경우가 많다.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다 혼자만의 시간을 갖게 되면, 바쁜 일상에서 뒤로 미뤄놓았던 고민과 우울감이 고개를 내밀게 되는 것이다.

최근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흔히 ‘우울감’이라고 하면 병리적인 우울증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우울한 감정은 병리적 우울증에 걸린 사람만이 느끼는 극단적인 감정만은 아니다. 누구든지 일상생활을 하다가도 우울감을 느낄 수 있다.

이러한 우울감에 대해 양재원 교수(학부대‧임상심리)는 “감정기복이 심할 경우에는 문제가 될 수 있지만, 감정이 변화하는 것은 누구든지 겪는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때때로 찾아오는 우울감도 흔히 겪는 감정의 변화 중 하나로 즐거움과 슬픔과 같은 감정 중 하나로 볼 수 있는 것이다.

당연한 변화에도 이유는 있는 법. 대학생들이 일상에서 문득 우울감을 느끼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상에서 마주하는 우울감에 대해 양 교수는 “우리가 행복과 우울을 느끼는 이유는 상당 부분 대인관계에서 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대인관계가 원만하면 주로 행복감을 느끼지만, 친밀한 대상을 상실하는 등 대인관계에 문제가 생기면 우울감을 느끼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학생들의 경우 고등학교 때까지와는 확연히 다르게 인간관계가 확장되는 반면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더 힘들어진다. 안정적으로 생활하는 공간도 없을뿐더러, 대부분 피상적인 관계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마음이 맞는 사람을 만나기도 하지만 각자의 생활을 하다 보면 그 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쉽지 않다. 이런 불안정한 상황에서 대학생들은 대인관계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되고, 그 결과 우울감을 느끼게 된다.

살며시 우울 권하는 사회?

그러나 대학생들이 우울감을 느끼는 원인이 대인관계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힘든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불러내 술 한 잔 할 수 있는 친구가 많은 ‘사람부자’라고 하더라도 우울감과 마주하는 순간이 있을 수 있다. 무책임하게 “힘들 때 힘들다고 편히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으니 괜찮을 것이다”라고 말 할 수 없다. 이미 우리는 우리를 힘들게 만드는 사회 속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이화여대 한국여성연구원 정승화 교수는 “우울함의 원인을 개개인의 대인관계에서 찾을 수도 있겠지만 사회문화적 요인도 존재한다”며 “지나치게 경쟁적인 현실이 대학생들이 우울감을 느끼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단군 이래 최고의 스펙’을 갖고 있다는 요즘의 대학생들이 원하는 직장에 취업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학생들은 각종 스펙을 쌓기 위해 바삐 뛰어다닐 수밖에 없는, 여유가 없는 삶을 살게 되는 경우가 많다. 계속 되는 경쟁에서 오는 피로감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 등이 뒤섞여 대학생들은 우울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스펙을 쌓으며 살지 않는, 또 다른 길을 걷고자 하는 대학생이라도 사회적인 분위기 때문에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자신이 택한 길을 걸어가고자 하지만 다수가 택한 길로 뛰어가는 친구들을 보면 자신이 뒤처지는 것은 아닐까 어느 순간 불안해지기 시작한다. 이런 불안감은 20대라면 당연히 할 수 있는 고민과 경험에 집중하는 것을 무의미하게 느끼게 만든다. 실제로 이런 이유로 상담센터를 찾는 학생들도 적지 않으며, 그 학생들은 큰 우울감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 

우울함에 대처하는 우리들의 자세

‘대인관계에서 오는 우울감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대인관계의 폭을 넓히고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운동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치열한 경쟁이 난무하는 현실에서 기인한 우울감을 없애기 위해서는 경쟁적인 사회의 분위기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 일상적인 우울감을 없앨 수 있는 좋은 해결책들이다. 우리대학교 상담센터 이경아 전임상담원은 “이 해결책도 효과적이지만 우울감을 느끼는 것은 대인관계나 경쟁 등 한 부분에서 기인한 것이 아닌 각 원인이 유기적으로 연관된 통합적인 문제”라고 말했다. 또한 “우울감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상황과 사람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확실한 치료법을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그렇다고 우울감에 대처하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 상담원은 “상대방이 왜 우울해하는지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고 말했다. 우울감에 대해 이야기하면 조금이라도 우울감을 해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울감을 표현하는 것이 힘들겠지만 주변에 있는 연장자와 대화해보거나 상담센터를 찾아 대화를 해보면 마음에 있는 ‘우울’이라는 짐을 조금이라도 덜 수 있을 것이다. 주변에 있는 사람들도 지인이 이야기를 쏟아낼 때 답을 내려줄 수 없다고 겁먹지 말고 일단 경청할 필요가 있다. 당신의 귀가 우울감으로 식어버린 차가운 마음을 녹아내리게 할 따뜻한 위로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르니 말이다.

글 최지은 기자 choichoi@yonsei.ac.kr
사진 네이버이미지


본 글은 연세대학교 공식언론사 연세춘추 웹진 『CHU-ing』에서 연재하는 글입니다.
본지의 허락없는 무단 도용, 불펌, 인용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2012 by. CHU-ing
All contens cannot be copied without permissions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