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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동아줄에 매달린 연구 역량연구비·시설 공간·대학 평가의 한계, '세계 수준 연구중심대학' 앞에 가로놓인 수많은 장애물
  • 정기현, 안규영, 배아량 기자
  • 승인 2012.09.08 17:21
  • 호수 16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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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진의 연구력은 여러 대학평가 기준에서 항상 큰 비중을 차지할 만큼 대학을 평가하는 중요한 요소다. 우리대학교는 최근 세계적인 ‘연구 중심 대학’이 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그러나 교내·외적으로 많은 요소들이 우리대학교가 뛰어난 역량을 지닌 대학으로 거듭나는데 방해가 되고 있다.

교수가 연구를 하기 위해 필요한 기본 자원은 연구비와 연구를 할 수 있는 공간을 들 수 있다. 연구비의 경우에는 정부가 제공하는 연구비가 총 연구비의 70~80%를 차지한다. 이러한 정부 연구비는 교수에게 일괄적으로 지원되는 것이 아니라 교수가 각자 직접 정부 연구 기관에 지원금 신청을 하고 신청자간 경쟁을 통해 연구비를 받는다. 연구 공간은 학교가 교수들에게 제공한다.

이공계, 이제는 한계다?


현재 우리대학교는 연구비와 연구 공간 측면에서 모두 위기라고 할 수 있다. 이공계열의 경우 작년 총 연구비가 예년에 비해 4% 감소해 1천 797억 원이 책정됐다. 우리대학교 이공계열 교수들은 연구비 부족을 절감하고 있다. 김용록 교수(이과대·물리화학)는 “이공계열 연구는 설비·기계 투자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연구비가 감소하면 연구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연구비 부족 현상은 특히 이과대가 심각한데 이는 이과대 교수 중 기초과학연구원(아래 IBS)의 연구단에 한 명도 선정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IBS는 지난해 국제 과학 비즈니스 벨트 사업의 일환으로 정부가 설립한 연구원으로, 연구단으로 선정되면 연구단 당 100억원의 지원을 받는다. 우리대학교 이과대 교수들은 올해 선정된 포항공대, 서울대, KAIST 등 총 10명의 연구원에 밀려 사업단에 선정되지 못했다. 이 프로젝트는 정부가 지원하는 기초·원천 연구 중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여기에 선정되지 못하면 남은 예산을 지원받기 위해 교수들은 치열하게 경쟁해야 한다. 이과대 부학장 오경환 교수(이과대·광학)는 “연구비가 모자라 한참 연구가 왕성해야할 때인 조교수들이 연구비를 지원받기 위해 시간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설상가상으로 이과대의 모든 과들이 7년 동안 지원을 받아왔던 대학원생 지원 사업단 Brain Korea 21’(아래 *BK21)이 내년에 종료된다. 이후 새로운 사업단이 시작되면 이에 선정되기 위해서 또다시 타 대학들과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한다. 오 교수는 “IBS에 선정되지 못해 연구비가 부족한 와중에 내년에는 BK21의 지원도 끝나 이과대에 큰 난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연구비뿐만 아니라 연구 시설 공간 또한 부족한 실정이다. 실제로 공과대의 경우, 지난 5월 공과대 건물 증·개축안이 발표되긴 했지만 현재는 연구시설면적이 경쟁대학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상태다. 국내 공과대 5위권 내의 경쟁 대학인 서울대, 카이스트, 포스텍의 시설 면적은 각각 교수 1인당 서울대 21.6㎡, 카이스트 35.3㎡, 포스텍 18.2㎡이다. 이에 반해 우리대학교 공과대의 시설 면적은 10.4㎡ 밖에 되지 않는다. 공과대 곳곳에는 연구 시설 면적 부족으로 인해 자리를 찾지 못한 연구 설비들이 널려 있다. 홍종일 교수(공과대·정보재료)는 “마땅한 공간이 없어 교수들의 사무실에도 커다란 연구 설비가 들어와 있는 실정이다”라며 “신임 교원들도 계속해서 들어오고 있는데 공간은 한정돼 있어 문제다”고 말했다.

이과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김 교수는 “서울대, 카이스트, 포스텍 모두 자연과학대학의 교수 1인당 연구 실험 공간이 40평 이상인데 우리대학교는 고작 20평 남짓이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지난 2008년부터 독립해 신입생을 받은 생명대의 경우 상황은 더욱 열악하다. 생명대는 교수 연구실 부족 문제뿐 아니라 학부 강의실의 경우 시스템생물학과 생화학과는 이과대에서, 생명공학과는 공과대에서 강의실을 빌려 쓰고 있는 실정이다. 최강열 교수(생명대·세포분자생물학)는 “독립된 단과대로 분리돼 나온 이유가 유사분야 교육 및 연구 경쟁력 확보, 시너지 유도 등이었는데 이를 달성하기 위한 건물과 교육 여건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며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인문·사회계열, 의미없는 수치화


지난 2011년 중앙일보 대학평가에서 우리대학교는 교수 연구 항목을 평가하는 기준 중 하나인 ‘인문사회 교수 당 국내논문 게재 수’에서 예년보다 20위 하락한 34위를 기록했다. 이는 중앙대, 경희대, 부산대에도 뒤진 실적이며 결과적으로 우리대학교 종합 순위에 영향을 줬다. 모 교수는 “우리대학교 단과대 중 상대적으로 인문사회계열이 좀 더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설혜심 교수(문과대·영국사)는 “논문 개수가 적다고 해서 절대로 수준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며 “문과대는 이공계와는 성격이 매우 달라 논문을 쓰려면 긴 시간 동안의 사색과 탐구가 요구되는데 이를 개수만으로 계량화해 평가하는 것은 인문계열의 성격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고 지적했다.


또한 인문사회계열은 정교수가 돼 정년 보장을 받으면 연구와 논문 발표가 소홀해지는 경우가 있다는 지적을 타 단과대보다 상대적으로 많이 받는다. 실제로 교원 1인당 직급별 국내외 논문 수 통계에 의하면 인문계열은 조교수와 정교수의 논문 개수가 2배 이상의 차이를 보인다.

이에 대해 정명교 교수(문과대·국문학)는 “직급별 논문 수 차이의 원인 중 하나는 조교수, 부교수의 승진 조건”이라고 말했다. 우리대학교 인문 분야의 경우 연간 12~15학점의 강의를 하는 교수가 정교수가 되기 위해서는 국내1등급 이상 학술지에 논문 6편(저자수 2인 이하 4편 포함) 이상을 써야 한다. 덧붙여 정 교수는 “인문사회계열 정교수는 봉사, 학술회 참석 등의 연구 외적인 대외적인 활동이 많아져 연구에만 몰두하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연구실적과 연구비, 상관관계 없다?


한편 지난 2011년 인문사회계열의 연구비는 총 369억 원이었다. 이는 2011년 우리대학교 이공계열 총 연구비가 1천 797억 원에 비해 적은 액수이다. 연구에 설비나 기계가 필수적인 이공계열에 비해 인문사회계열은 연구에 그리 큰 시설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인문사회계열은 연구비와 연구력이 그리 상관이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의견이다. 실제로 지난 8월 30일에 열린 ‘교직원 비전 컨퍼런스’에서 제공된 ‘최근 3년간 연구비와 논문 수간의 상관관계 분석’의 자료에 따르면 문과대와 사회대는 두 요인의 관계가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다. 그러나 설 교수는 “연구비와 연구력의 상관관계를 이공계 쪽에서만 따지는 것은 가시적, 물리적 성과만 중요시 하는 것”이라며 “인문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의 비중만큼 인문학 연구도 지원이 돼야한다”고 말했다. 덧붙여 그는 “정부 지원도 가시적이고 생산적인 산업 위주로 이뤄지기 때문에 인문학이 어려움을 겪는다”고 전했다.


큰 규모를 자랑하는 경영·경제학과의 경우 많은 학생들이 있는 만큼 교수들의 강의 부담은 특히 크다. 교수는 연구와 교육 모두에 책임이 있는 자리이지만 지나친 교육 부담은 연구 성과를 내는데 어려움을 주기도 한다. 상경대 부학장 한순구 교수(상경대·미시경제학)는 “부학장을 하면 1년에 3과목이 의무인데 8과목을 강의하고 있을 정도다”라며 “그 중에서 100명이 넘는 대형 강의도 3~4개 있어 부담이 크지만 그렇지 않으면 학생들이 졸업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경영학과의 경우도 정교수는 1년에 4과목 강의가 의무이지만 평균 5.5개의 강의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경영대 부학장 엄영호 교수(경영대·재무)는 “행정 담당 직원이 부족해 교수에게까지 행정 업무가 분담될 정도”라고 전했다.


대학평가, 부침개처럼 뒤집히는 순위

한편, 지난 3일 ‘2012 중앙일보 대학평가’가 발표돼 또다시 교내를 떠들썩하게 했다. 해당 대학 평가에서는 우리대학교의 5개학과가 최상위권 범주인 전국 2.28% 수준에 들어갔다. 이 평가는 교육 환경, 교수 역량, 재정 지원, 교육 효과 등 4개 부문을 기준으로 삼았다. 이 중 교수 연구 실적을 나타내는 ‘교수 역량’ 항목은 ▲전임교원 1인당 한국연구재단 논문 수 ▲전임교원 1인당 **SCI급 논문 수 ▲전임교원 1인당 저·역서 ▲전임교원 1인당 교외연구비로 평가됐다.

그러나 이와 같은 기준으로 연구 역량 성과를 측정하는 것이 과연 연구력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우선 ‘교원 1인당 논문 개수’와 같은 수치 위주의 평가 기준이 가장 큰 문제다. 설 교수는 “교원 1인당 논문 개수라는 평가 기준은 논문의 질과 교수 간의 논문 개수 편차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중앙일보 대학평가에서 우리대학교가 인문계열 34위, 이공계 5위를 기록한 것에 비해 질적 평가가 가능한 학계 평가의 기준이 40%로 가장 큰 ‘더 타임즈’(The Times)의 세계 대학 순위에서는 2009년에 우리대학교 인문예술분야가 79위, 이공계가 100위권 밖을 기록한 바 있다. 정명교 교수도 “논문의 양 위주로 평가하려는 국내 대학 평가의 특징 상 국내에서는 학문적으로 뛰어난 논문이 나오기가 힘든 풍토”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SCI에 수록된 학술지를 절대적으로 여기는 것 역시 문제다. 김지현 교수(경영대·매니지먼트)는 “SCI급 학술지는 매우 많기 때문에 사실 이곳에 논문을 싣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다”며 “이를 기준으로 논문의 질을 평가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한편 우리대학교 원주캠은 지난 2008년부터 2010년까지의 전임교원 1인당 논문 수가 국내 기준 0.4~0.5편에 머물러 뚜렷한 연구성과를 보이지 못했다. 많은 교수들은 연구를 수행하면서 ▲연구 공간 부족 ▲연구 인력 부족▲지나친 강의 시수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넉넉치 못한 연구공간,
그럼 도대체 어디서?


인예대의 경우 청송관에서 연구가 이뤄진다. 청송관은 주로 ▲인예국문 ▲인예영문 ▲인예철학 ▲역사문화 ▲디자인학부 학생들의 강의실이 위치한 곳이다. 강의실만으로도 청송관의 공간은 거의 포화 상태다. 교수들이 연구를 하기 위해선 넉넉한 연구 공간이 확보돼야 하는데 충분한 공간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인예대 소속의 한 교수는 “학생들의 교육 공간이 우선인 것은 당연하지만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교수들의 연구 공간도 필요하다”며 “앞으로 청송관에 있는 기존의 공간을 잘 조정해 교수들의 충분한 연구 공간을 마련하는 방법으로 해결 방안을 모색해 봐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순수학문이 아닌 응용·실용학문을 다루는 보과대 역시 연구활동을 위한 공간이 협소하다. 학교 전체적으로 연구시설 보유면적이 지난 2009년에는 8천948㎡, 2010년에는 9천629㎡, 2011년에는 1만 817㎡로 매년 면적이 증가하고 있지만 여전히 공간이 부족하다.

고급 인력 확보 난항,
그럼 도대체 누가?


인예대 소속 학생들이 원주캠의 대학원이 아닌 서울에 위치한 대학원에 진학하는 것도 연구활동을 힘들게 하는 요소다. 연구활동은 대학원생들과 지도교수 간의 상의를 통해 이뤄지므로 대학원생들의 수가 부족하면 연구가 수월하게 진행되기 힘들다. 원주캠 교수진의 경우 대학원생들이 부족해 학부생이 연구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경대의 상황도 인예대와 다를 바 없다. 이선로 교수(정경대·경영정보)는 "대학원 프로그램이 활성화되지 못해 연구 인력이 부족하고 우수 대학원생의 수급이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우리대학교 원주캠 대학원에 대한 지속적인 홍보가 필요함을 시사했다.

과기대도 대학원생 연구 인력이 부족하다. 컴퓨터정보공학부 김재권 학부장은 “과기대같은 경우에는 조기대학원 전형을 통해 대학원 석·박사 통합 과정에 6학기 전액 장학금으로 진학할 수 있지만 지난 2011년 패키징학과의 경우 단 2명만 대학원에 진학할 만큼 그 참여율이 저조하다고 알고 있다”고 말했다.

원주의과대의 경우 학교가 원주에 위치하고 있다는 특성뿐만 아니라 의과대 학생들이 바로 사회에 진출하기 때문에 대학원생 모집이 더욱 어렵다. 박규상 중앙연구실장(의과대·생리학)은 “연구활동에 필수적인 대학원생의 모집이 어려워 외국인 학생들을 쓰기도 하지만 그들이 우리대학교에서 학부 졸업을 하지 않아 아쉬운 점이 많다”라고 전했다.


강의만으로도 바쁜 교수,
그럼 도대체 언제?


정경대의 교수 대 학생 비율이 지나치게 높은 것도 연구 성과 저해의 이유로 꼽힌다. 이화여대 전임교원 1인당 재학생 비율이 1:26.2이고 경희대 전임교원 1인당 재학생 비율이 1:25.3인 점에 비춰보면 원주캠 인문사회계열의 경우, 전임교원 1인당 재학생 비율이 1:34.5일 만큼 교수의 수가 학생의 수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이 교수는 “기본적으로 수강생들이 많아서 그만큼 수업 횟수도 많기 때문에 강의에 대한 부담으로 연구할 시간이 부족해진 것이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보과대의 의공학부와 환경공학부는 학생들의 수가 많기 때문에 교수 인력도 많이 배치됐다. 그러나 방사선학과나 작업치료학과는 교수의 수가 부족해 교수 대 학생의 비율이 1:40일만큼 편차가 심하다. 학부생들 지도만으로도 벅찬 교수들은 대학원생들 지도를 겸해 연구활동을 하기가 힘들다.

원활한
연구 활동 위한 노력 필요해


신촌캠과는 달리 원주캠의 경우 한기수 전 원주부총장의 연구지원으로 이공계열 전공의 연구 장비들이 조금이나마 보완돼 연구활동에 도움이 되고 있다.

그러나 교수들의 연구 성과를 높이기 위해선 원주캠의 모든 단과대가 공통적으로 연구 인력의 부족을 문제로 꼽은 만큼 학교 측의 적극적인 대학원 홍보가 요구되고 있다. 또한 각 단과대 전임교원 1인당 재학생 비율이 평균적으로 1:23.4인 만큼 이 비율 역시 낮춰 교수들이 강의시간에 매이지 않고 연구에 매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신촌캠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국내 과학기술을 이끌어갈 이공계열 연구와 흔들려서는 안 될 학문의 기반인 인문사회계열 연구. 우리대학교가 세계적인 ‘연구 중심 대학’에 가까워지기 위해서는 교수들의 지속적인 노력과 각 단과대가 지닌 특징을 고려한 지원이 요구되고 있는 실정이다.

*BK21 : 세계적 수준의 대학원 육성과 우수한 연구인력 양성을 위해 석ㆍ박사과정생 및 신진연구인력(박사후 연구원 및 계약교수)을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고등교육 인력양성 사업

**SCI: 과학 기술 논문 색인 지수의 약자로, 국가의 과학기술력을 나타내는 척도

정기현 기자
prinkh@yonsei.ac.kr
안규영 기자
agyong12@yonsei.ac.kr
배아량 기자
12arirang14@yonsei.ac.kr
사진 김신예 기자
shinyekk@yonsei.ac.kr

정기현, 안규영, 배아량 기자  prinkh@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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