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 [명사] 물품이나 돈 따위로 도와줌

한국전쟁 이후 우리나라에는 그야말로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오늘날 한강의 기적을 이룩하는 데에는 해외 원조가 큰 도움을 줬다. 우리에게 원조는 햇빛과 같은 의미의 단어로 자리잡은 반면, 빈곤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는 아프리카의 경우 그 의미가 퇴색돼 버린 듯하다. 이에 대해 잠비아 출신 경제학자 담비사 모요의 저서 『죽은 원조』에는 그 이유가 담겨있다.

‘원조가 오히려 그 나라의 자생력을 갉아먹는 부메랑이 돼 돌아오지 않을까?’ 라는 물음에서 출발한 저자의 외침은 원조의 정의를 다시 한 번 돌아보게 한다. 끝이 보이지 않는 기근을 겪고 있는 아프리카에게 서방 세계는 선의의 공여국*을 자청하며 천문학적인 규모의 현금을 보조했다. 그러나 굿 거버넌스**가 부족한 아프리카에게 원조는 곧 부패의 자양분으로 이어졌다. 현금원조는 일회적 도움에 그치고, 지속가능한 투자를 이끌어내지 못해 아프리카 국가 전체를 더욱 더 빈곤의 수렁 속으로 몰아넣기 때문이다.

『죽은 원조』는 그 일례로 콩고민주공화국의 일화를 들고 있다. 과거 모부투 세세 세코 대통령은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을 만나 50억 달러의 국가 부채를 더 쉽게 상환할 수 있는 조건을 요청했다. 그런데 세코 대통령은 그의 자녀가 호화 결혼식을 치르는 일에 차관을 사용해 문제를 일으켰다. 이 일례를 두고 모요는 “아프리카 국가들이 서구에서 통용되는 공공 거버넌스와 윤리학에 대해 배운 적이 없다”며 현금으로 받은 원조를 투명하게 운용하는 행태를 찾아보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러한 퍼주기식 무상 원조를 대신할 만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무엇일까? 저자는 다음의 대안을 제시한다.

우선 아프리카 국가들은 금융시장에 채권을 발행해야 한다. 자금이 필요한 국가가 더 높은 신용도를 획득하면 장기적으로 더욱 넓은 범위에서 민간투자가 창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여국에서는 공공시설에 직접 투자해야 한다. 실제로 중국의 경우 최근 몇 년 동안 1만 5천 명의 아프리카 전문 인력을 키우고 30개의 병원과 100개의 농촌 학교를 세웠다. 농산물의 공정한 자유무역을 활성화하는 방법 역시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이는 서방세계가 우월한 자본력으로 자국 농민들에게 지급하는 농업보조금을 철폐하고 아프리카 국가들과 동등한 입장에서 교역을 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마지막으로 소액 금융 등의 방법으로 자생력을 높이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다. 실제로 방글라데시 그라민 은행은 빈민들에게 담보 없이 소액 대출을 제공해 빈곤을 벗어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책은 다른 서적들과는 달리 아프리카 같은 개발도상국의 문제를 타인의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자국의 문제를 세세하게 다룬 현지인의 외침은 비단 아프리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아프리카뿐만 아니라 제3세계가 홀로 설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려 하는 이 책의 치열한 고민을 함께 나눠보는 것이 어떨까.


*공여국(供與國): 원조를 제공하여 도움을 주는 나라
**굿 거버넌스: 통치가 어떠해야 하는지에 관한 규범적인 개념으로, ‘좋은 거버넌스’는 책임성, 투명성, 형평성, 이해관계인의 참여 및 관료들의 윤리적 행태가 확보되는 이상적인 통치를 말한다.

 

김정연 기자
chadonyeo_j@ yonsei.ac.kr
자료사진 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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