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의 실천이 아닌, 한줄의 스펙에 불과?

최근 우리 사회에서는 해외원조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대학생들 또한 방학을 맞아 해외로 자원봉사활동을 떠나는 이들이 부쩍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에 따르면, ‘자원봉사’는 자신이 가진 자원을 대가 없이 자발적으로 제공하며 타인의 문제 상황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사회적 책임을 공유하고 유대를 형성하는 것을 의미한다. 해외봉사 또한 같은 맥락에서 받아들여질 수 있으며 국내 자원봉사보다는 공간적 범위가 확대된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다.

 

방학인데 해외봉사나 해볼까?

자원봉사활동을 떠나는 모든 학생들이 처음부터 국제사회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거나 봉사에 대한 투철한 사명감을 느끼고 참가하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봉사활동으로 얻는 보람과 동시에, 타국의 새로운 문화를 체험하거나 특별한 경험을 기대하며 해외봉사를 떠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지난여름 우리대학교와 가나안농군학교가 기획한 인도네시아 봉사활동에 참여한 김혜정(정경경제·11)씨는 “타지에서의 색다른 경험을 원해 해외봉사를 다녀오게 됐다”고 말했다. 또한 지난겨울 정경대에서 기획한 케냐 봉사활동을 다녀온 강동구(경영학부·09)씨는 “스스로의 한계에 대한 도전과 더불어 아프리카라는 미지의 세계를 경험하고 싶어 해외봉사를 다녀오게 됐다”며 참여 계기를 밝혔다. 사단법인 더나은세상에서 국제기구와 해외정부기관 간 국제교류와 협력을 촉진할 목적으로 운영되는 국제워크캠프기구 김용한 실장은 “처음부터 ‘희생정신’을 발휘하며 열심히 일만 하기를 바라는 사람이 있는 반면, 이 기회에 관광도 하기를 원하는 사람도 존재한다”며 “자원봉사는 강요되거나 의무적으로 행하는 일이 아닐 뿐더러 다양한 성격을 가지는 프로그램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자신에게 맞는 프로그램을 알아보고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글로벌 리더를 꿈꾼다면,
떠나라, 보아라, 느껴라!

이러한 대학생 해외봉사의 경우 대체로 15일 이내의 단기 일정으로 구성된 특징을 보인다. 필리핀의 아시아 NGO를 뿌리로 하는 해외자원봉사단체 아시안 브릿지의 한 담당자는 “장기봉사에 비해 단기봉사의 경우 봉사의 결과로 많은 실적을 기대하기는 힘들다”며 “자원봉사에 갓 입문한 사람들이 지구촌이 처한 어려움에 관심을 갖게 되는 계기를 마련하는 데 그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봉사활동을 진행하다보면 기본적인 동기나 목적보다는 ‘활동성과’가 가장 중요한 것으로 강조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단기봉사의 특성상 그 활동으로 산출된 가시적 성과물을 기대하기 보다는 장기적으로 사회를 변화시키는 움직임을 위한 첫 발돋움이라는데 의의를 가져야 한다. 또한 NIV에듀닷컴 해외봉사담당자 김동욱씨는 “우리가 모르는 곳에는 인간존엄의 가치조차 모르고 생사의 기로에서 무관심 속에 고통 받는 이들이 존재한다”며 “대학생들이 단기 해외봉사를 통해 그들의 존재를 인지하고 관심을 가지게 되는 기회를 마련하는 것 자체에서도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 이력서에 한 줄 추가요~?

한편 일부 봉사자들의 경우 ‘해외봉사’를 이력서 장식의 수단으로 인식해 책임감이 부족한 문제를 보이기도 한다. 이처럼 해외 봉사를 진행하는 봉사단체들에서 실시한 사전 교육을 이수했음에도 불구하고, 봉사하려는 기본적인 마음가짐이 갖춰져 있지 않은 이들의 태도는 문제시 된다.

국제워크캠프기구의 김 실장은 “최근에 우리와 협력을 맺고 있는 에스파냐의 현지 봉사기관에서도 봉사자의 불성실한 태도로 항의가 들어온 적이 있다”며 “기관에서는 지원자 면접과정이나 선발된 자들의 교육과정을 통해 이러한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고 답했다. 실제로 면접을 통과한 자원봉사자는 오리엔테이션을 거쳐 구체적 업무에 대한 교육을 받을 뿐 아니라, 업무 수행 시에도 현지 담당자의 지도를 받게 된다.

김 실장은 “자원봉사에 참가하는 일부 학생이 해외봉사를 그저 ‘스펙’으로 생각하거나 남들이 하니까 무작정 따라오는 경우, 기관에서 정한 기본적인 준칙조차 제대로 지키지 않는 문제가 나타난다”고 말한다. 봉사활동의 과정을 간과하고 이 활동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결과에만 치중해 그 의미와 목적이 퇴색하는 것이다. 따라서 기관의 노력과 더불어 봉사자 스스로가 봉사에 임하는 자세를 분명히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속가능한 봉사를 위한 우리들의 자세

자원봉사는 스스로 원해서 기꺼이 그것에 참여한 사람들에 의해 아름답고 바람직한 세상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우리들의 관심과 성숙한 마음가짐이 요구된다. 국제문제에 대한 대학생들의 관심을 끌고 이후 지속가능한 봉사를 위한 밑바탕을 다진다는 데서 그 의의를 가진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박희영 기자
hyg91418@yonsei.ac.kr
그림 김진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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