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관 개정 소송에 얽힌 양측의 입장

우리대학교 이사회는 학교 임원과 총장 및 교원의 임명과 해임에 관한 사항을 심의, 결정할 권한이 있으며 우리대학교 정관 변경에서부터 법인의 예·결산 문제까지 담당하는 중대하고도 막강한 권한과 의무를 가지고 있다. 현 조선일보 명예회장이자 전 조선일보 사장을 역임한 방우영 이사장(84)은  1997년 우리대학교 법인이사회 이사장으로 취임했고 올해로 16년째 이사회의 수장 자리를 지키고 있는 터줏대감이다.

방 이사장이 우리대학교 이사회에서 전례가 없는 장기 집권을 하자 우리대학교 안팎에서 방 이사장의 행보에 큰 관심이 쏠렸다. 지난 2011년 10월 27일 열린 추경이사회에서 방 이사장의 안건 상정으로 이루어진 정관 개정은 한국 기독교 교계를 떠들썩하게 했다.

 

이사회 구성 변경한 정관 개정

 

지난 2011년 10월 27일 열린 추경이사회에서는 사전에 명시되지 않은 안건이 회의 중에 갑작스럽게 상정됐다.<관련기사 1674호 2면 ‘정관 개정에 거센 반발 일어’> 정관 개정에 관한 이 안건은 원래 총 12명의 이사진 중 대한예수교장로회, 기독교대한감리회, 한국기독교장로회, 대한성공회 등 4개 협력교단에서 각각 1명씩 이사를 추천할 수 있는 권한을 없애고 그 숫자도 ‘교단 파송 이사’ 4명에서 ‘기독교계 인사’ 2명으로 축소하는 것을 골자로 했다. ‘기독교계’라는 말이 가지는 포괄성은 이사가 꼭 해당 교단의 소속이 아니더라도 기독교계 인사라면 이사에 선임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본래 5명이던 사회유지 이사가 4명으로 축소됐고 사회유지 이사 중 2명은 교계 인사로 선임하도록 한 조항도 삭제됐다. 그리고 2007년 사립학교법 개정에 따라 보다 공정한 이사회 구성을 위해 이사회 구성원 중 3명은 학교 관련 이사 외의 개방이사로 두게 됐다. 이에 따라 개방이사 3명도 구성원 조항에 포함돼 정관 개정에 따른 이사회 이사 구성은 △기독교계 2인 △우리대학교 동문회 2인 △총장 1인 △사회유지 4인 △개방이사 3인으로 변경됐고 현재 우리대학교 이사회는 개방이사 3인 자리가 비어있는 9인 체제다.

 

교계, 건학 이념 훼손 우려해

 

자료사진 기독일보 CDN

정관개정에 대한 교계의 반발은 거셌다. <관련기사 1684호 1면 ‘교계, 재단이사장의 재단 사유화 우려 표명’>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문제의 심각성을 감지한 즉시 연세대이사문제대책위원회를 꾸려 지난 2011년 12월 30일 언더우드 동상 앞에서 정관 재개정을 요구하는 기도회를 열었으며 이후에도 계속되는 성명서 발표와 기독교 인사들의 광화문 광장 1인 시위가 이어졌다.

교계는 우리대학교의 설립 이념인 기독교 정신이 훼손되는 것뿐만 아니라 방 이사장의 학교에 대한 영향력이 지나치게 커지는 것 또한 큰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신과대학 동창회장 이진 목사는 “이사회에 우리대학교 동문회 인사들도 많은데 방 이사장이 그 중에서도 가장 연장자이기 때문에 그의 영향력이 클 수밖에 없다”며 “우리대학교는 사학이지만 공적인 성격이 크기 때문에 이사회 구성원 중 특정 1인만이 지나치게 큰 영향력을 갖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했다.

정관의 원상 복구나 방 이사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한국 기독교계와 정관 개정 결정을 이어가는 방 이사장 측 양쪽의 입장이 좀처럼 합의점을 찾지 못하자 이 문제는 재판에까지 회부됐고 지난 28일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정관개정 취소를 요청하는 행정심판 청구 및 민사소송이 열렸다.

 

정관개정 절차에도 문제제기

 

자료사진 네이버 블로그

교계는 정관 개정이 절차적인 측면에서도 오류가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대학교 정관 제34조 2항은 ‘이사회를 소집하고자 할 때에는 적어도 회의 7일 전에 회의의 목적을 명시하여 각 이사에게 통지하여야 한다. 다만, 이사 전원이 집합되고 또 그 전원이 이사회의 개최를 요구한 때에는 예외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런데 당시 소집된 이사회의 사전 공문에는 정관 개정에 관한 내용이 포함돼 있지 않았다.

28일 열린 재판에서 교계 측(원고) 변호사는 고의적으로 협의를 봤을 가능성을 제시하면서 “이는 정관과 사립학교법을 위반한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물론 전원이 이사회의 개최를 요구한 때는 예외가 되지만 원고 측 변호사는 “이사들이 개최를 ‘요구’한 증거를 찾을 수 없으며 이사회 정원 12명 중 개방 이사 3명의 자리가 비어 9명만 참여했기 때문에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NCCK 이훈삼 정의평화국장도 “이사회 구성이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적법하지 않다”고 말했다.

또한 원고측 변호사는 ‘이사 및 감사는 기독교 성경이 가르치는 기독교인의 신앙생활을 하는 자라야 한다’는 우리대학교 정관 제25조 1항에 어긋나는 이사가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대학교 총동문회장 박삼구 동문(경제·63)이 불교 신자이기 때문에 이사의 자격에 맞지 않아 자격 미달의 이사가 의결한 사항 또한 무효가 된다는 근거이다.

 

학교 측, 정관 개정 시대에 발 맞춰야?

 

하지만 이에 맞서는 방 이사장 측도 정관 개정의 뜻을 굽히지 않아 양측의 대립은 시간이 갈수록 더욱 팽팽해지고 있다. 법인사무처 행정지원팀 김강성 팀장은 “4개 교단에서 추천을 받을 때도 그랬지만 이사의 선임은 역사적 배경이 있더라도 이사회의 고유 권한임이 분명하다”며 “이사회 구성이 달라졌을 뿐 연세대학교의 건학 이념이 기독교 정신인 것 또한 여전히 명백하다”고 말했다. 또한 방우영 이사장은 2007년 사립학교법이 이사회에 개방이사 3인을 두도록 개정됐는데 우리대학교 정관은 이에 어긋났었다며 “시대적 변화의 흐름에 발맞춰 정관을 개정할 필요가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더불어 김 팀장은 “예전부터 이사회에서 이사의 전문성을 늘리자는 의견이 많았다”며 “장기적 발전을 위해서는 사립학교법 개정과 함께 경영인이나 전문 인력을으로 이사회를 구성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맞다”고 밝혔다.

절차적 측면에 오류가 있었다는 교계의 지적에 김 팀장은 “당시 이사회에 이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9명 전원이 참석했기 때문에 정관에 어긋나는 부분은 없었다고 본다”고 전했다. 28일 재판에서 우리대학교(피고) 측 변호사 또한 “기독교인 설립자의 전통을 따른다고 해서 이사 구성까지 꼭 따라야 한다는 명분은 충분치 않다”며 “현재 이사로 인정되고 있는 구성원 모두가 참석했기 때문에 정관에 어긋남이 없다”고 밝혔다. 전굉필소아청소년의원 원장 전굉필 이사는 “당시 모든 이사들이 참여해 찬성의 뜻을 밝혔다”고 당시 이사회 현장의 사실 확인을 전했으나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다.

불교신자인 우리대학교 총동문회장 박삼구 동문(경제·63)의 자격 논란에 대해서도 피고 측 변호사는 “박삼구 이사는 이사회 회의 전에 항상 거행되는 기도 등 기독교적 절차에도 거부감 없이 참여했으며 동문회장 자격으로 이사가 됐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김 팀장도 “박 이사는 동문회 2인의 자격으로 왔기 때문에 문제가 없고, 이사자격에 대해 교계가 지적하는 것은 소송의 핵심에서 벗어나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치열한 대립 속 기독교 정신 구현은 어디로

 

건학 이념이 훼손된다는 이념적 측면, 개정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절차적 측면, 그리고 방 이사장 영향력의 과도한 확대를 우려하는 입장이 한 데 얽힌 이번 정관 개정 문제는 가까운 시일 내에는 해결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연세의 오래된 기독교적 전통이 흔들린다고 우려하는 교계와 탄탄한 영향력의 방 이사장의 대립 구도는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우리대학교를 구성하는 두 집단의 치열한 영향력 다툼은 연세의 진정한 기독교 정신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 보게 한다.

 


정기현 기자
prinkh@yonsei.ac.kr
자료사진 네이버 블로그, 기독일보 CD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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