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에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은 과연 얼마나 남아있을까? 오늘날 돈은 점차 비시장적 가치에까지 손을 뻗치고 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 우리를 고민하게 만드는 하버드대 정치학과 마이클 샌델 교수가 지난 1일, 우리대학교 노천극장에서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을 주제로 강연을 펼쳤다.


돈이면 다 돼?


샌델은 시장경제와 시장사회를 구분했다. 지난 수십 년간 경제적 풍요를 누린 민주주의 국가들은 최근 시장경제 체제에서 시장사회로 이동해 왔다. 시장경제는 도구를 활용해서 생산적인 활동을 조직하며 경제 발전과 부를 전 세계 국가에 안겨 주었다. 그러나 샌델은 “시장사회는 좀 다르다”고 말한다. 시장사회는 삶의 방식이며 모든 것이 거래될 수 있는 사회다. 이에 샌델은 더더욱 민주주의 사회에서 돈과 시장의 적당한 역할에 대해서 공적 담론이 이뤄져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강연에서 시장이 비시장적 영역으로 확대되는 현상과 더불어 돈으로 살 수 없는 것과 사서는 안 되는 것이 있는지에 대해 청중들과 함께 토론했다.


철학 강의와 록 콘서트와 의사의 진료


샌델의 강연을 듣기 위해 학생, 주부, 직장인, 교수 등 약 1만 5천여 명의 인파가 몰리면서 입장권 한 장이 온라인에서 3~4만원에 팔리는 이른바 ‘샌델 강연 암표’가 등장했다. 돈으로는 가치를 매길 수 없다는 샌델의 강연은 진정 돈으로 살 수는 없는 것일까. 레이디 가가의 콘서트 티켓과는 어떻게 다를까. 또 의사의 진찰권과는 어떻게 다를까. 샌델은 각각의 상황에서 암표가 거래될 수 있는가 질문을 던진다. 이에 한 여학생은 레이디 가가 콘서트에 가는 것과 의사의 진료를 받는 것이 반드시 필요한가를 생각했을 때, 의사의 진찰권에서만 암표 거래를 반대한다고 말했다. 샌델은 “시장의 원리가 적절한 곳과 적절치 않은 곳을 구별한 것”이라며 “우리는 재화의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 재화에 대한 접근성이 반드시 필요한 것인지, 인간의 기본권과 관련된 것인지, 아니면 단순한 재미를 위한 것인지와 같은 특성을 파악해야한다는 것이다.

이어 샌델은 ‘돈으로 사고, 살 수 없는 것들에 대한 원칙’에 대해 생각해보자며 좀 더 어려운 질문을 던졌다. 그는 “당신이 명문대 학장이라면 전체 정원의 10%를 가장 높은 입찰가를 제시한 부자 학생들에게 파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냐?”라는 질문을 청중에게 던졌다. 이에 고려대에서 온 한 여학생이 “대학의 목적은 교육을 제공하는 것이며 이 목적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학생을 뽑아야 한다”며 반대했다. 반면 우리대학교의 한 남학생은 “정원의 10%인 부자학생들의 돈으로 나머지 90%가 더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다”며 찬성했다. 이처럼 대학의 존재 목적은 무엇인지, 정원을 판매하게 되면 교육 목적이 어떻게 침해되는지 등에 대한 논의는 점차적으로 ‘시장가치가 비시장적 재화에 침투했을 때 어떤 영향을 끼치는가’의 문제로 확대된다.


어릴 적 받던 스티커는 우리에게 인센티브를 가르쳤다?


샌델은 미국의 일부 학교에서 취약 계층의 학업성취도가 낮은 아이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 돈을 주기 시작한 사례를 들었다. 이에 대해 처음에는 돈 받는 게 좋아서 책을 읽게 되더라도 이후에 돈이 책 읽는 습관을 가질 수 있게 하는 동기 부여의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반면 한양초등학교의 교사라고 밝힌 한 여성은 “어린이들에게 스티커를 주면서 책을 읽게 했는데, 목적이 스티커가 돼버려 이러한 인센티브를 끊자 아이들은 더 이상 노력하지 않았다”며 “돈이 아닌 장기적인 공부 목적을 심어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돈을 통해 좋은 습관을 들이게 할 수 있지만 목적전도 현상이 일어나 비시장적 가치가 침해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는 것이다. 샌델은 “이러한 사례들은 시장적인 보상이 다른 비시장적 가치를 몰아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이렇게 한번 변질된 가치는 재기불능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계했다.


능력 있는 소수에게 국방의무의 면제권을 팔라?


징병제 사회에서 전쟁에 보낼 대체 인력을 고용하거나 정부에 돈을 지불하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많은 사람들에게 행복을 줄 뿐만 아니라 많은 외화를 벌어들여 우리나라 가계에 이바지하는 유명가수를 ‘비’라고 가정하자. 갑자기 국회에서 유명한 팝스타이니까 연간 연봉의 절반을 정부에 다 헌납하면 군 면제를 해준다고 하면 어떤가?

명덕외고에서 온 한 남학생은 “각자의 자리에서 가장 국위 선양하는 길을 택해야 한다”며 “비와 같은 경우에 군복무를 면제해줄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다른 남학생은 “비는 스타이기 이전에 국민이고 마땅히 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명덕외고 남학생은 “일반 국민이 동등한 위치에서 일을 했을 때 그게 과연 같은지, 실리적인 것을 따져야한다”며 “스포츠선수나 스타의 경우 군복무기간 동안 전성기가 지나버리거나 유명세를 잃을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다른 남학생이 “돈을 지불하고 군복무를 면제 받는 예외사항이 발생할 경우 다른 이들이 박탈감을 느낄 것이고 국방의 의무를 시장적 가치로 낮춰버리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샌델은 “면제권의 허용으로 정부의 복지예산을 늘릴 수 있을지라도 한국 시민이 가지는 국방의 의무와 같은 비시장적 가치가 이러한 시장적 가치의 개입으로 인해 훼손될 수 있다”고 정리했다.

    
우리의 공론장은 민주주의의 작은 씨앗이 되고


샌델은 “경제학자들은 일반적으로 시장은 중립적이고, 재화가 교환되는 특성을 변형되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단순히 경제적 효율이라는 기준만으로는 분석할 수 없다”며 “과연 우리가 금전적 보상을 도입함으로써 주요한 가치가 변질되는 것은 아닌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사회의 빈부격차가 날로 심해지는 이 시점에서 우리는 다양한 계층과 다양한 영역에서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샌델은 강연을 마무리하면서 지난 몇 년간 한국에서 ‘공정한 사회’에 관한 활발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며 이는 건강한 민주주의의 징표로서 한국이 이러한 공공담론을 통해 한 층 더 성장하리라 기대했다.


박희영 기자
hyg91418@yonsei.ac.kr
사진 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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