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기간 대학생에게 내리는‘카페인 주의보’

아침까지 제출해야 할 리포트에 쪽글과 퀴즈…빡빡한 일정을 생각하니 연돌이는 힘이 쭉 빠진다. 먹고 자는 시간도 아껴야 간신히 할 일을 마칠 것 같다.  하는 수 없이 밤을 새기 위해 중도에 들린 연돌이는 에너지드링크에 자동적으로 시선이 간다. 그 순간 연돌이에게 에너지드링크는 24시간뿐인 하루를 온전히 깨어 있게 할 비장의 카드나 다름없다.

 

 

대학생의 필수품, 에너지드링크

 스포츠경기, 운전, 수험생활 등 에너지드링크를 필요로 하는 곳은 다양하다. 그 중 국내 한 제품의 경우 작년에만 연 매출 300%이상의 신장을 보였을 정도로 에너지드링크는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현재 우리대학교에서도 많은 학생들이 에너지드링크를 애용하고 있으며 ‘레드불’, ‘핫식스’, ‘YA’(야) 3종류의 에너지드링크 제품이 판매되고 있다.

그렇다면 학생들이 에너지드링크를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문승현(화공생명·08)씨는 “급한 과제가 있을 때, 또는 시험기간 밤을 새며 공부를 할 때 잠을 쫒기 위해 마신다”고 답했다. 이처럼 학생들은 주로 새벽까지 공부에 집중하고 피로를 풀기 위해 에너지드링크를 구매한다. 특히 시험기간 동안 학생들이 소비하는 에너지드링크의 양은 무시 못할 수준이다. 생활협동조합에서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2학년도 1학기 중간고사 기간(4월 21~26일)동안의 에너지 드링크 소비량은 △레드불 485병 △핫식스 2천365병 △야 932병이다. 일주일 동안에만 총 3천782병이 판매됐고 세 달(3월 1일~5월 31일)간의 누적 판매량은 약 2만병에 달한다.

한편 문씨는 “시험기간에는 하루에 에너지드링크 1병, 추가로 커피 3잔까지 마실 때도 있다”며 “잠은 오지 않지만 정신은 몽롱한 경우가 많고 시험기간 후에 몸이 매우 축나서 피곤한 상태가 며칠간 지속된다”고 에너지드링크의 부작용을 말했다. 위는 에너지드링크를 자주 마셔 본 학생들이라면 한번쯤 겪어 본 경험일 것이다. 실제로 에너지드링크는 몇 시간동안 일의 능률을 높이는 데 기여해 널리 선호되지만, 카페인이 다량 함유된 제품인 만큼 주의를 요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에너지드링크, ‘이것’에 주목하라 

상품마다 차이는 있지만 에너지드링크에는 기본적으로 타우린, 과라나 추출물(또는 카페인)이 주요 성분으로 첨가되며, 부수적으로는 탄산가스, 구연산, 홍삼엑기스, 차 추출물이 포함된다.   

이중 가장 널리 쓰이는 성분은 바로 타우린과 카페인이다. 타우린의 경우 피로회복에 흔히 쓰이는 첨가물로 체내에 쌓이지 않고 배출되는 특징이 있어 상대적으로 안전하게 여겨진다. 반면 카페인은 각성작용을 하는 약물로 가벼운 흥분제에 속하며 동시에 정신기능을 고조시키고 피로감을 덜어주는 기능을 한다. 웨스트잉글리드대 심리학부 연구논문「에너지드링크 ‘레드불’이 개인의 활동성과와 정신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에너지드링크의 각종 성분들은 유산소운동 등 신체활동의 효율성을 높이고 단기의 집중력을 즉각적으로 향상시키는 효과가 있음이 드러났다.

에너지드링크의 이러한 긍정적인 효과에도 불구하고 에너지드링크를 섭취 후 집중이 안되고 몽롱하거나 심장 두근거림이 발생하는 등 부작용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고려대 약학대 최상은 교수는 “에너지드링크에 함유된 카페인의 과다복용으로 인한 중독과 내성의 문제”라고 전했다.

식품의약안전청(식약청)에서는 400mg을 성인의 카페인 섭취권장량으로 제시하고 있으며 보건복지부에서는 그중 200mg정도를 권장하고 있다. 이는 일상생활에서는 섭취하는 커피(60mg) 2~3잔 정도에 해당하는 양이다. 한편 에너지드링크에 포함된 카페인의 양은 대략 80mg정도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에너지드링크 외관에서 카페인의 함량표기를 찾아볼 수가 없으며 이는 제조사의 홈페이지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이에 대해 식약청 첨가물기준과의 관계자는 “현재 1mL 당 카페인이 0.15mg 이상 함유된 콜라형 음료에는 ‘고카페인 함유’라는 표기와 함께, ‘어린이나 노약자 등 카페인에 민감한 사람들의 경우 주의를 요한다’는 문구를 표기하게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구체적인 함량표기는 2013년부터 의무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카페인과 대학생의 아슬아슬한 줄타기 

시험기간, 하루에 커피는 기본이고 에너지드링크까지 마신다. 이에 우리대학교 김지현 교수(의과대·소화기내과)는 시험기간 무분별한 카페인 섭취의 위험성에 대해 우려했다. 김 교수는 “뇌에서 카페인은 잠을 유발하는 아데노신이 수용체와 결합하는 과정을 억제한다”며 “이러한 각성상태가 지속될 경우 수면장애와 불안증세를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현대인은 일하고 공부할 때는 물론이고 ‘즐길 때’에도 에너지드링크를 찾아 그 사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는 추세다. 한 예로 강남의 한 클럽에서는 양주와 에너지드링크를 섞어서 마시는 ‘에너지드링크 칵테일’마저 나와 있으며 인터넷에서 제조 과정을 동영상으로 쉽게 알 수 있다. 일부 에너지드링크 제조사에서는 에너지드링크에 포함된 카페인이 ‘과라나’ 등에서 뽑아낸 천연카페인이기 때문에 안전하며 술과 함께 섭취해도 무해하다고 홍보한다. 하지만 이에 대해 최 교수는 “천연카페인이라고 해서 합성카페인보다 안전하다는 근거는 없으며 알콜 및 다른 약물 등과의 상호작용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김 교수 또한 “카페인은 하부식도 괄약근의 이완 및 위산분비와 관련이 있기 때문에 위식도 역류질환을 겪는 사람들은 특히 조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미국 출판사 와일리(wiley)의 저널에 실린 「카페인이 첨가된 칵테일」에서는 노스 캐롤라이나의 대학생 4천69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이 저널에 따르면 에너지드링크를 술과 함께 마신 24%의 학생들이 심리적인 만취감이 줄어들어 한 달 동안 평소보다 과음을 하는 경우 증가했다고 한다. 심지어 음주량을 조절했음에도 음주관련사고와의 위험도가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매번 섭취하는 카페인의 양을 정확하게 계량하여 섭취할 필요는 없다. 전문가들은 평소 몇 잔의 커피와 에너지드링크를 마시는 것만 체크해도 건강한 카페인 섭취에 한 발 다가가는 것이라고 말한다. 과제가 아무리 많아도, 시간이 아무리 촉박해도 우리의 건강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많은 인기만큼이나 우려의 목소리가 끊이질 않는 카페인. 피할 수 없다면 다가오는 기말고사부터 전문가들의 조언을 조금씩 실천해보는 것은 어떨까.

 

임미지 기자 haksuri_mj@
일러스트레이션 서은진
자료사진 구글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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