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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기생충 같은 자식이라고?”욕일까 칭찬일까, 우리가 아는 것 이상의 기생충 이야기
  • 곽기연 기자
  • 승인 2012.06.02 10:37
  • 호수 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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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 같은 자식.’
경제적 독립을 할 능력이 있으면서도 부모에게 기대어 살거나 모두 같이 하는 일에서 묻어가려는 사람들을 보고 우리는 쉽게 저런 꼬리표를 붙인다. 뿐만 아니라 우리는 종종 기생충을 더러움과 동일시한다. 기생충의 징그러운 생김새는 혐오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곱등이의 경우, 연가시라는 기생충 때문에 더욱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대표적인 생물체이다. 대체 기생충의 어떤 면이 사람들에게 혐오감을 주게 됐을까?

살인기생충 ‘연가시’

사람들이 곱등이를 싫어하는 가장 큰 이유는 연가시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연가시는 곱등이, 사마귀, 메뚜기 등을 숙주로 삼아 성장을 진행한다. 그 후, 뇌와 신경계를 조종해 숙주 곤충을 조종한 다음 물가로 유인해 자살을 유발하는 무서운 기생충이다. 사람들이 곱등이를 싫어하는 이유도 연가시가 인체에 들어왔을 때도 똑같은 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막연한 공포심 때문이다. 올해 7월 개봉 예정인 김명민 주연의 영화 「연가시」는 바로 이런 막연한 공포심을 극대화한 작품이다. 이 영화에서는 연가시에 의해 조종당한 사망자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 재난사태가 발생한 상황에서 연가시에 감염된 가족들을 살리고자하는 한 남자를 다루고 있다. 영화의 줄거리에 대해 성균관대 행정학과 2학년에 재학중인 문은화씨는 “나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아서인지 공포를 객관적으로 볼 것 같다”며 자신의 느낌을 전했다. 우리대학교 신승철(경제·12)씨도 “현재와 같은 위생 상태에서 연가시가 사람에 몸에 들어갈 일은 드물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과연 연가시에 관한 이야기는 어디까지 진실인걸까.

이러한 의구심에 대해 우리대학교 용태순 교수(의과대・환경의생물학교실)는 “기생충은 각자 적합한 숙주와 기생부위를 가지고 있어 연가시가 인간에게는 기생할 수 없고 뇌 혹은 신경계를 조종하는 일은 더더욱 할 수 없다”고 말하며 연가시에 대한 막연한 공포감을 일축했다. 즉, 영화 「연가시」의 시나리오는 그저 상상에서 만들어낼 수 있는 흥미로운 얘기감일 뿐인 것이다.

고양이 기생충? 톡소포자충!

기생충이 논란의 중심이 되는 일은 생각보다 많이 존재한다. 최근 SBS에서 ‘고양이 기생충’이라는 이름으로 톡소포자충에 대해 보도한 일이 세간의 주목을 끌었다. SBS의 보도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25%가 ‘고양이 기생충’을 갖고 있으며, 개나 고양이 같은 반려동물과 접촉만 해도 감염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임신부가 이에 감염되면 유산의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며 공포감을 조성한 적이 있다. 하지만 이 보도는 오보로 판명이 났고, 고양이를 반려동물로 삼는 사람들과 수의사, 기생충 전문가들은 반감을 표했다. 결국 SBS는 우리나라 기생충 감염자의 대부분은 야생동물의 고기나 내장을 제대로 익혀먹지 않았기 때문이지, 반려동물과의 접촉 자체만으로는 기생충에 감염이 되지 않는다고 정정보도를 냈다.

SBS가 톡소포자충의 이름을 ‘고양이 기생충’이라 붙인 것은 종숙주*가 고양이라는 사실에 기인한다. 물론 고양이로부터 나온 난포낭이 사람에게 감염력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감염 경로나 확률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용 교수는 “임신부나 아이를 키우는 집에서는 이런 사실을 숙지하고 주의를 기울일 필요는 분명 있지만 이 때문에 고양이를 내다버리는 행동은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용 교수는 정정보도에 대해서도 조금 다른 입장을 나타냈다. SBS가 내보낸 정정보도에서는 덜 익힌 돼지고기 등이 톡소포자충의 감염 위험을 높인다고 말했지만 현재 우리나라에 톡소포자충이 돼지를 통해 들어올 수 있는지 분명하지 않다는 것이다.

더럽고 못생긴 ‘찌질이’에게 숨겨진 의외의 모습

연가시와 톡소포자충에 대한 막연한 공포심은 기생충에 대한 혐오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다. 기생충의 생김새나 그로 인해 생기는 질병들을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이런 기생충이 인간의 질병에 관련해 기여를 하는 측면들이 있다. 어두운 면만 부각 됐던 기생충에게서 의외의 밝은 면이 있었던 셈이다.

지난 5월 20일 신촌 인근 카페 체화당에서 오픈렉쳐라이브 주최로 열린 강연에서 기생충의 밝은 면을 만나볼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기생충 전문가로 손꼽히는 서민 교수(단국대・의과대학)는 이날 ‘기생충을 연구한다는 것’을 주제로 기생충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대중에게 전달했다. 그 중 알러지와 기생충의 연관관계, 그리고 기생충을 통한 희귀질병, 이 두 가지를 중심으로 기생충이 퇴치돼야만 하는 ‘찌질이’가 아님을 보여줬다.

희귀병 치료의 공로자

서 교수는 “최근 들어 문제가 되고 있는 알러지나 자가면역질환은 기생충의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감소한 시점부터 증가하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인간은 늘 기생충이 존재했던 환경을 기반으로 진화했는데, 더 이상 체내에 공격할 대상이 없으니 자신의 면역 세포 등을 공격하게 돼 이런 질병이 생겼다는 것이다. 일례로 기생충이 창궐하는 아프리카의 한 지역에 구충제를 보급하는 등 기생충 박멸 작업을 펼치고 시간의 추이에 따라 계속 관찰하자 기생충에 감염된 사람은 급격히 감소했지만, 대신 알러지에 대한 민감도가 증가했다고 한다.

기생충의 반란은 이에 그치지 않는다. 질병 치료에 기생충이 이용된다는 사실, 놀라지 마시라. 자가면역질환의 종류 중 하나인 크론씨병(Chrone’s disease)이 대표적 사례다. 크론씨병은 입에서 항문까지 소화관 전체에 걸쳐 어느 부위에서든지 발생할 수 있는 만성 염증성 장질환으로 장염과 비슷한 증상을 갖고 있다. 물론 크론씨병 환자는 그 강도나 빈도에 있어서 장염보다 심한 고통을 겪는다.

한 연구팀은 크론씨병 환자를 두 집단으로 나눠 한 집단에게만 돼지 유충알을 복용하도록 했다. 돼지 유충알은 돼지만을 숙주로 삼기 때문에 인간에게는 해를 끼치지 않는다. 앞서 언급했듯 자가면역질환은 공격대상이 없어 자신의 면역계를 공격하게 되는 것이므로 기생충의 단백질이나 그 알을 인체에 투여하면 면역계에 대한 과민반응이 안정된다. 지속적으로 관찰하자 돼지 유충알을 복용한 집단의 상태가 호전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한다. 외국에서는 이런 점에 착안해 기생충의 알이나 단백질을 이용해 자가면역질환의 치료제를 판매하는 곳도 있다. 이 때 쓸모없던 기생충은 한화로 수 백 만원을 상회하는 ‘귀한 몸’이 된다.
기생충을 바라보는 복잡한 시선

해로움, 더러움의 아이콘인 기생충. 하지만 세상의 모든 생명체에는 태어난 이유가 있다고 했던가. 쓸모없다고 생각했던 기생충을 박멸하는 데에는 거의 도달했지만, 서 교수의 강연에서도 알 수 있듯 기생충이 박멸돼 생기는 문제들도 존재한다. 우리는 기생충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 것일까. 이에 대한 해답은 당신에게 달려있다.

* 종숙주 : 기생충의 유충이 성충이 되는, 즉 유성생식이 영위되는 숙주. 또는 성충이 머무는 숙주를 의미한다.

글 곽기연 기자 clarieciel@yonsei.ac.kr
사진 김진목

곽기연 기자  clarieciel@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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