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문화생활 중 가장 오래된 활동 중 하나는 ‘연극’이 아닐까 싶다. ‘연극’이라는 독창적인 장르는 없었지만 고대부터 신(神)을 찬미하는 등의 종교적 의식이 연극의 일종이었다. 연극은 고대에서 일상과 가장 밀접한 종교의식의 형태로 시작했고, 인간의 삶을 담아내는 공연의 하나로 자리잡았다. 우리나라에서도 점점 과거의 제의식에서 벗어나 1900년대에 최초 극형식의 공연이 이뤄지고 지금의 공연문화로 자리잡았다. 인터넷에 ‘연극’을 검색하면 현재 상영하는 수십개의 공연이 나오며, 상영예상작도 넘쳐난다. 하지만 이러한 연극이 점점 위기를 맞고 있다는 것. 현재 연극의 현주소가 무엇인지, 정통연극이 맞은 위기는 무엇인지 짚어보는 시간을 가져봤다.

정통연극은 어디로?


 정통연극이란, 가벼운 주제의 연극이 아닌, 사실주의적으로 인간의 내면, 철학적, 인문적 고민을 그려낸 극이다. 또한 인간을 바라보는 시선을 내비치며, 가장 본질적인 인간의 모습에 접근하는 예술활동이다. 이러한 정통연극은 몇 십년 전만 하더라도 연극계의 주류를 이뤘다고 한다. 하지만 점점 정통연극이 설 자리가 없어지고 있는 실상이다. 실제로 인터파크 등 티켓판매 사이트의 90% 이상이 비정통 연극이다.
 이러한 현상은 상업주의의 대두로 시작됐다. 자본주의 시대에서 예술활동조차 ‘이윤추구’를 시작하며 연극의 성격도 변화된 것. 일명 ‘상업주의 연극’이라는 장르가 나타난 것이다.
 대학로극장 이우철 연출가에 따르면 이러한 상업주의 연극은 기획사에서 자체제작을 시작하며 생겼다고 한다. 기획사의 목표는 수익창출인데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예술성, 문학성을 추구하기보단 대중성에 초점을 맞춘다는 것. 대중이 모두 공감하고 즐길 수 있는 연극을 만들다보니 코미디, 혹은 성인연극이 주로 제작되기 십상이다. 이연출가는 “대중성이 짙은 연극은 남녀노소 모두 즐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관객 확보가 용이하다”며 “제작을 기획사가 하게 된다면 대중성을 목표한 연극이 무대에 올라오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결과”라고 전했다. 또한 이러한 자본적 배경과 더불어 뮤지컬을 포함한 예술활동이 점차 대중을 겨냥한 경향을 띄게 됐다고도 덧붙였다.

정통연극은 사라지는 게 아니다.

 
 위와 같은 배경이라면 정통연극의 자체 숫자가 줄어들 법 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수요가 없으니, 공급도 줄어드는 게 맞지 않을까? 하지만 연극계는 아니라고 대답한다. 오히려 연극계는 ‘활성화’됐다는 것. 10여년전만 해도 우리나라의 소극장 수는 40개였지만, 지금은 약 180개의 극장이 있다. 이것은 하루에 180편의 공연이 무대에 올라감을 뜻한다. 작품이 많아지니 배우들이 많이 필요하게 됐으며 배우들의 특성에 맞게 연극도 전환기를 맞기 시작했다. 이연출은 “특히 젊은 배우들의 수혈이 많아지면서 그들의 성향에 맞게 감각적이고, 드라마틱하고, 가벼운 성격의 연극 또한 활성화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극에서 삶의 연륜과 깊이를 표현하기엔 젊은 배우들의 감각이 다소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반면 감각적인 연극이 증가한다는 것과 정통연극의 숫자가 줄어들고 있다는 뜻은 동일하지 않다. 대중적이고 상업적인 연극이 급부상하면서 연극계의 흐름을 주도하는 것뿐 이다. 몇몇 극단은 정통연극을 꾸준히 제작하고 있다. 하지만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많이 못한다며 고충을 토로한다. 이에 이연출가는 “문화정책적 차원에서, 정책적으로 순수예술에 기반한 정통연극을 정부에서 지원했으면 좋겠다”고 뜻을 내비쳤다. 이러한 그의 의견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서울문화재단의 창작연극지원 건수가 2009년 116건에서 2011년 62건으로 절반정도로 줄었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숨은 보석, 정통연극!


 상업주의 연극이라는 그늘에 가려 빛을 발하지 못하는 정통연극이지만, 사실 정통연극이야말로 숨은 진주다. 이연출가는 정통연극의 매력이란 깊이있는 감동을 가져갈 수 있는 것이라고 입을 뗐다. “단순히 연극으로 그치는 게 아니라 그 작품의 대사와 장면을 통해 삶의 가치에 대해서 생각해보고 내 삶에 부합시켜 볼 수 있는 것이 정통연극이다”라고. 이어 “내 삶에서 지니는 가치의 방향에 대해 제고해보게 되고, 이를 통해 며칠간 정신이 지배당할 정도의 큰 영향을 줄수도 있는 연극”이라며 대중들이 정통연극에 더 관심을 가져줬으면, 하는 아쉬운 마음이 있는 듯 했다.
 혜화역 2번 출구 앞에는 대학로에서 상영하는 연극의 정보가 실려있는 ‘공연안내서’가 비치돼있다고 한다. 내 삶의 방향이 불확실한 것 같을 때, 위로가 필요할 때, 내 자신을 찾아나서는 여행의 중간에서 공연안내서 한 편을 집어들고 정통연극 한 편 보러가는 것은 어떨까?

글 송동림 기자 eastforest@yonsei.ac.kr
사진 구글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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