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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르포]강단 뒤 강사들의 깊은 한숨비정규직 강사들의 속사정을 들어보다
  • 시나경 기자
  • 승인 2012.05.26 16:35
  • 호수 16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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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김재경 기자 sulwondo21@yonsei.ac.kr


오늘은 수요일, 사학과 송완범 강사가 우리대학교에서 강의를 하는 날이다. 송씨는 현재 고려대 일본연구센터에 소속돼 있으며 우리대학교로 일주일에 두 번 강의를 나온다. 학교에 도착한 송씨는 수업이 시작하기 전까지 강의동 앞 벤치에서 잠깐 숨을 고른다. 송씨는 “차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은 차에서 대기할 수 있지만 저처럼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강의가 있는 건물 근처 벤치에서 기다리곤 하죠. 비라도 오면 정말 난감해요”라고 말하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대접받지 못하는 손님, 비정규 강사

우리대학교에 강사를 위한 공간이 없는 것은 아니다. 현재 우리대학교에는 강사를 위한 공동 연구실이 13개, 휴게실이 13개 마련돼 있다. 하지만 이는 우리대학교에서 강의하는 강사를 모두 수용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우리대학교 2012학년도 1학기 강의 개설 학점 7천634.5학점 중 강사가 담당하는 학점은 2천 756학점으로 전체의 36.1%에 해당한다. 한 명의 강사가 한 학기당 담당할 수 있는 최소 학점과 최대 학점의 평균인 5학점을 담당한다고 가정하면 현재 우리대학교에는 약 460명의 강사가 강의를 하고 있는 셈이다. 겨우 26개의 공간으로는 휴식과 수업 준비가 보장될 수 없다. 송씨는 “강사실이 있긴 하지만 매우 비좁고 강사들에게 각각 자리가 배정되지 않아 휴식 공간이 부족한 경우도 있죠. 또 강사들 사이에 감도는 어둡고 어색한 분위기도 불편해요”라고 말했다.

학교는 교내 공간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수많은 강사를 모두 수용하는 강사실을 마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대부분의 강사들도 학교 측의 사정을 이해한다. 그러나 학부대의 한 강사는 “최소한 수업준비를 위해 컴퓨터와 프린터를 사용할 공간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씨는 두 시간의 강의가 끝나면 점심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다시 고려대로 향한다. 그나마 지금은 상황이 많이 나아진 편이다. 그가 전업 시간강사였을 때는 지방소재 대학교로도 출강을 가야했다. “그때는 정말 전쟁 같았죠. 아침에 캐리어를 끌고 서울에서 강의를 마치자마자 대전에 있는 대학에서 수업했어요. 그리고 곧장 천안으로 가 강의를 마친 후에 근처에서 하룻밤을 보낸 뒤 다시 서울로 돌아와야 했죠” 이는 송씨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실제로 많은 강사들이 생계를 위해, 또는 학교나 교수진과의 관계 유지를 위해 ‘보따리 강의’, ‘메뚜기 강의’를 하고 있다.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환경

지방대 출강, 강사실 부족 등 학기 중 강의를 다니며 겪는 불편은 그래도 감당할 수 있다는 ㅇ강사는 학기가 끝나갈수록 걱정이 많아진다. 방학이 되면 강의가 없기 때문이다. 강사를 학기단위로 고용하는 우리대학교의 계약 기간은 방학을 제외한 4개월이다. 사실상 강사들은 계절학기 수업을 하지 않는 이상 방학 기간에는 실업자가 된다. 강의료를 주 수입원으로 생활하는 ㅇ씨는 방학이 다가오면 외부 연구소에 연구비 지원을 신청한다. 하지만 연구비 지원을 받는 것도 만만치 않은 일이다. ㅇ씨는 “강의와 연구를 하며 연구비 지원을 위한 과제를 병행하는 것이 어렵고 선발될 확률도 낮아요”라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익명의 한 강사는 애초에 방학 기간동안의 소득은 포기했다. 그는 학기 중에 번 돈을 모으거나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해 방학 기간의 생활비를 충당한다.

방학 기간만 넘긴다고 해서 고민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ㅇ씨는 재계약 시점이 다가오면 전화벨 소리에 예민하게 반응한다. ‘이번 학기에도 강의를 해달라’는 전화 한 통이 재계약 여부를 알려주는 유일한 기준이기 때문이다. “교수진에 선배가 많으면 눈치로 알 수 있지만 타대학 출신이거나 인맥이 없으면 전화 한 통에 의지할 수밖에 없죠.” 현재 우리대학교 규정에 따르면 강사는 총장의 위임을 받아 각 대학장이 ‘시간강사 임용 등에 관한 내규’에 의거해 채용하고, 이를 총장에게 보고해야 한다. 교무처 교무팀 이헌묵 팀장은 “각 과에 강의가 개설되면 기존에 강의를 담당하던 강사나 교수진이 추천하는 강사에게 강의를 맡기는 구조”라고 설명한다. 공채가 아닌 강사 채용 구조상 공식적 기준과 엄격한 심사가 적용되는 정규 교수 임용과는 달리 인맥과 교수의 주관이 많이 개입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에 따라 강사들은 재계약 여부를 예측하기가 어렵다. 매 학기 학기시작 직전에 전화를 통해 채용되는 강사가 장기적 생활 계획을 세우기란 불가능하다.

지난 2012년 1월부터 근로계약서 교부의무를 강화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이 개정됨에 따라 2012학년도 2학기부터 우리 대학 강사의 근로계약서 작성이 의무화됐다. 그러나 계약 당사자인 강사들은 근로계약서 작성이 강사의 처우 개선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ㅅ강사는 “근로계약서 작성 여부가 채용 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에요. 쉽게 말해 기존에 전화로 ‘이번 학기에 강의를 해달라’고 말하던 것을 ‘이번 학기에 강의를 위해 근로계약서를 작성해달라’고 바꾼 것뿐이죠”라고 말했다.

강사는 재계약 여부가 명확하지 않아 여러 대학의 강의 일정을 정하는 데도 골머리를 앓는다. 뿐만이 아니다. 다수 대학 출강으로 보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것도 고민이다. 강사들이 여러 학교에서 강의를 하기 때문에 강사들은 특정 학교에 소속되기 힘들다. 따라서 강사들은 회사부담금 책임을 가지는 학교가 명확하지 않아 보험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현재 우리대학교에서는 강사들에게 국민연금, 고용보험, 산재보험만을 제공하며 고용주가 일부 금액을 납부해야 하는 직장국민연금, 직장건강보험은 보장하지 않는다. 이름을 밝히기 꺼려한 한 강사는 “강사들이 출강하는 모든 대학과 그 대학에서 받는 강의료를 모두 조사해 가장 많은 임금을 받는 학교에서 보험금을 부담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며 강사의 보험 혜택 보장 문제가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인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고질적인 문제, 그리고 악화되는 문제

하지만 가장 심각한 문제는 강사의 저임금 문제다. 우리대학교 강사의 시간당 강사료는 5만6천원이다.


강사의 평균 강의 학점을 5학점으로 보고 일주일 강의 시간을 5시간으로 계산하면 강사는 강사료로 한 달에 약 112만원을 벌게 된다. 이는 보건복지부에서 발표된 2012년 4인가족기준 최저 생계비 143만 9천413원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ㅇ씨는 “갈수록 전임 강사가 되기 힘들어 강사를 전업으로 받아들이게 되는데 이처럼 열악한 소득 수준은 강사로서의 삶을 더 피폐하게 해요”라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ㅇ강사의 말처럼 비정규 강사가 전임 강사가 되는 길은 점점 좁아지고 있다. 대학이 많이 설립되던 70, 80년대 까지만 해도 비정규 강사는 전임 강사가 되기 위한 과정으로 여겨졌다. 비정규 강사가 전임 강사가 된 후에는 조교수, 부교수, 교수의 단계를 밟아 정년퇴직이 가능했다. 하지만 현재 대학에서는 정규직 교수를 많이 선발하지 않는다. 대학도 기업형 경영 철학을 적용해 경제적 이윤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임금조건과 노동환경은 크게 달라지지 않으면서 비정규 강사가 전임 강사가 되는 길은 좁아졌다.



우리는 ‘루저’가 아니야

자료사진 연세춘추

한편, 국문과 ㄱ강사는 대부분 강사들이 지적하는 노동 환경에 큰 불만을 가지지 않는다. 또한 많은 강사들과는 달리 전임 강사가 돼 정규직 교수의 승진 절차를 밟는 것을 목표로 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도 불편한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강사를 ‘루저’로 보는 사회적 인식이다. “70,80년대에 교수 수요가 많던 시절 전임교수가 된 분들은 전임교수를 적게 선발하는 지금의 현실을 잘 모르셔서 그런지 강사들을 ‘능력이 부족해 교수가 되지 못한 집단’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아요”라고 말했다. 학교에서도 강사의 교권을 교수의 교권과 다르게 보기도 한다. ㄱ씨는 “교수의 보강은 자율에 맡기면서 강사의 보강에 대해서는 철저히 확인 작업을 거치는 것, 강사의 수업 전담에 교수와는 달리 학생들의 강의평가가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 등이 강사의 교권 존중하지 않는 것이죠”라며 불만을 드러냈다.

‘ㄱㅇㅇ강사님께 제출’이라고 쓰인 과제를 받으며 ㄱ강사는 씁쓸한 표정을 짓는다. ㄱ씨는 “학생들도 강사와 교수를 다르게 인식하고 있어요. 강사의 강의력이나 연구력이 전임 교수와 크게 다르지 않는데 학생들은 교수보다는 강사를 훨씬 낮게 평가하죠”라고 말했다.

강사들은 열악한 생활 속에서 비슷한 자격조건에 전혀 다른 대우를 받는 전임 교수를 보며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기도 한다. 여기에 교수, 학교, 학생의 차별적 인식이 더해진다. ㄱ씨는 “어떤 강사들은 ‘구휼’과 ‘시혜’처럼 주어지는 강사 지원을 매우 불쾌하게 여기며 거부하기도 해요”라고 말하며 강사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그에 대한 강사들의 반응을 보여줬다.


핵심을 알아야 문제를 푼다

강사 문제는 오래전부터 끊임없이 논의됐다. 이에 정부와 학교 차원에서도 크고 작은 변화가 이뤄져왔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강사들이 느끼는 긍정적인 변화는 많지 않다. ㄱ강사는 강사의 현실을 정부와 학교 측에서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한국연구재단은 연구지원을 위해서 강사들에게 6월 초에 과제를 제출하라고 요구하지만 6월 초는 강사들이 성적 평가와 강의 마무리로 가장 바쁜 시기다. 교무처 교무팀 이헌묵 팀장은 “이제는 학교측에서도 강사 문제를 충분히 연구해야 한다”며 심층적 연구의 필요성을 인정했다. 이처럼 문제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정부와 학교에서는 강사의 실정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정확한 열쇠 구멍에 열쇠를 꽂지 못하고 있다.

시나경 기자  snk329@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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