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토론학회(YDT) 2012 공개세션

지난 11일 저녁 7시 외솔관 110호에서는 연세토론학회(YDT)의 2012학년도 1학기 공개세션이 열렸다. YDT는 매학기 학생들의 토론 참여를 독려하고 토론 문화를 홍보하기 위해 공개세션을 개최하고 있다. 이번 학기 공개세션은 ‘재수강제도,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주제로 열렸다.

본래 재수강제도는 불가피한 사정으로 수업참여가 어려운 학생들에게 재교육의 기회를 주고자 학교 측에서 고안한 제도이다. 하지만 현재 재수강제도는 학점 세탁과 그에 따른 인플레이션으로 학점의 변별력이 떨어뜨리고 수강신청의 경쟁률을 심화시키는 등의 문제점을 야기하고 있다.<관련기사 1683호 4면 ‘자네 또 왔나?’>

정갑영 총장이 취임 이전부터 재수강제도의 개편을 언급하면서 학생들 사이에서 이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이에 「연세춘추」 기자들이 YDT 공개세션에 참석해 쟁점이 된 사안 두 가지를 정리해봤다. 공개세션 패널로는 YDT의 신진(경제·09), 김준홍(정외·08), 김신흔(신소재·09), 이병현(경제·07)씨가 참여했다.

 

 

 

 



재수강을 통한 학점 인플레이션과 그 실효성 논란에 대해

 

폐지 측: 현 재수강제도는 학점 세탁으로 남용되고 있으며 그로 인한 학점 인플레이션을 야기해 학점 외 스펙 쌓기와 같이 무한 경쟁을 심화시키고 있다. 상대평가 비율을 이용해 계산한 결과, 현재 졸업 학생들의 평균 학점은 구조적으로 2.9점 정도가 나와야 정상이나 졸업생들의 평균 학점은 3.4점 정도다. 

유지 측: 재수강이 인플레이션의 유일한 요인이라고 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우리대학교에서는 교수들이 ‘+, -, 0’에 대한 재량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1차적으로 교수들이 후하게 학점을 줄 가능성이 있다. 또한 영어강의 및 4천단위의 강의에서는 절대평가를 일부 허용하고 있기 때문에 재수강 외에도 학점이 높아질 요인은 여전히 존재한다.

폐지 측: 중요한 점은 단순히 학점이 올랐다는 것 뿐만 아니라 졸업생들의 학점 분포도가 중간에 극단적으로 몰려있다는 점이다. 기업 인사 담당자들은 학점이 더 이상 유의미한 평가 척도가 아니라고 누누이 말해왔다. 사회에서 학점이 변별력을 잃었기 때문에 학생들은 공모전이나 인턴 등 다른 스펙에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 것 아닌가.

유지 측: 기업 뿐 아니라 대학원 진학은 물론이고 로스쿨, 의전원 등 많은 곳에서 학점은 여전히 중요한 잣대로 기능한다. 그리고 기업 인사담당자들이 학점이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지만 500명을 대상으로 대기업 입사자들의 평균을 조사해본 결과, 4.3만점에 3.5점이 나왔다. 학점은 최소한의 기준선으로써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것이고 재수강 제도는 경쟁력 강화의 수단이 될 수 있다. 
   
폐지 측: 우선 3.5점이라는 학점 자체가 인플레이션이 된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게다가 지금 학점은 성실성을 가늠하는 요건으로 일부 작용하지만 결정적인 요소는 아니다. 오히려 재수강으로 인한 학점을 믿을 수 없기 때문에 각종 자격증 등 공모전에 지원하게 되고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 재수강 제도가 없어지고 학점이 오롯이 평가의 척도가 된다면 학점에 의한 평가는 공정하고 정당한 방법이 될 것이다.

유지 측: 재수강제도가 폐지된다고 스펙을 쌓아야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또한 폐지된다면 과다경쟁의 폐해가 더 심각해질 우려가 있다. 재수강이 불가능해져 학점이 유의미한 척도가 될 경우 학점경쟁이 과열돼 20대의 행복지수가 낮아질 것은 뻔한 것 아닌가. 우리는 이미 카이스트에서 이러한 과다경쟁의 폐단을 확인했다. 

 

 


 

또 하나의 기회 제공인가
또 하나의 기회 박탈인가

폐지 측: 현재 재수강제도는 초수강자들의 수강신청을 매우 어렵게 하고 있다. 필수교양 과목인 경제학입문의 경우 수강정원 60명 중 43%에 달하는 26명이 재수강자이다. 재수강제도로 인해 정작 수업을 들어야 할 초수강자들이 수업을 못 듣고 있으며 재수강자들은 이들의 학습권을 박탈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2010년 재수강제도가 완화된 이후 재수강은 약 5천 건이 상승했다.

유지 측: 수강신청이 재수강자들에 때문에 어려워지고 재수강자들이 초수강자들의 학습권을 침해한다고 하셨는데, 학생들에게는 등록금을 내면 무조건 18학점을 수강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진다. 이 18학점은 학교가 책임지고 수업을 열어줄 권리와 의무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봤을 때 재수강자들은 역시 동등한 교육서비스를 받을 권리가 있다.

폐지 측: 재도전 이전에 도전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다른 사람의 학습권을 침해하면서 나의 권리를 주장할 수는 없다. 어찌보면 재수강제도는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면서 타인의 권리를 제한하는 것이다. 다른 학생들의 권리를 침해한다면 나의 권리를 어느 정도 제한되어야 한다고 보며, 재수강제도 폐지를 통해 초수강자들의 권리가 보호돼야 한다.

유지 측: 사실 모든 인간이 합리적이라고 가정하면 재수강 제도는 필요가 없다. 하지만 청춘의 시기를 살고 있는 우리는 학과공부보다 중요한 것을 발견하고 그것에 몰두하기도 하며 때로는 방황하고 시행착오를 겪기도 한다. 이러한 경험들은 학업 성적에 나타나지 않지만 분명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결국 소중한 경험을 얻고자 하는 사람들은 불가피하게 학점에 소홀해질 수밖에 없고, 학점이 각종 분야에서 중요한 잣대로 적용되는 현실 속에서 이들은 도태될 수밖에 없다. 이들은 재수강 때문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하지만 결국 이들은 재도전할 기회를 얻게 된다. 재수강제도는 청춘에 대한 안정망이라 할 수 있다.
폐지 측: 학점은 어느 정도 자기 스스로가 책임을 져야 하는 부분이다. 1학년 때 실컷 청춘을 즐겨놓고 우리학교는 재수강제도가 있으니 열심히 학점을 세탁해서 원하는 곳에 취업해야지 하는 것은 비겁한 생각이 아닌가.

유지 측: 만약 전면폐지를 통해 재수강하는 것이 불가능해지면 확률적으로 불가피하게 학점이 굉장히 낮은 사람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이 사람들은 모든 권리를 박탈당해야 하는가.

폐지 측: 학점이 낮다는 것은 그만큼 그 학생이 학점관리를 하지 않은 것이다. 학점은 서비스가 아니다. 스스로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다. 졸업학점은 8학기 동안 여러 수업을 들음으로써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불가피하게 학점이 굉장히 낮은 사람은 노력을 하지 않은 개인의 문제이며 이 때문에 재수강제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재수강제도 어디로 가야하나

재수강제도는 경쟁력 강화의 수단인가 이력서의 무의미한 스펙을 가중할 뿐인가. 청춘의 시행착오에 대한 안전망이라는 의견과 자유에 대한 방종의 허용이라는 등 폐지·유지 측의 의견은 분분하다. 재수강제도를 단숨에 없앤다면 학생들의 많은 반발과 또다른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 반면에 제수강제도의 폐지는 대학사회에 긍정적 파급효과를 야기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재수강제도에 대한 논쟁이 뜨거운 요즘, 충분한 논의와 학생사회의 의견수렴을 거쳐 해답의 실마리를 얻어야 할 것이다.

 

임미지, 이가람 기자  riverboy@yonsei.ac.kr
사진 김지영 기자  kim_g@yonsei.ac.kr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