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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은교는 여전히 아름다운가?”박범신 작가와의 어느 오후
  • 박희정 수습기자
  • 승인 2012.05.19 21:23
  • 호수 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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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영화 ‘은교’가 흥행에 성공하며 연일 화제를 낳고 있다. 이 영화는 17세 소녀를 사랑한 70대 노인의 파격적인 욕망을 다룬 것이다. 영화의 흥행과 더불어 박범신 작가 원작인 소설『은교』도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르며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상명대 강의실을 찾은 기자들을 박범신 작가는 “20대 대학생들은 모두 나에게 ‘은교’다”라며 반갑게 맞이했다. 소설『은교』에서 나아가 진정한 젊음의 의미와 욕망에 대한 그의 생각, 그리고 그를 통해 청년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연두』에서 들어봤다.

은교는 17살이 아니다


영화 속에서 은교는 17세 소녀로 나온다. 그러나 박씨는 은교가 17세 소녀, 그 자체의 나이보다 더 큰 상징성이 있다고 입을 뗐다. “은교는 불멸의 표상, 영원히 늙지 않는 처녀성을 가진 관념적인 인물이에요. 17살 처녀로 설정한 것은 소설의 재미와 극적 긴장감을 위한 것이에요.” 그의 소설 속에서 나이 든 ‘이적요’는 영원한 처녀 ‘은교’를 사랑한다. 이를 박씨는 ‘이적요의 자기반역’이라고 표현했다. 이적요는 ‘권위 있는 노문호로 살아가기’를 바라는 사회적 기대를 받고 있는 인물이다. 하지만 그는 은교를 사랑하고 욕망함으로써 이러한 사회적 기대에 반역한다. “안정성에 대한 거부, 그로 인한 자기 변혁이 ‘젊음’이라는 개념의 요체라고 생각해요.” 박씨의 말처럼 ‘은교’의 존재는 소설『로리타』에 등장하는 여주인공처럼 미성숙의 여체보다는, 이적요가 ‘욕망’이라는 자기반역을 통해 스스로를 젊어지게 한 매개이다. 은교의 이름이 중성적인 것은 같은 맥락이다. 즉 성별과 나이를 떠나 은교는 하나의 절대적이며 본원적인 욕망의 대상인 것이다.

이적요 역시 노인이 아니다.


“은교가 17살이 아니듯이, 은교를 만난 후 이적요 역시 더 이상 노인이 아니게 된 거죠.” 여기서 ‘젊음’과 ‘늙음’에 대한 그만의 생각을 알 수 있다. ‘자기변혁을 꿈꾸는 자는 늙지 않고 언제나 청춘이다’는 것이다. 박씨는 덧붙인다. 그런 의미에서 자신은 젊은이라고. 또한 그는 자기변혁은 근원적인 욕망에 대한 갈망으로부터 시작된다고 말한다. 근원적 욕망은 ‘은교’에서처럼 ‘불멸에 대한 갈망’ ‘영원한 처녀성에 대한 갈망’과 같이 여러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공통된 것은 모두 ‘꿈’이라고 불릴 수 있다는 것이다. “요즘 젊은이들은 과연 ‘참 젊음’을 누리고 살고 있는가하는 의문이 들어요.” 불안정한 꿈보다 안정을 택하는 젊은이들. 그들은 일흔이 다돼가는 이적요보다 더 늙어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작가의 문제제기였다. 이에 ‘늙어버린 마음’을 가진 젊은이들을 위한 조언을 해달라고 기자들이 부탁했다. 박씨는 다음과 같이 말을 이었다.

청년을 위한 말 1-‘청년은 안전한 주식을 사지마라’


그는 ‘장 콕터’의 말을 들려줬다. “청년은 안전한 주식을 사지마라.” 하지만 우리대학교 학생들을 비롯한 많은 젊은이들이 좋은 학점과 좋은 직장, 높은 연봉을 꿈꾸며 시험기간에 밤을 새운다. 스펙쌓기에 여념이 없는 현재의 젊은이들을 그는 ‘덩치는 크지만 속은 쓸쓸하다’고 평했다. “현재의 젊은이들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안정만을 지향해요. 그 모습을 보며 안타까워요. 근원에 대한 자기 욕망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자기가 원하는 일과 삶 말이에요.”


근원에 대한 욕망이 어떤 것인지 묻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욕망을 두 가지 층위로 나누어 설명했다. “‘욕망’의 층위는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어요. 세속적이며 낮은 층위의 욕망과 근원적이며 높은 층위의 욕망이 있죠.” 전자는 자본주의가 우리에게 주입해준 욕망이다. ‘넓은 집에 살고 싶다’ ‘좋은 차를 갖고 싶다’와 같은 욕망들이다. 이것들이 진정 우리의 본원적인 욕망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반면 후자는 자신만의 근원적인 욕망이다. 삶의 불멸을 갈망하는 욕망, 사랑을 하고 유지하고픈 욕망, 신과 만나고픈 욕망과 같은. 이런 근원적인 욕망이 무엇이냐에 따라 자기 정체성과 삶의 품격이 결정된다. “물론 실존적인 현실 문제를 완전히 무시하고 근원적인 욕망만 쫓을 수는 없죠. 하지만 최소한 그 욕망을 갈망하며 살아갈 때 내가 누구인지 질문하며 살아갈 수 있어요.” 오늘날 많은 젊은이들이 자본주의에 의해 주입된 전자의 욕망을 자신의 욕망이라고 착각하고 자본주의적 안락을 쫒아간다. 그에 말에 따르면 아무리 출세를 해도 자본주의의 욕망 속에서 사는 것은 품격 없는 삶이다. 그는 안정 지향적, 목표지향적인 대학생들이 근원적인 욕망과 꿈에 대해 좀 더 성찰할 필요가 있다고 한 번 더 당부했다.

청년을 위한 말 2-꿈과 목표를 헷갈리지 말기를


“꿈과 목표는 달라요. 목표라고 부르는 것은 자본주의 욕망이 가르쳐주는 지점이에요. ‘의사가 되어야겠다.’ 이 자체가 목표라면. 꿈은 그 이유죠.” 그는 다음과 같은 예며 말했다. 안정된 직장을 얻기 위해 의사가 된다. 이것은 의사가 되는 것의 목표에 불과하다. 그러나 세상에 병으로 고통 받는 사람을 위해 의사가 되는 것은 그 이유다.
이어 그는 소설가로써의 자신의 ‘꿈’에 대해 들려줬다. “처음에는 세계와 나 사이의 불화를 해결하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했어요. 문학을 통해 결핍된 자신을 구원하고자 싶었어요. 지금은 타인을 구원하다고 싶다는 보다 큰 꿈이 생겼어요.” 독자들은 소설을 통해서 자기 결핍을 확인한다. 확인으로만 멈추지 않는다. 문학 속 제 3의 이미지는 독자의 총체적인 인생관과 결합하여 독자의 머릿속에서 완성된다. 이것이 자기성찰의 계기로 다가오는 것이다. 그는 ”이 자기성찰의 계기를 제공하는 것이야말로 문학의 강점이자 문학을 통해 이루고 싶은 나의 꿈이다“라고 말했다. 박씨가 자신을 ‘젊은이’라 칭한 자신감은 여기서 비롯된 것이다.

청년을 위한 말 3-히말라야 빙벽에 매달려라


그는 젊은이들이 자신의 책 『촐라체』의 주인공처럼 살아가길 바랐다.『촐라체』는 히말라야 빙벽에 매달려서 끊임없이 도전하는 사람을 그린 책이다. 인간의 한계상황을 넘어가고자 하는『촐라체』의 주인공처럼, 내가 누구인지,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끊임없이 반문하며 도전하고 자신의 빛을 찾아야한다. “자기 내면의 빛을 따라 인생의 지도를 그리고 그 길을 따라 가야해요.” 아무도 자신의 생의 지도를 그려주지 않는다 해서 현실이 선사해준 나침판만을 수동적으로 따라간다면, 노년에 찾아올 삶의 허무함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이제는 내가 행복해지는 책을 쓰고 싶다


‘앞으로 어떤 책을 쓰고 싶은가.’ 기자의 마지막 질문에 박씨는 “내가 행복해지는 책”이라 답했다. 그는 그동안 수많은 모순을 내포하고 있는 자본주의에 대한 고발과 인간다움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소설을 많이 써왔다. 그는 작품 활동을 하면서 일상적 현실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사회의 부조리를 꼬집으려 노력했다며, 자신의 문학관을 뚜렷이 드러내었다. “최근 작품 『나의 손은 말굽으로 변하고』 도 그러한 내용이에요. 문학은 자본주의와 대항해야합니다. 자본이 독재자로 군림하는 세상에서 인간다움과 자본이 균형을 이루기 위해 문학이 중간역할을 하는 것이죠.” 하지만 그는 사회에 대한 직접적인 발언을 하는 ‘찌라시 문학’은 경계하였다. 부조리를 고발하면서도 문학적인 예술성을 잃지 않는 작품을 쓰는 것. 이를 통해 자신뿐 아니라 같은 사회에 살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행복하게 만드는 것. 그가 작가로써 꾸는 ‘꿈’들은 그를 ‘꿈’을 가진 젊은이로 만들었다.


청년들이여, 보다 높게 욕망하라


‘은교’ 원작자를 만났지만 ‘은교’보다는 꿈과 젊음, 그리고 인간다움에 대해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우리는 진정으로 ‘젊은 것’인가? 많은 청년들이 은교를 만나기 전의 ‘이적요’처럼 살아가고 있다. 뛰어난 학점과 스펙, 값비싼 집, 연봉 높은 직장을 위해 우리들은 아스팔트 위를 앞만 보고 달린다. 자기 성찰 한번 없이, 사회가 주는 거짓 욕망 속에서 허우적거리면서 말이다. 우리 마음속의 ‘적요(寂寥)’를 깨트릴 때다. 보다 높게 욕망하라.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언인지 고민하고 또 고민하라. 그리고 그 원하는 바를 끊임없이 갈망하라. 이적요 마음속의 영원한 처녀이자 꿈이었던 은교가 오늘밤 당신의 유리창을 두드릴 것이다.

글/사진 박희정 수습기자
yondo@yonsei.ac.kr

박희정 수습기자  yondo@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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