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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vs세”와 “연세”본교와 의료원의 50년 묵은 뿌리깊은 갈등
  • 김종혁, 정기현 기자
  • 승인 2012.05.19 18:58
  • 호수 1685
  • 댓글 0

학부 학생 수 현황<2011년 4월 11일 기준>

본교

13개단과대학

57학과

1만7천780명

의료원

3개단과대학

3학과

1천1명

원주매지

4개단과대학

32학과

6천782명

원주일산

1개단과대학

3학과

1천168명

출처 우리대학교 홈페이지

의과대, 치과대, 간호대(의치간) 및 그 아래 부속 병원 등을 포함하는 ‘의료원’과 이를 제외한 교육기관인 ‘본교’ 나아가 원주매지캠퍼스와 원주일산캠퍼스는 학생 수 현황부터 분리돼 제시될 만큼 구분이 뚜렷하다.

본교와 의료원의 재정·행정·생활면에서의 분리 운영은 연희대학교와 세브란스 의과대학이 합병된 지난 1957년 이후로 지속돼 왔다. 이로 인해 학교 관리는 한층 수월해졌지만 큰 갈등을 유발하기도 했다. 때로는 수익 사업에서 나온 수익금 배분을 두고 논란을 빚기도 하고, 기관의 장을 선출하는 방식에서 갈등을 빚기도 했다. ‘연세대’라는 한 지붕아래 있지만 ‘따로 노는’ 본교와 의료원. 한 지붕 두 가족 나아가 한 지붕 네 가족은 이를 두고 나온 말일까.

본교는 생협, 의료원은 신협

본교와 의료원은 학생들이 생활협동조합(생협)의 혜택을 얼마나 누리는지부터 차이를 보인다. 학생들은 학내 곳곳의 생협 매장을 통해 학외의 일반 매장보다 싼 값에 물품을 구입할 수 있다. 그런데 의치간 단과대 건물에는 생협 매장이 없어 지난 2009년 이전까지 의치간 소속 학생들도 입학 당시 생협 가입금을 냈음에도 생협 매장 이용에 제한을 받았다. 이는 본교와 별도로 의료원 측에서 신용협동조합을 설립, 운영하며 의료원 내 상업시설의 관리를 맡겼기 때문이다. 의료원 측 한 관계자는 “의료원은 학생 외에도 병원을 방문하는 외부인이 더 많아 생협을 들이지 못한다”고 밝혔다.

지난 2011년부터 신입생들이 국제캠에서 수업을 받으면서 의과대와 치과대 소속 학생들은 생협 가입금을 내지 않는다. 그런데 현재 국제캠에는 생협 소속 매장인 ‘가온샘’이 있다. 이에 생협 이항서 주임은 “행정적 연계가 잘 이뤄지지 않았다”며 “오는 2013년 신입생부터는 생협 가입금을 내도록 건의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주임은 의료원 소속 단과대에 생협 매장 입점에 대해서는 “의료원 소속 학생들에게도 더 가까이서 혜택을 부여하고 싶지만 본교와 의료원의 체계가 달라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붙어있지만 돌아갈 수밖에 없는 곳

캠퍼스 공간 면에서도 의료원 부분과 본교 부분은 구분이 뚜렷하다. 세브란스 병원 기획예산팀 이학선 팀장은 “캠퍼스 내의 공간 구분은 관리상 편의를 위한 것이다”고 설명했다. 일례로 본교와 의료원 간 차량 관리체계의 차이가 현격하다. 본교와 의료원이 지도상으로는 붙어있지만 접하는 도로구간마다 말뚝을 박아놓아 차량 통행이 불가능하다. 양쪽 주차장을 관리하는 용역업체 또한 다르다. 본교 측 익명의 한 교직원은 “재단은 하나지만 세브란스와 본교는 완벽히 분리돼있다”며 “두 단체의 운영 체계가 상이한데 합치는 게 오히려 이상하지 않냐”고 말했다. 더불어 그는 “세브란스 방문객들의 주차장 수요가 워낙 많기 때문에 합친다고 가정하면 본교에 혼란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임시로 세워진 러들러교수동 또한 공간 구분을 보여주는 한 예이다. 러들러교수동은 의료원의 암 전문병원이 준공되기 전에 약 5년 여간 임시로 사용하기 위해 본교 측 공간에 세워졌다. 의료원이 본교 측 공간을 잠시 빌린 꼴이다. 이 때문에 5년여의 시간이 지났을 때 러들러교수동의 본교 반환 문제가 논란이 될 전망이다.

가족간에도 돈 계산은 철처히

본교와 의료원의 분리가 가장 뚜렷한 부분은 무엇보다 재정·회계면이다. 우리대학교는 각각의 단체들이 재정, 행정면에서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독립채산제’방식을 택하고 있다. 이는 우리대학교 학교법인 정관에도 ‘재단법인 세브란스 의과대학 및 원주기독병원이 소유했던 재산은 별도 회계로써 이를 경리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처럼 ‘철저하다’고 볼 수 있는 재정·행정·공간상의 독립은 본교와 의료원 간 갈등의 불씨가 되기도 했다. 서울역 앞에 위치한 연세재단 세브란스 빌딩(연세 빌딩)이 이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지난 1964년 당시의 이사회는 의과대의 재정난을 극복하기 위해 합병 전부터 세브란스 병원 소유였던 서울역 앞 대지를 매각하기로 결의했다. 하지만 2년 뒤 재정난이 어느 정도 해결됐음에도 매각 결정을 이행한 것이 화근이었다. 이 결정에 의료원 측은 △턱없이 낮은 매각 가격 △계약 절차 위반 △총장 부재 중 계약 체결 문제 등의 이유로 거세게 반발했다. 결국 이 사건은 당시 문화교육부를 통해 매각이 무효화되며 타율적인 방법으로 해결점에 도달했다.

하지만 약 50년이 지난 현재 이 부지 위에 세워진 연세 빌딩의 수익금을 본교와 의료원 중 어느 쪽에 얼마씩 배분할 것인가에 관해 다시금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1993년 완공된 연세 빌딩에 소요된 약 1천 2억원의 공사비는 대우건설에서 선투자했고, 우리대학교는 이 공사비를 임대료 수익을 통해 갚아나가기로 했다. 문제는 1996년 공사비 상환이 완료된 후 발생한 이익금의 배분이었다. 이를 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았고 2006년에 이사회는 2005년 이전에 발생한 이익금에 대해 본교와 세브란스, 그리고 이사회 측에 각각 4:4:2로 배분할 것을 의결했다. 그런데 지난 2008년 7월 이 결정에 다소 변화가 있었다. 이사회 몫인 20%를 의료원에 넘겨 전체의 60%에 해당하는 300억원을 의료원에 배분하는 구체적인 안을 결정한 것이다. 법인사무처 행정지원팀 김강성 팀장은 “연세 암전문병원, 용인동백지구병원, 에비슨연구센터 등 의료원이 예외적으로 건축비 소요가 많기 때문에 2005년 이전 이익금에 한해서 재단 몫인 20%까지 의료원에 전출하기로 했다”고 300억원 분배의 경위를 설명했다. 덧붙여 그는 “2006년 이후로는 원래 의결 사안인 4:4:2의 비율로 배분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배분 비율에 대한 의료원 측의 의견은 조금 달랐다. 의료원 측 한 관계자는 “부지가 세브란스 땅인 만큼 의료원 측에서는 여전히 4:4:2의 비율보다 많은 금액이 배분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며 “일각에서는 이익 적립금이 모두 의료원 앞으로 돌아와야 한다는 말까지 있다”고 말했다.

분리운영, 그 깊은 뿌리

‘독립채산제’ 방식에 따라 우리대학교 부속 병원에서 나오는 수익금은 본교 측에 투자되거나 하는 것이 아니라 온전히 의료원 측에 모두 쓰이고 있다. 법인사무처 김 팀장은 “정관에도 각 기관의 재정적 독립이 보장돼 있다”며 이에 덧붙여 “부속 병원 수익금은 의치간 교수들의 진료 수익금의 비중이 커서 성과금과 같은 것으로 인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속 병원은 교육 기관과 달리 자체적으로 수익을 내고 24시간 운영되는 등 본교의 운영 체계와는 차이가 크기 때문에 독립채산제 방식을 따른다면 편리성이 크다. 따라서 의과대 부속 병원이 있는 다른 많은 대학에서도 독립채산제 방식을 택하고 있다.

그러나 본교 측이 의료원 측과 운영 면에서 뚜렷한 구분을 보이는 것은 단지 운영 체계의 차이에만 기인하진 않는다. 법인사무처 재무회계팀 정혜영 팀장은 “본교와 의료원이 분리돼 운영되는 것은 아주 오랜 역사적인 원인도 크다”고 말했다. 우리대학교는 지난 1957년 연희대학교와 세브란스 의과대학의 통합으로 ‘연세’라는 이름을 완성했던 역사를 갖고 있다. 그런데 통합 과정에서 1955년 9월 9일자 「한국일보」에 ‘세브란스 의과대학 동창·교수·재학생 일동’이라는 명의로 극렬한 합동반대 성명서가 게재된 바가 있을 정도로 그 과정은 결코 원만치 않았다. 이후에도 양측은 계속 명칭 제정 문제와 재정 일원화 문제 등으로 갈등을 빚었다. 하지만 서울역 앞의 병원은 경영 상황이 좋지 않아 통합이 불가피 했고 당시 피폐한 전쟁 후 상황에서 세브란스 병원을 지원해주던 주한 미 제8군도 통합에 압력을 넣었다. 결국 양측은 ‘연세대학교’라는 이름으로 합의를 봤다. 하지만 당시 정관에도 ‘독립채산제’ 방식이 명시돼 있다. 즉, 통합은 됐지만 회계는 별도로 이뤄진 것이다. 통합될 때부터 극렬한 반대와 함께 출발했고 이를 봉합하기 위해 각자의 철저한 독립성을 보장한 만큼 현재의 정관에도 이 조항이 남아있는 것이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소장 박은철 교수(의과대·예방의학)는 “분리된 운영은 오랫동안 지속돼 오면서도 크게 문제가 없었다”고 전했다.

다시금 불거진 갈등

하지만 최근 갈등이 표면으로 불거진 일이 있었다. 의무부총장 선출 방식을 둔 논란이 바로 그것이다. <관련기사 1683호 2면 ‘의무부총장, 직·간선을 둔 불꽃 튀는 핑퐁게임’> 지난 2월 7일 이사회는 선거 결과에 대한 총장의 재량권을 인정하며 오랫동안 직선제에 가깝게 운영돼 오던 기관장 선출이 사실상 간선제로 선출될 것임을 의결했다. 의과대 교수평의회 의장 김충배 교수(의과대·외과학)는 “의무부총장 선출이 직선제에 가까운 방식으로 이뤄진 것은 20년간 지속된 제도”라며 “일방적인 의결 사항 통보에도 문제가 있지만 간선제는 오랜 기간 보장돼온 의료원의 자율성이 훼손할 수도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실제로 의치간 교수평의회는 4월 19일 이사회 측에 서한을 전달하고 우리대학교 전체 교수들에게도 간선제에 반대하는 의치간 교수평의회의 입장을 알렸다.

그러나 이에 대해 이사회 측은 의결된 사안을 고수한다는 입장이다. 법인사무처 김 팀장은 “현재로써는 2월 달에 의결된 사안대로 나아간다는 입장을 바꾸지 않을 예정이지만 계속 고려중에 있다”고 답했다.

남같은 우리 가족

연희대학교와 세브란스 의과대학의 합병이 이루어진 것은 세브란스 병원의 경영난, 주한 미 제8군의 압력 등 현실적인 이유도 있지만 학생들에게 보다 폭넓은 교육과 경험의 기회를 제공해줄 수 있다는 이유도 크다. 하지만 실제로 본교와 의료원 각각의 학생들은 서로에 대한 교류도 턱없이 적어 알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다. 지난 5월 11일 아카라카 공연 행사의 ‘과 출석’ 순서에서도 사회자가 의과대를 호명하자 의과대를 제외한 다른 과 학생들은 알 수 없는 함성을 보내기도 했다. 김아무개(국문·11)씨는 “능력이 뛰어난 친구들이라는 생각은 들지만 약간 거리감이 들기도 한다”며 “만날 기회가 적고 너무 분리돼 있어서인지 약간은 따로인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이는 통합이 형식적으로만 이뤄져 사실상 거의 한 지붕 두 살림 형태로 오랫동안 운영돼 온 데서 연유한다. 상황상 어쩔 수 없이 통합됐다고 해도 ‘연세’라는 이름을 달고 입학하는 이상 각자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보다는 협력에 충실해야 학교의 가장 바탕이 되는 학생 사회에서부터 진정한 통합의 정신이 실현될 것이다.

함께하는 백양로 프로젝트, 그리고…

최근 학교 측은 백양로 프로젝트의 청사진을 밝혔다. 우리대학교의 핵심 구간인 백양로 지하를 개발해 주차공간 확장 및 편의 시설 유치를 위한 정갑영 총장의 핵심 공약이다. 여기에는 본교와 의료원이 공동으로 개발 과정에 참여하고, 주차시설 또한 공유하게 된다. 기획처 기획팀 이철수 팀장은 “본교와 의료원이 공동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며 “투자 비율 등 자세한 사항은 정해지지 않았으나, 본교와 의료원이 함께하겠다는 원칙은 이미 합의된 상태로 이번 사업으로 양 기관 간 협력이 잘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우리대학교는 ‘연세’대학교이다. 연희대학교와 세브란스 의과대학이 따로 존재했던 1957년 이전과는 상황이 다르다. 통합 후 50년이 넘는 세월이 흐른 지금, 이제는 같은 정신, 같은 전통을 공유해야 할 때가 아닐까?

김종혁, 정기현 기자
prinkh@yonsei.ac.kr
일러스트레이션 서은진
자료사진 우리대학교 홈페이지

김종혁, 정기현 기자  prinkh@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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