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만 늦으면 끝, 학내 선착순 방식에 대안은 없는가

아카라카 개인 티켓팅이 있는 날.
이미 어둠이 깔린 지 오래지만 캠퍼스는 학생들로 북적인다. 모두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티켓 판매 시간과 장소가 공지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떴다!”
아카라카 홈페이지에 개인 티켓팅 관련 공지가 올라왔다. 선착순 판매가 시작되기까지 남은 시간은 불과 30분전. 전쟁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서로 밀치고, 밟히고, 당기고…. 피튀기는 달리기에서 승리하는 자만이 아카라카 티켓을 거머쥘 수 있다.

툭하면 선착순

선착순으로 진행되는 ‘아카라카를 온누리에’(아카라카) 개인 티켓팅은 매년 엄청난 경쟁률을 보여 왔다. 아카라카 티켓 판매 장소가 공지되면 동시에 많은 인파가 한곳에 몰려 사고가 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선착순 배분은 아카라카 개인 티켓팅과 같이 오프라인 공간에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온라인으로 시행하는 수강신청도 선착순 방식을 사용하는 대표적인 예다. 선착순의 승자가 되기 위해 찰나를 노리고 누르는 ‘클릭’소리는 수강신청을 그야말로 전쟁처럼 느껴지게 할 정도다.

이렇게 아카라카 개인 티켓팅과 수강신청은 선착순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례다. 하지만 이 외에도 학내 여러 곳에서 선착순 제도가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이번 대동제에서 진행된 무대 공연의 기회도 선착순으로 주어졌다. 대동제 기획단은 지원서를 작성해 총학생회 홈페이지에 게재하는 순으로 140개의 공연팀을 뽑았다. 지원자들은 시험 기간임에도 긴장되는 마음으로 컴퓨터 앞에서 접수 시간이 시작되기만을 기다려야했다. 대동제 기획단장 김태용(전기전자·09)씨는 “공연 참가팀 선발 기준을 기획단 자체적으로 세우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모든 참가팀에게 최대한 공평하게 배분하기 위해 선착순 방식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새롭게 문을 연 스포츠센터의 휘트니스 센터 등록에도 선착순 방식이 적용됐다. 5월 한 달 이용권에 대한 등록을 선착순 방문으로 지난 4월 23일부터 5일 간 접수받을 예정이었지만 이는 신청 시작 하루 만에 마감됐다. 접수 시작 시간이 아침 8시였음에도 접수가 시작되기 전부터 스포스센터에는 많은 학생들이 줄지어 등록을 기다렸다. 휘트니스 센터 등록에 ‘성공’한 이순건(사학·06)씨는 “등록 시작 시간 30분 전부터 기다렸는데도 200번에 가까운 대기표를 받았고 두 시간정도 기다려 등록했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지난 2012학년도 수시모집 합격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세예비대학 프로그램도 선착순 방식으로 720명의 학생들을 모집했다. 2012학년도 수시모집 정원이 2천 326명이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예비대학에 참가할 수 있는 학생은 전체의 약 30%밖에 안 된다. 예비대학을 진행하는 학부대학 관계자는 “예비대학에 참가하지 못한 합격생들의 불만이 있지만 재정적 이유, 시기적 이유 등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며 “모집방식에 대해서는 개선의 필요성을 느낀다”고 말했다.

강의 내에서도 다양한 선착순의 사례가 나타난다. 필수 교양 과목인 ‘우주의 이해’ 수업에서는 도우미를 뽑는 과정에서 선착순 방식이 활용된다. 도우미가 아닌 학생은 지정과제를 수행해야 하며, 도우미 학생은 ‘지정과제 평균점수’와 ‘지정과제 최고점’의 평균점을 받게 된다. 따라서 대부분의 학생들은 도우미가 되기 위해 선착순 댓글 전쟁에 뛰어든다. 지난 학기 우주의 이해 조교를 담당했던 윤혜인(천문우주·석사3학기)씨는 “선착순으로 글을 작성하면 학생들이 신청을 한 정확한 ‘시간’이 증거로 남기 때문에 이 방법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여러 강의에서 조모임 토론 주제를 결정하거나 과제 제출 기한을 선택하는 과정 등 선착순 방식은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선착순은 만능열쇠가 아니야

선착순 방식은 경제학적인 관점에서 ‘먼저 온 순서대로 재화를 구입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뜻한다. 이 방식은 공급부족에 따른 초과수요가 나타날 경우에 사용된다.

한순구 교수(상경대·이론경제학)는 “선착순 방식의 유일한 장점은 편리성”이라며 “공급자 입장에서는 재화를 나눠줄 분명한 기준이 있어 굉장히 편리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선착순 방식은 수요자의 선호도를 반영하기도 한다. 대체로 더 빨리 줄을 선 사람이 해당 재화에 대한 선호도가 더 높은 사람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착순 방식의 가정에 따른다면 줄을 빨리 선 사람에게 돌아가는 재화는 선호도가 높은 사람에게 돌아가는 것과 마찬가지다.

하지만 선착순 방식은 순서라는 단 하나의 기준으로 재화를 배분하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다른 기준들이 고려되지 못한다. 이에 따라 오히려 선착순 방식으로 불공평한 분배가 이뤄지기도 한다. 예를 들어 졸업을 위해 특정 강의를 반드시 수강해야 하는 학생이 몇 초 차이로 수강신청에 실패하고, 그 학생 대신 수강신청에 성공한 학생이 막상 강의를 들어보고는 수강 철회를 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또한 수요자 입장에서는 시간이라는 기회비용을 과다하게 지출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아카라카 개인 티켓팅과 휘트니스 센터 등록 성공을 위해 몇 시간 전부터 기다리고 있는 것이 시간 낭비의 단면을 보여주는 한 예다.

선착순 방식, 대안은 있다

이렇게 선착순 방식이 가져다주는 부작용에 대해 한 교수는 “가능하면 선착순 방식이 아닌 다른 대안을 찾아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교수는 그 대안으로 포인트제를 제시한다. 포인트제는 수요자의 경력을 다양한 기준으로 나눠 이를 포인트로 수치화해 재화를 받기에 가장 적절한 수요자를 찾는 방식이다. 선착순 방식에 비해 여러 가지 기준들을 한꺼번에 고려할 수 있으며 수치로 환산해 이를 객관적으로 비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다른 대안으로 배급제와 추첨제가 있다. 배급제는 소비자에게 배급표를 발행해 그 배급표만큼 상품을 살 수 있게 하는 제도로서 선착순 방식보다 재화가 공평하게 배분되는 장점이 있다. 또 추첨제는 어떠한 기준 없이 무작위로 재화를 배분함으로써 수요자가 낭비하는 시간이 줄어드는 효과를 가져온다.

현실적 대안, 융통성이 키워드

하지만 위와 같은 대안들을 현실에 적용하기에 어려운 경우가 많다. 공급자와 수요자 측 모두에게 더 큰 비용이 들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교수는 “선착순 방식을 대체할 적당한 대안이 없다면 선착순을 기본으로 하되 그 과정에서 다양한 룰을 만들어 나가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된 예를 학내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한국어학당의 언어교환 프로그램은 매 학기 학생들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기본적으로 선착순을 존중하지만, 선착순 방식에 전적으로 의존하지는 않고 기타 다양한 기준들을 고려해 유동적으로 운영한다. 한국어학당 학생과 김제열 과장은 “선착순 방식에서 밀려났더라도 외국어 구사 능력이 탁월한 학생처럼 언어교환 프로그램의 취지에 더 적합한 학생이 있다면 선착순 방식으로 들어온 학생과 바꾸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각 단과대마다 배분된 아카라카 티켓을 소속 학생들에게 다시 나눠주는 과정에서도 단과대 학생회의 자율에 따라 선착순을 기본으로 추가적인 기준을 만들기도 한다. 국어국문학과 학생회의 경우 사전에 시간을 공지하고 학생회 사이트에 댓글을 다는 순서대로 과 티켓을 배분한다. 단, 아카라카에 한 번도 참여해 본 적이 없는 1학년 학생들에게는 우선권을 주고 나머지 티켓을 2학년 이상 학생들에게 선착순으로 배분한다. 교육대 학생회의 경우에는 개인 티켓팅을 하기 전에 교육대학 학생들을 대상으로 수요조사를 실시한다. 학생들의 수요를 파악한 뒤 개인 티켓팅 등으로 최대한 공급을 늘려 교육대 내에서 티켓 부족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에 방지하는 것이다.

수요자 배려하는 방식을 위해

물론 선착순 방식은 기준이 분명하고 사용하기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선착순 방식이 최선은 아니라는 점 역시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선착순 방식이 남용된다면 오히려 공평한 배분과는 거리가 멀어질 수 있다. 때문에 공급자의 편의만을 위해 선착순 방식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수요자까지 배려하는 새로운 방식을 모색해야 한다.

합리적인 배분을 통한 공정한 기회의 실현은 학생들이 스스로 찾아나가는 과정에서 완성된다. 한 교수는 “그 편리성 때문에 결과적으로 선착순 방식으로 복귀한다 하더라도 공급자와 학생 모두가 합리적인 제도를 만들기 위한 시도를 해나가는 것이 그 자체로 큰 의미를 가진다”고 강조했다. 선착순 방식의 대안을 마련하기 위한 공급자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학생들이 문제의식을 갖고 이를 고쳐나가기 위해 노력하는 것 또한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이다. 

박진영, 시나경 기자
snk329@yonsei.ac.kr
그림 김진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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