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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의 달달한 쉼표, 컵케이크 이야기
  • 곽기연 기자
  • 승인 2012.05.07 11:26
  • 호수 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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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년전만 하더라도 케이크은 누군가의 생일이나 어떤 파티가 있어야 먹을 수 있는 디저트였다. 시간이 흘러 ‘특별함’의 상징이었던 케이크은 커피나 차 한 잔과 아무렇지도 않게 곁들이는 음식이 됐고 생크림, 초코, 모카가 전부였던 종류는 점차 다양해져 이제는 일일이 이름을 꼽아보는 것도 힘들어졌다.

컵케이크도 그중 하나다. 한 손에 잡힐만한 크기의 빵에, 상아색이나 살구색과 같은 파스텔톤의 크림과 각종 장식들을 더하면 컵케이크는 그 매력을 더한다. 컵케이크은 모양만큼이나 달콤하고 사랑스러운 맛을 자랑한다. 홍익대 인근 주민인 박영은(32)씨는 “컵케이크는 우선 시각적으로 예쁘고 너무 크지 않아 먹기 편하다”며 컵케이크의 매력에 대해 공감했다.

아기자기하고 달콤한 디저트. 이는 컵케이크를 정의내리고 이해할 수 있는 수많은 요소 중 하나일 뿐이다. 컵케이크에 어떤 이야기들이 숨어있는지 한 번 살펴보자.

컵케이크와 함께라면 ‘나는 뉴요커다’

컵케이크가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게 된 것은 어떤 이유에서일까. 홍익대 인근에서 카페 ‘메이준 컵케이크(Mayjune cupcake)’을 운영하고 있는 이진경(34)씨는 “사람들이 컵케이크를 하나의 문화 아이콘으로 인식한 것이 한몫했다”고 원인을 분석했다. 10, 20년 전 햄버거나 피자를 즐기며 서양의 문화를 받아들인다는 기분을 만끽했던 상황을 떠올려보면 쉽게 이해가 가능하다. 컵케이크는 3년 전 국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 배경에는 미국 HBO사에서 방영된 유명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Sex and the city)’가 있다. 우리나라에는 온스타일(Onstyle) 채널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소개 됐다. 드라마 속 네 명의 여자 주인공들은 뉴욕에 위치한 ‘매그놀리아 베이커리(The magnolia bakery)’란 곳에서 컵케이크를 즐겨 먹는다. 그들의 패션이나 라이프스타일을 선망하던 시청자들에게 이 모습 또한 인상적으로 각인이 된 것이다.

인기 여배우 한예슬 역시 컵케이크 열풍에 한몫했다. 당시 한예슬이 ‘여배우의 해외 여행’을 컨셉으로 한 프로그램을 통해 레드벨벳 컵케이크를 즐기는 모습이 전파를 탔다. 시청자들은 ‘레드벨벳’이라는 이름에 한 번 매혹되고, 이름처럼 빨간 컵케이크의 모습을 보고 호기심을 갖게 됐다. 새로운 트렌드에 대한 욕구가 컵케이크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진 것이다.

달콤한 내 인생을 위한 선택

컵케이크는 누군가에겐 미각의 즐거움을 선사하는 디저트 중 한가지지만 누군가에겐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은 이정표가 되기도 한다. 『컵케이크, 달콤한 내 인생』이라는 책을 통해 알 수 있다. 이 책은 아직 컵케이크가 국내에 본격적으로 도입되지 않았던 시절부터 컵케이크를 만들었던 이샘(31)씨의 저서다. 이씨는 광고계에서 손꼽히는 제일기획을 박차고 나와 회사 근처에 있는 이태원에서 컵케이크를 만들기 시작하면서 전혀 다른 삶을 살게 됐다.

청춘과 행복과 컵케이크

책 속 소녀 감성이 가득 담긴 짧은 글들을 읽다보면 행복한 삶이 무엇인지 그리고 여유란 무엇인지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된다. ‘행복’을 주제로 쓴 글은 특히 소녀의 감성을 자극한다. 이씨는 손님이 블로그에 “당신을 보면 자꾸 영화 『카모메 식당』의 주인이 생각나요. 아주 비슷한 느낌이랍니다”라는 글을 올린 것을 보고 영화를 챙겨봤다. 영화를 보던 그녀는 갑자기 영화 주인공과 손님이 대화를 나누는 장면에서 눈물을 흘렸다고 서술했다. 당시 그녀는 원하는 일을 했기 때문에 행복해야만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 강박관념을 영화 속 대사를 통해 공감할 수 있었던 것이다.

회사를 그만두고 모두가 꿈꾸는 카페를 열어 꿈같은 하루하루를 보내니 얼마나 행복하겠냐고 묻습니다. (중략) 이제 내가 원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라는 오만에 가까운 자부심을 버리고, 그저 싫어하는 일을 하지 않는 것일 뿐 전혀 특별하지 않다는 겸손함을 택하기로 합니다. 그 정도로도 충분히 나는 행복하고 감사하니까요.

이는 우리 20대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20대들은 청춘이라는 이름으로 매 순간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며 살아야 하고, 그 일을 하는 내내 가슴이 뛰어야 한다고 믿는다. 하지만 그 와중에 분명 지치는 순간이 오고 그로 인해 좋아서, 원해서 한 일이 피하고 싶어질 때도 있다. 많은 사람들이 그런 순간을 내가 더 이상 이 일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치부한다. 그 과정에서 좋을 때도 있고 힘들 때가 있음을 간과하고 말이다.

‘Life is just a cup of cake’

예쁘고 맛있는 디저트로만 컵케이크를 기억할 수 있다. 단 한 가지 맛 밖에 갖고 있지 않은 일반 케이크와 달리 다양한 맛의 케이크를 한 번에 여러 사람과 나눠먹을 수 있다는 점에 컵케이크에 한 번 더 눈길을 줄 수도 있다. 어쩌면 그게 가장 중요한 사실일지도 모른다.

겉모습은 머핀과 비슷한 컵케이크. 그러나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보면,컵케이크는 자신만의 색채를 뚜렷하게 갖고 있다. 매일 컵케이크를 만드는 사람들에겐 일상 그 자체이기도 하다.

이처럼 사소하게 여겼던 우리 주변의 그 무엇이든 우리에게 의미를 가질 수 있다. 5월의 조금은 따가운 햇볕 아래, 차가운 음료 한 잔과 달콤한 컵케이크를 그를 생각해보는 쉼표로 삼는 것은 어떨까.


글 곽기연 기자 clarieciel@yonsei.ac.kr

곽기연 기자  clarieciel@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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