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친 파도 험란한 길이 나를 막아도
두 번 다신 포기하지 않을거야
지금 내 인생은 월요일 아침 같지만
토요일 밤처럼 난 살거라고
-로맨틱 펀치, ‘토요일은 밤이 좋아’ 中


가사처럼 긍정적인 기운을 풍기며 하루하루를 토요일 밤 같이 살아가는 인디밴드 ‘로맨틱 펀치’. 로맨틱 펀치는 락앤롤을 주안점으로 삼는 5인조 혼성 밴드다. 사는 곳도 다르고 음악적 취향도 다 다르지만 묘하게 같은 빛을 내고 있는 그들. 자유롭고 호탕하지만 결코 거만하지는 않은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점점 더 창대하리라

‘로맨틱 펀치’. 사실 그들이 이 ‘로맨틱한’ 이름 아래에 활동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지난 2009년 이전까지 그들의 팀명은 ‘워디시’였다. 당시 그들은 도태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안정적인 대중음악을 쫓았는데 그러다보니 어느샌가 자신들이 기존에 하고 싶었던 음악과 멀어지고 있음을 깨달았다. 새롭게 음악을 정비하고 팀명도 ‘로맨틱 펀치’로 바꾸며 서서히 그들이 추구하고자 하는 음악 세계로 향했다. 바로 이때, 기존의 드러머 또한 지금의 멤버인 ‘트리키’로 교체되고 구조도 새롭게 바뀌면서 로맨틱 펀치는 재조명 받기 시작했다. 4번의 도전 끝에 밴드를 시작한지 7년 만에 EBS 공감의 ‘헬로 루키’에 선정돼 인지도를 얻기 시작했고 현재는 락 페스티벌에도 꾸준히 섭외되고 있는 실정이다. 심지어 지난 5월 5일부터 방영된 KBS2의 밴드 경연 프로그램 ‘TOP 밴드2’에도 출연할 만큼 그 실력을 인정받았다. 또한 오는 6월 33회를 맞이하는 정기 공연은 매 공연마다 전석 매진일 만큼 두터운 팬을 보유하고 있다. 그야말로 낭만적인 ‘제 2의 밴드 인생’을 새롭게 살고 있는 것이다.

서로 다른 그들이 만들어내는 낭만의 사운드

가족끼리도 다투는 마당에, 사는 곳부터 음악적 취향까지 다른 이들이 음악이 좋아 밴드를 해온지도 벌써 10여년. 그렇다면 ‘다름’에서 ‘같음’을 추구할 수 있는 비결이 무엇이었을까. 처음 로맨틱 펀치의 시작은 다섯이 아닌 -콘치, 인혁, 레이지-이렇게 셋이었다고 한다. 이 세 명이 지난 2002년 음악 아카데미(서울 재즈 아카데미)에서 공부하며 뜻이 맞아 자연스럽게 팀을 결성하게 됐고, 후에 베이스의 영입과 드럼의 교체가 있은 뒤 지금의 로맨틱 펀치가 탄생한 것이다. 콘치(기타)씨가 ‘서로 사는 곳도 다르고, 좋아하는 음악가도 다른 이들이 만나 뜻이 맞는 음악을 하게 된 것은 운명’이라고 말할 만큼 그들의 음악 취향은 스펙트럼이 굉장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인연을 ‘운명’으로 묶어주는 힘이 있었다. 다양한 취향을 가졌지만 서로의 취향을 이해하면서 음악적 다양성을 인정하는 뮤지션의 자세가 바로 그것이었던 것이다. 


존재 자체로 낭만이 되는 그들

인터뷰 내내 기자는 이들이 ‘반짝이고 있다’고 느꼈다. ‘무대에서 다섯이 딱 맞아 들어가는 순간’ 밴드 하기를, 음악 하기를 잘했다고 생각한다는 그들. 하지만 그들도 음악이 항상 즐겁지만은 않았다. 무대에서 관객을 상대로 공연을 하는 것이다보니 항상 즐거운 모습을 보여야 하는 ‘광대’의 비애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은 ‘개인적인 힘든 일도 무대에서 관객과 소통하며 에너지를 얻은 덕택에 풀어낼 수 있었다’며 긍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들은 ‘TOP 밴드’ 출연 소감과 포부에 대해, ‘우승은 목적이 아니다’라고 단호하게 대답했다. 존경하는 선배 뮤지션들을 제치는 것은 원하는 바가 아니며 그런 생각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미디어의 힘을 빌리는 것’에 대해서는 ‘이러한 프로그램들을 통해 인디밴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의가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음악과 사랑에 빠졌다’라는 수식은 이같이 음악에 대한 질문에 시종일관 반짝이는 눈빛을 내는 그들에게 딱 들어맞는 것이 아닐까.


인디밴드의 입장에서 말하는 방송 심의

하지만 밴드 이름처럼 그들의 음악 생활이 항상 낭만으로 가득차기만 한 것은 아니다. 그들이 표현하고자 하는 음악이 전부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로맨틱 펀치의 곡 중 몇 곡은 19금 심의 판정을 받은 곡들이다. “우리가 표현하고 싶은 생각에 제한을 가하는 것도 속상하지만, 무엇보다 똑같지 않은 평가 기준 자체에도 문제가 있죠.” 인디 밴드와 대중 가수의 다른 평가 기준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인디 밴드에 대한 선입견 때문에 심의가 매우 엄격해 오히려 본의와는 다르게 곡 평가를 보고 ‘이렇게도 해석 될 수 있구나’ 라는 생각을 한 적도 있다. “아이돌 가수나 대형 기획사에 속해 있는 가수들에게는 평가 기준이 관대해요. 그것은 우리가 바꿔 보려고 해도 절대 마음대로 안 되는 부분이죠.” 그들에겐 이것이야말로 부익부빈익빈의 일면이다. 밴드 음악은 유연한 심의로 오픈돼 있어도 잘 듣지 않는 상황인데도 지나치게 보수적인데 반해, 대중 가수의 음악은 비교적 많이 열려 있으니 불공평함을 느낀다는 그들의 말이 결코 가볍지는 않다.

“내가 가는 길이 험하고 멀지라도 그대 함께 간다면 좋겠네”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는 것이 인생에서 가장 남는 자원인 것 같아요. 지금부터 좋은 사람들 많이 만나세요. 인생은 즐거워야 해요. 저희는 필연인지 우연인지 다양한 곳에서 사는 사람들이 모여서 같이 밴드를 할 수 있다는 즐거움 때문에 이 일을 하고 있거든요.” 자신 있게 말하는 그들의 삶은 분명 즐거워 보였다. 연세인들에게 전하는 그들의 말에서 왠지 친근한 노랫 가사 하나가 떠오른다. ‘내가 가는 길이 험하고 멀지라도 그대 함께 간다면 좋겠네~’

그렇다면 멤버들 각각이 추천하는 로맨틱 펀치의 곡은 무엇일까. 가장 대중적인 곡은 ‘토요일 밤이 좋아’ 라고 입을 모아 말했지만 그들이 가장 좋아하는 곡은 각각 달랐다. 인혁(보컬)은 ‘커튼을 닫아요, 에이미’를, 하나(베이스)는 ‘몽유병’과 ‘이 밤이 지나면’을, 그리고 콘치(기타)는 'Right now'를 각각 추천했다. 이런 대답을 보면 모두 다른 취향과 성격의 사람들이 만나 한 밴드를 만들고 음악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새삼 대단해 보인다.

‘낭만’을 추구하는 밴드답게 로맨틱 펀치는 매달 ‘로맨틱 파티’라는 이름의 단독공연을 연다. 이제 33번째 공연을 앞두고 있는데, ‘떡볶이 집도 터져야 장사가 잘 된다’는 사장님의 지론 때문에 300명 정도 수용하는 퀸 라이브 홀에서 좁게 공연을 해왔지만 이번 공연은 마포 아트센터에서 하게 됐다. 오는 6월 3일 저녁 6시부터 열리는 이 공연을 소개하는 그들의 표정은 무슨 이야기를 할 때보다도 밝았다. 그들이 날리는 로맨틱한 ‘펀치’를 맞아 볼 준비가 되었는가?

글/사진 석지은 이보현 수습기자
yondo@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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