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올해, 무슬림 국가를 7월 중순에서 8월까지 여행하기로 한 사람이 있다면 이 글을 읽기 전, 1분이라도 빨리, 당장 비행기 티켓을 취소 혹은 변경하길 바란다. 희망과 낭만에 부풀어 올라 중동국가 여행을 꿈꾸다가는 기아체험만 하고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19시간의 장기간 금식에 식비는 아낄 수도 있겠지만 하루종일 뱃속에서 지진이 나는 듯한 경험을 하고 올 것임을 기자는 예상한다. 본론에 들어가기 전에 경고부터 해대는 이유는, 바로 중동국가의 독특한 문화, ‘라마단’ 때문이다. 기자는 무슬림처럼 한달금식은 아니더라도 짤막하게나마 일주일간의 금식을 통한 라마단 체험기를 계획했으나, 그마저도 사흘을 못버티게 됐다. 라마단, 그 ‘괴롭게도’ 독특한 문화를 소개한다.

라마단이란

이슬람교 신자들이 대부분인 국가, 가령 터키, 그리스, 이집트, 모로코 등의 국가에서는 이슬람 달력으로 아홉번째 달에, 한달간 ‘라마단’을 행한다. 라마단이란 동이 틀 무렵부터 땅거미가 질 때까지 금욕, 금식을 하는 종교적 행사다. 이는 신이 내린 명령에 대한 순종적 응답이라는 차원에서다. 이슬람교도는 이 기간 일출에서 일몰까지 의무적으로 금식하고, 날마다 사우디아라비아에 위치한 메카를 향해 5번의 기도를 드려야 한다. 이렇게 인간의 욕망을 배제한 활동을 통해 신에게 속죄와 감사를 표하고 내면을 성찰하며 코란의 말씀을 되새겨보는 것이다. 라마단은 믿을만한 장로가 이슬람 권위자들 앞에서 ‘초승달이 떴다’고 증언하면서부터 시작된다. 그러므로 해가 진 후부터, 새벽 3시 경까지는 금식령이 풀린다. 라마단이 금지하는 활동은 대략적으로 다음과 같다.


위 그림에서 나타나듯이 음식, 담배, 물, 알코올, 성관계, 심지어 침을 삼키는 행위도 금지된다. 심지어 여자들은 화장도 자제해야 한다. 라마단 기간에는 대부분의 상점들이 문을 닫고, 그나마 문을 여는 소수의 음식점도 천막을 쳐놓고 영업한다. 물론 임산부, 노인, 환자, 12세 이하 아이들과 외국인 등은 어느 정도 예외를 두긴 하지만 길거리에서, 혹은 무슬림 앞에서 물을 마시거나 음식을 먹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예의에 어긋난다.

비록 침을 안삼킬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기자는 나름의 ‘자체적인’ 라마단 금식 기간을체험해 봤다. 반강제적으로 다이어트를 하게 된 셈으로 첫날, 해가 떠 있을때는 음식을 먹지 않았으며, 물은 최소한으로 마셨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해가 지자마자 기자는 폭식을 시작했다. 다음날 오후까지 버티기 위해 무조건적으로 먹어댔다. 하지만 하루 반이 채 못돼 둘째날, 「연세춘추」부장의 ‘밥먹자’라는 요구에 ‘라마단 체험중이라 금식기간인데…’하고 말끝을 흐리다가, 급기야는 ‘부장 당신이 사막의 오아시스요, 구원의 메시아’라며 해가 중천에 걸려있을 때 밥을 흡입했다. 이렇게 기자의 라마단 체험은 극심한 배고픔과 식욕으로 이틀 반만에 막을 내리고 말았다. 라마단 기간 무슬림들의 정신력에 감탄하며 이 체험을 한달간 하게 될 이슬람국가 여행자들에게 하루빨리 경고를 해줘야겠다는 생각만을 남긴채 말이다.

이드알피트르, 금식을 끝내는 축제

이렇게 금욕과 금식의 라마단 기간이 지나고 나면, 사람들은 ‘이드알피트르(Eid-al-Fitr)’라는 축제기간을 맞는다. 에이드(Eid)는 아랍어로 ‘축제’를 뜻하며, 피트르는 ‘금식을 끝내다’를 의미한다고 한다. 이 축제 3일간은 가장 좋은 옷을 입고 맛있는 음식과 선물을 교환하며 친척과 친구들을 방문하러 다니고, 가난한 자들에게 돈이나 옷을 기부하는 등의 관행이 자리잡고 있다. 이렇게도 특이한 덕택에 라마단 문화는 관광객 유치로 발을 뻗기도 했다. 상점들이 문을 닫고 무슬림이 금식을 하는 특이한 현상을 관람할 기회를 선사하고, 자선행사와 빈민을 위한 기부금 모금 등의 행사를 열기도 하는 것이다. 이러한 분위기에 탄력 받아 이슬람 국가의 카페와 음식점은 라마단 기간, 매출이 두배 이상 증가해 일시적으로 경제활동이 최고조를 이루기도 한다.

라마단의 후유증

라마단이 종교적 의미에서는 ‘금욕, 금식을 통한 내면 성찰’ 및 ‘신께 드리는 감사’이지만, 사회적, 경제적으로는 여러 문제를 초래하기도 한다. 라마단 기간 후 업무 효율성 저하와 경기 정체 현상이 생긴다는 자료도 있다. 또한 소비자 물가 상승에 큰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라마단이 끝나는 날부터는 육류가 20% 오르는 등 온갖 생필품 가격이 폭등하는데, 식자재 뿐만 아니라 숙박료, 항공편 등의 가격도 훌쩍 뛴기 때문이다. 이는 생활 가계에 큰 부담이 되고, 동시에 주부들의 음식 및 선물 사재기로 과소비를 조장하기도 한다. 개인적으로는 해가 떨어진 주로 밤이나, 새벽에 음식을 섭취해 오히려 살이 찌는 무슬림도 쉽게 찾아볼 수 있으며 심지어 무리한 금식으로 인해 위장장애 환자가 속속들이 증가한다는 사실 또한 보고된 바 있다.

라마단 기간은 이슬람 달력으로 9번째 달로 정해지기 때문에 매년 기간이 바뀐다. 지난 2010년엔 8월 12일부터 9월 10일, 2011년엔 8월 1일부터 8월 31일, 그리고 올해엔 7월 16일부터 8월 18일이다. 여름방학 기간과 겹치므로 앞으로 다가올 여름방학의 여행계획국가와 라마단 기간이 겹치는지 두 번, 세 번, 확인하고 가자. 특이한 문화체험이 될 수도 있겠지만 정상적인 여행이 불가능 할 수도 있다. 외국인이라고 예외는 없다. 무더위 속 금식은 저녁 때의 폭식, 그리고 탈수까지 유발할 수 있으니 라마단 기간을 미리 알아두고 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글 송동림 기자 eastforest@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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