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에 숲을 기증하신 어느 분에 관한 기사를 읽고 새삼 식목일의 의미를 되새겨본다. 연세동산과 안산에 있는 수종은 얼마나 되며, 몇 그루의 나무가 우리와 함께 여기서 숨쉬고 있을까. 환경파괴로 인한 각종 위협에 직면한 세계시민의 일원으로 연세의 생태적 실천지표는 무엇인지 적극적으로 질문하고 실천을 모색할 때다.

꽃 피고 눈오면 아름다운 캠퍼스지만, 안산을 제외하면 연세동산에는 안타깝게도 생태친화적인 환경이 거의 없다. 사람과 건물로 포화상태에 이른 신촌캠퍼스에서는, 건물 신축을 위한 부지 선정에 대한 합의나 신축, 철거에 대한 의견 조정이 난제로 부각되어 온 지 오래다. 논의의 준거가 될 마스터플랜의 내용, 그 중장기적 비전과 타당성 여부 또한 분명치 않다. 지속가능한 캠퍼스라는 가치와 실천의 구심점이 부재한 탓이다.

미국 오벌린대학의 아담 조지프 루이스 센터(Adam Joseph Lewis Center)는 건물 자체를 지속가능한 캠퍼스를 위한 실험실이요 실천의 장으로 형성한 좋은 예다. 건물 내의 에너지 사용량이 실시간 기록되고, 태양열과 지열로 에너지 일부를 충당한다. 설계자들은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되, 화석연료사용은 최소화했으며, 지역에서 조달 가능한 무독성 건축자재를 택하여, 친환경적이면서 물류수송비용을 줄이는 가능성을 탐색했다. 지속가능한 캠퍼스라는 비전을 제시하면서 디자인과 기술, 철학을 융합하고, 연구와 교육, 실천을 하나로 묶어낸 이런 건축이야말로 생태학적 실천이다. 물론 초기비용이 높았을 수도 있으나, 이런 건물은 그 자체로 학교가 추구하는 가치를 표명한다.

제3의 창학이 연구업적이나 스타교수 영입을 통해서만 이뤄진다고 믿는다면 그건 우리의 가능성을 스스로 낮추는 일이다. 교육 패러다임이 급변하는 지금, 연세가 유의미한 리더십을 발휘하려면, 캠퍼스를 하나의 생태환경으로 인지하고, 캠퍼스내 생태적 순환을 가능하게 해야 한다. 지속가능한 캠퍼스의 지표를 창출하고, 실천방도를 찾아야 한다. 매일 소비하는 에너지와 쓰레기 양을 측정, 공개하거나, 차 없는 하루를 시도하거나, 현수막을 줄이는 일이 그 첫 걸음이 될 수도 있다. 연세 중흥의 터전으로 낙점된 국제캠퍼스가 에너지와 생태보존연구, 지속가능한 캠퍼스 실천을 아우르는 장이 되면 더 좋겠다. 학문적 수월성을 추구하느라고 정작 미래 세대의 삶에 관심을 가질 수 없었노라고 말하기에는, 그들의 총체적 삶의 질에 대한 우리의 책임이 너무 크고, 우리의 양심이 여전히 싱싱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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