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빛 미래를 이야기하는 학교와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학생사회, 소통되나

정갑영 총장이 취임과 함께 선언한 ‘제3의 창학’. 그 핵심인 국제캠 RC교육과정이 구체화되고 있다. RC 교육 프로그램의 연도별 추진 계획에 따르면, 오는 2013년부터 신입생의 절반(약 2천명)이 한 학기씩 번갈아 국제캠에서 RC 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할 수 있다. 또한 계획이 확정되면 2014년부터는 신입생 전체(약 4천명)로 교육대상이 확대되고, 1년간 국제캠에서 생활하게 된다.
신입생들이 사용할 시설은 단계별로 완성될 계획이다. 이미 지난 2010년 6월 9일 △인문사회관 △과학기술약학관 △문화센터 △제1기숙사 등이 일차적으로 준공됐다. 신입생들이 거주하게 될 제1기숙사의 경우, 지하 1층 및 지상 10층으로 구성돼 약 1천900명을 수용할 수 있다. 앞으로 건축될 공간으로는 △도서관 △종합강의동 1~4동 △주차장 △제2기숙사 등이 있다. 오는 2013년 12월에 완공될 예정인 제2기숙사는 지하 1층 및 지상 11층으로, 약 2천300명의 학생들을 수용할 수 있다. 따라서 오는 2014년까지는 국제캠에서 생활하게 될 신입생을 모두 수용할 공간이 마련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학생들의 자치공간인 동아리방 및 자치기구 등에 대한 계획은 아직 뚜렷하게 가시화되지 않은 상태다. 국제캠 총괄본부 사업추진단 총괄기획팀장 김갑성 교수(공과대·도시공학)는 “동아리방 및 자치기구 등의 수요와 수용인원을 파악해 지침을 마련한 후 배분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캠, 글로벌리더 위한 RC교육

RC교육은 학문과 일상의 ‘합일’을 지향해 학생에게 ‘Formal Teaching’, ‘Informal Learning’, ‘Personal Support’로 이루어지는 세 단계의 교육을 제공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영어 심화 교육 및 몰입환경 형성 △글로벌 리더십 함양 제도 △Holistic Education(HE) 등 여러 교육 시스템을 갖췄다.
이를 위해 국제캠은 모든 수업을 영어 강의로 진행하는 영어심화교육 및 몰입환경을 지향한다. RC마스터 서홍원 교수(문과대·영시)는 “영어심화교육은 학습시간 증대를 통한 영어 실력 향상 뿐만아니라 토론 유도 및 자유로운 수업 분위기 조성 등의 장점이 있지만, UIC 등에 비해 학생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있을 수 있고, 영어로 완벽한 소통을 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학교는 기존에 실시되던 대학영어 및 영어인증제와 더불어 튜터 시스템(CETS)을 강화시킬 계획이다.
글로벌 리더십 함양을 위해서는 ‘글로벌 리더십 포럼’을 통한 대형 강의 및 소규모 토론을 활성화시키고 리더십 마일리지 제도를 활용해 학생들의 활발한 프로그램 참여를 기대하고 있다. HE는 △봉사 △문화 △체육 △헬스 등 네 섹션으로 나누어 인천자원봉사센터와 연계된 사회봉사 및 음악 감상 등의 예술 활동, 스쿼시 및 농구 등의 체육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한다. 기숙사에서 이뤄지는 ‘Informal Learning’의 일환으로서 Reading&Discussion(R&D)교육도 전면 개편돼 한국어로도 토론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계획되고 있다. 서 교수는 “R&D를 개편함으로서 프레시맨 세미나(Freshmen Seminar) 뿐만 아니라 독서와 토론 과목도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국제캠 RC교육을 통해 학부대는 △학과공부와 어학공부 및 독서시간의 증가 △운동시간 및 문화예술 활동증가 △봉사활동 시간증가 △어학공부 비용부담 감소 등을 기대하고 있다.

의문투성이 대상 선정·불완전한 반쪽 RC

그러나 국제캠 RC교육은 본격적으로 시작하기도 전에 삐그덕거리고 있다. 우선 대상 선정 과정에서부터 의혹이제기되고 있다. 학부대는 국제캠에서의 RC교육 대상을 1학년으로 정한 배경이 ‘1학년이 발달론적 측면에서 생애 전환기이며, 성공적인 대학생활을 위해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단과대 간 알력 싸움, 예산 문제로 결국 국제캠 이전이라는 ‘폭탄’을 이리 저리 떠넘긴 것 아니냐는 추측이 심심찮게 터져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 2006년 국제캠 개교가 결정됐을 때부터 △3~4학년의 사용 △어학연수 집중 캠퍼스 △공과대 캠퍼스 등 국제캠을 활용하는 다양한 방안이 고려됐었다. 그러나 모두 예산이 충분치 못하거나 해당 단과대의 반발 때문에 무산됐다.
총학생회는 이번 1학년의 RC교육 이수도 학생과의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됐다고 주장한다. 오는 2013년에는 시설 완비가 되지 않아 RC교육이 한 학기만 실시된다. 시설이 완비된 2014년이 아닌 2013년부터 굳이 RC교육이 이뤄져야 하느냐는 것이 총학생회의 지적이다. 신촌캠 총학생회장 김삼열(경영·08)씨는 “중운위 및 확대운영위원회(확운위)에서는 RC교육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그 취지에는 충분히 공감할 수 있지만, 당장 2013년부터 국제캠에 2천 여명의 학생과 70여명의 RA(Residantial Assistant), 교수 등이 갈 준비가 전혀 돼 있지 않다고 본다”고 밝혔다. 현재 확운위는 자보를 통해 우려되는 문제가 해결되고 충분한 준비가 있기 전까지는 신입생을 국제캠으로 보내는 것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기숙사는 따로 살고, 밥은 교대로 먹어라?

주된 지적은 급하게 RC과정을 개설하면서 생기는 시설 부족의 문제다. 오는 2013년 3월에는 2천 80여명의 학생 뿐만 아니라 70여명의 RA도 함께 거주해야 하는 것을 고려해야 하지만, 국제캠에 마련된 기숙사는 총 1천942명을 수용할 수 밖에 없다. 2013년 12월에는 약 2천3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우리대학교 기숙사가 새로 완공돼 총 4천300여명을 수용할 수 있지만, 2013년에 교육받는 학생들은 ‘과도기’라는 이름 아래 불편을 겪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학부대 학장 최강식 교수(상경대·노동경제학)는 “우리대학교 입학정원은 3500명으로 한 학기씩 이동하면 모두 다 가고도 남는다”며 “지금 예상할 수 없는 정원외 신입생의 수를 고려해 최대한의 수를 예상했을 때, 나머지 인원은 타 학교와 공동으로 임대해 사용할 수 있는 ‘글로벌 캠퍼스’에 배치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식당의 경우, 현재 제1기숙사 내에 700석 규모가 마련돼 있다.  총학생회장 김삼열(경영·08)씨는 “학교 측에서는 학생들에게 2~3교대로 밥을 먹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했다”며 “국제캠의 특성상 주변에 식사를 해결할 공간이 거의 없음에도 불구하고 학교 측이 안일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학교는 오는 2013년에는 늘어나는 거주 인원을 고려해 종합관 지하에 500석 규모의 식당을 추가로 마련할 계획이다. 김 교수는 “새로 식당을 여는 것은 2013학년도 1학기가 확실하다”며 “입찰방식에 대해서는 생활협동조합을 포함해 의견수렴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수업 선택권 침해·학생 공동체 문제 우려

수업 선택의 문제도 지적되고 있다. 우리대학교 졸업요건에서는 9개의 필수과목 영역 중 8개 이상을 듣도록 규정하고 있어 사실상 1학년 때에는 교양 위주의 교육을 이수한다. 그러나 2013년에 국제캠에서 새내기 교육과정이 실시됐을 때, 지금과 같은 교양 과목의 수가 보장될지는 미지수다. 이에 대해 서 교수는 “국제캠에서 생활하는 1학년 수가 늘어나면 해결될 문제”라고 답했다. 그러나 필수교양 과목은 전임교원만이 개설할 수 있기 때문에 전임교원 중 몇 명이나 긴 이동시간이 소요되는 국제캠에 학생들의 수요만큼 과목을 개설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학교는 “2012년에는 국제캠 행 셔틀버스가 하루에 8번이지만, 오는 2013년에는 한 시간에 한 번 꼴로 늘어날 뿐만 아니라, 교양과목을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교수들은 불편하더라도 충분히 국제캠에 올 것”이라고 막연한 해답만을 내놓고 있다.
현존하는 학생 공동체가 붕괴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신촌캠-국제캠 간의 물리적 거리가 셔틀버스로도 왕복 두 시간이 훌쩍 넘기 때문에, 시간적 여건상 과·반 공동체나 동아리를 운영하기 어렵다. 선-후배의 교류가 힘들기 때문이다. 특히 동아리의 고민은 크다. 동아리연합회 회장 정문호(정외·04)씨는 “과·반 공동체와 달리 동아리는 사람이 없으면 사라진다”고 밝혔다. 현재 신촌캠 중앙동아리의 경우, 각 동아리에 30명당 한 명 꼴로 국제캠 학생들이 포함돼 있다. 이는 국제캠 내 소모임 등으로 수요가 흡수된 것도 있으나, 동아리들이 국제캠 신입생을 기피할 뿐만 아니라 동아리에 가입해도 거리상의 제약으로 활동이 부진해 제명당하는 경우가 상당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국제캠에 거주했던 윤재연(경영·11)씨는 “국제캠은 동아리 활동을 고려조차 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니라서 1학년 때 동아리 활동 자체를 포기했다”고 밝혔다. 이에 동아리연합회는 정기 대표자회의, 그리고 임시 대표자회의 등을 통해 해결책을 모색해 보고 있지만 딱히 방법이 없다. 국제캠에서 다수의 신입생을 모집할 수 있을지도 의문일 뿐만 아니라, 동아리의 ‘지부’를 두는 것 역시 힘든 상황이기 때문이다. 정씨는 “국제캠에 동아리들의 지부를 설립해 운영할 선배가 어디 있겠느냐”며 “동아리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1순위라기보다는 취미생활이기 때문에 많은 부담을 줄 수가 없다”고 밝혔다.
한편 학교에서는 학생 공동체를 위한 자치공간을 마련하겠다고 답했으나, 학교 측에서 제시하는 공간은 학생 측의 요구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중운위 측에서는 총학생회실·각 단과대 학생회실·중앙동아리 및 단과대 동아리실로 총 1천 500여평, 그리고 연습실 등의 용도로 340여평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RC마스터 서홍원 교수(문과대·영시)는 “학생 공동체 역시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350여개에 달하는 동아리방이 아니라 공간을 동아리끼리 나누어 쓰는 방안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주거문제와 예산 확보 모두 불확실

오는 2013년에 1학년 학생들이 송도에 한 학기씩 거주하는 경우 신촌에서 발생할 학생들의 주거 문제도 해결해야 할 숙제다. 사회대 학생회장 장시원(사복·08)씨는 “한 학기에 2천여명의 학생들이 쏟아져 나와 신촌에 6개월 살 거주지를 구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며 “이 중 서울 및 근교 거주자·기숙사 수용 가능 인원을 고려해도 지방에서 올라온 300여명의 학생들이 자체적으로 집을 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장씨는 “자취와 같이 주거환경이 그나마 괜찮은 공간은 1년 미만의 계약을 기피하는 현실을 고려했을 때, 이 학생들은 하숙이나 고시원을 전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정갑영 총장은 “신촌캠에 당장 사용하지 않는 기숙사 공실이 112개가 있을 뿐만 아니라 1학년은 신촌캠에 와서도 기숙사에서 생활할 수 있게 하겠다”며 “남은 시기 동안 충분히 새 기숙사를 지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대안에 대한 학생사회의 반응은 부정적이다. 장씨는 “기숙사 공실 수는 무악학사 뿐만이 아닌 국제학사·SK글로벌 하우스를 모두 포함한 것”이라며 “세 기숙사는 현실적으로 같은 조건이 아닐 뿐더러 1학년이 아닌 학부생과 대학원생들의 입주 비율을 낮춰 피해를 주면서 1학년을 더 수용하겠다는 건 더욱 문제가 있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홍복기 행정·대외부총장은 “어디까지나 관리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책임지고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학교가 계획하는 RC프로그램을 시행할 예산이 충분히 확보될 지도 미지수다. 실제로 2012학년도 1학기 현재도 예산이 부족해 RC프로그램 운영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총학생회 국제캠퍼스국장 최신태(UIC정치·09)씨는 “현재 RA로 국제캠에서 거주하고 있는데,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주말 RC 프로그램이 진행되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헬스장 등 편의시설도 정상 운영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상경·경영대 학생회장 박재언(경영·10)씨는 “RC프로그램의 재원은 △모금 △산학협력 △정원 외 입학 △비학위과정 및 최고위과정을 통해 확보하겠다 밝혔는데, 실제 RC프로그램 예산은 얼마이며 그 예산이 확보가 됐을지, 그리고 RC프로그램 재원 확보를 핑계로 등록금이 오르지나 않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학교에서는 정확한 예산 규모를 밝히지 않았다. 정 총장은 “RC프로그램에 드는 추가 예산은 많지 않고, 교수와 직원의 희생 문제”라고만 답했다.

‘그러나 가야 한다’?

산적한 문제에도 불구하고 우리대학교는 물러설 곳이 없다. 우리대학교는 2006년에 인천경제자유구역(IFEZ) 송도지구에 ‘연세대학교 송도 국제화 복합단지’를 세우기로 했다. 그리고 국제캠을 인천시 송도에 개교해 5천 명의 학생을 보내겠다고 인천시 및 당국에 공언한 바 있다. 이를 위해 6천 500억원의 재정지원과 행정지원비 등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새로운 형태의 대학 교육을 제시한다는 취지로 출범한 RC교육. 그러나 시설뿐만 아니라 프로그램의 현실성, 수업 선택권, 학생 공동체 붕괴, 주거, 예산 문제 등이 아직 산적해 있다. RC를 바라보는 학교와 학생 간의 시선도 계속해서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총학생회 중운위 및 확운위는 2013년 1학년의 국제캠 RC교육 시행은 이르다며 당장의 이전을 반대하는 입장을 굳히고 오는 12일 오후 5시, 백양로에서 공동행동을 할 예정이다. 우리대학교는 당면한 문제를 잘 해결하고 학내 구성원들과의 소통을 통해 진정한 ‘제 3의 창학’을 이뤄낼 수 있을까.

*동일 과목 분반은 한 과목으로만 인정해 집계

서단비 정세윤 기자
etoildetoi@chunc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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