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L방식, 고가의 기숙사비 우려돼….무악학사 주변, 도시계획상 신·증축 제한있지만…

지난 2011년 11월 정갑영 총장이 발표한 「연세대학교 대학발전 계획안」에는 학생 기숙사 신·증축을 추진하겠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정 총장이 내세운 5가지 공약 중 ‘캠퍼스 인프라’에 해당하는 내용으로 신·증축되는 기숙사의 공사시행방식과 위치까지 명시돼 있다. BTL 방식, 무악학사 주변이 그것이다.

BTL 방식이란?

BTL(Build-Transfer-Lease, BTL)이란 민간의 외부기업이 기숙사 등 공공시설을 건설(build)한 후 학교에게 소유권을 이전(transfer)함과 동시에 학교로부터 그  시설을 임대(lease)받은 후 임대료를 징수하여 시설 투자비를 회수해 가는 방식이다. 즉 민간의 외부기업이 건물을 짓고 소유권은 학교가 갖는 대신 20여년 정도 그 시설의 임대료를 그 민간 기업에게 지불하는 것이다.

 

 한편 요즘 논란이 되고 있는 서강대 곤자가 기숙사와 같이 대부분의 민자 기숙사는 BTO 방식으로 지어졌다. BTO(Build-Transfer-Operate)는 민간 외부기업이 자본을 투자해 기숙사를 짓고(build) 그 소유권을 학교에 이전한 다음(transfer) 관리운영권을 받아 직접 기숙사를 운영(operate)해 투자금을 회수하고 15~20년 뒤 운영권을 대학에 반환하는 방식이다. 민간 기업은 투자금 회수를 전적으로 이용자에게 부담시키기 때문에 최종 이용자인 학생들은 고스란히 그 부담을 떠맡게 된다.

 

민자기숙사를 지을 경우 학교는 유지·보수, 청소, 경비, 방역 등 제반업무를 민간 경영에 맡길 수 있어 교육 본연의 업무에 역량을 집중할 수 있다. 학생들 역시 더욱 질 높은 서비스로 쾌적한 교육환경에서 학교생활을 할 수 있다.

BTL 무엇이 문제인가

신촌캠의 SK국제학사는 BTL 방식으로 지어졌다. BTL 방식으로 기숙사가 건설될 경우 학교의 자금으로 지은 기숙사 보다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쌀 수 있다. 한국대학교육연구소 임은희 연구원은 “BTL 방식으로 기숙사를 건설하면 학교가 기업에게 임대료를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기숙사비가 높게 측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어진방식

기숙사

봄·가을학기 약 16~17주

BTO

서강대 곤자가 국제학사
(2인실 기준) 

185만원

BTL

SK국제학사
(1인실 기준)

249만원

BTL

SK국제학사
(2인실 기준)

165만원

학교자금

무악학사
(2인실 기준)

70만 8천원

실제로 BTL 방식으로 지어진 SK국제학사와 학교의 자금으로 지어진 무악학사를 비교해 봤을 때 이를 확연히 알 수 있다. 국제학사 17주, 무악학사 16주를 이용하는 데 기간 상으로는 1주 밖에 차이가 나지 않지만 기숙사비로는 2배 이상 차이가 난다.

그러나 생활관 행정팀 이윤섭 팀장은 “무악학사는 1989년에 건축돼 시설이 많이 노후화 됐고 국제학사는 2010년에 지어져 제공되는 시설과 서비스가 다르다”며 기숙사비 차이의 이유를 전했다. 국제학사에는 화장실, 샤워실, 냉장고 등이 각 방에 마련돼 있는 반면 무악학사에서는 공동으로 사용해야 한다. 편의 시설도 다르다. SK국제학사 지하에는 3개의 음식점과 편의점, 꽃집, 카페, 네일샵, 문구점 등이 입점해 있어 무악학사에 비해 편의시설이 다양하다. 무악학사는 4개 동에 총 구내식당 하나와 스낵코너 하나가 마련돼 있다.

이처럼 BTL 방식으로 기숙사를 세울 시 시설은 상대적으로 우수하다. 그러나 가격이 비쌀 수 있다는 문제가 우려된다.  

무악학사 주변 공사 가능 여부는?

▶그림에 명시된 B구역은 무역학사 주변으로 공약에 나와있는 기숙사 예정 설립부지임.

무악학사 주변은 도시계획 상 자연경관지구로 분류돼 있다. 서울특별시 도시계획 조례 제39조 5항에 따르면 자연경관지구는 7층(28m) 이하로 건물을 세울 수 있다. 게다가 예정 부지의 고도가 다소 높아 ‘해발 70m이상에서는 5층(20m)이하’ 조항과 관련될 수 있다. 또한 무악학사 주변의 좋은 자연환경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

이에 서울시 도시계획국 시설계획과 김용민 주무관은 “신·증축을 위해서는 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하나 높이와 같은 기존 규정은 검토를 통해 조정하고 보완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자연 임상과 관련해서도 “그 지역을 피해 ㄷ자나 U자로 건축하면 돼 설계하기 나름”이라 전했다. 이어 김 주무관은 “서울시도 대학생의 주거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는 만큼 이에 긍정적으로 검토할 것”이라 말했다.  

학교가 기숙사를 짓는다면…

신촌캠 48대 총학생회장 정준영(사회·06)씨는 지난 2011년 총학생회 활동을 하며 학생들의 주거권 보장을 요구할 당시 무악3학사(의치간 전용)와 법현학사(법학생 전용) 등을 제외하면 신촌캠의 실질 수용률은 6.22%라 전했다. 정씨는 “기숙사 수용률이 낮아 학생들은 비싼 외부의 주택시장에 많이 의존하게 된다”며 “기숙사 신·증축은 현실적이며 확실한 대안이 될 수 있는 동시에 쾌적하고 안정적인 거주환경을 제공받을 수 있는 기회”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를 BTL 방식으로 진행한다면 ‘상당히 위험한 방향’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정씨는 “지난 2011년 진행된 구조변경 공사들을 보면 학교에는 기숙사를 지을 충분한 여력이 있다”며 “그럼에도 BTL 방식을 유지한다는 것은 기숙사비를 학생에게 전가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임 연구원 또한 “1인실을 많이 지어 수용률은 기대만큼 늘어나지 않는 반면 호화건물을 지어 건축비용이 많이 들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장단점이 뚜렷한 만큼 계획을 실행하는 데 있어 충분한 고민이 선행돼야 한다.

이예진 기자 alphagirl@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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