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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초에 욕이 있었다!?
  • 김광환 기자
  • 승인 2012.04.07 17:41
  • 호수 166
  • 댓글 0

학벌이 어디더라~♪ 돈벌이 얼마더라~♪
앵벌이 이런 개나리 진달래 십장생~♪
DJ DOC의 ‘나 이런사람이야’ 중에서

우리대학교 인기 응원곡 「나 이런사람이야」 가사에도 쓰이는 욕(辱). 물론 이 가사에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ㅅ’이 들어가는 욕설이나, ‘xx끼’같이 직설적인 욕설은 없다. 하지만 가사를 찬찬히 음미하면 우리가 익히 아는 ‘그’ 욕설이 쉽게 떠오른다.


지난 2009년 6월 3일자 국민일보 기사에서는 청소년의 88%가 대화에 욕설을 섞어 쓴다고 보도했다. 어느 사이엔가 우리의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욕설. 우리가 생활에서 사용하고 있는 욕설의 기원을 명확하게 정의 내리고 있는 기록은 찾기 힘들다. 욕의 범위가 무척이나 넓고 산발적으로 발전해왔으며, 욕이 발생하게 된 사회적 배경과 유래 또한 수없이 많은 욕에 따라 각각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명확히 알 수 있는 부분은 우리가 태어나기 이전부터 욕설은 존재했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존재할 것이라는 것뿐이다.
언어를 연구하는 학자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욕설을 연구해봐야겠다’는 생각은 가지지만, 학술적으로 연구하는 교수들이 있다는 이야기만이 전해질 뿐 실제로 논문이 개제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러던 중 지난 2011년 동아대 석당학술원 석당논총에 욕설을 학술적으로 접근한 논문이 발표됐다.

기존 욕설은 음운론적 측면, 또는 욕설 어원의 유래를 연구하는 형태가 대부분이고 그 외에는 민속학이나 사회학 분야에서 연구되던 소재였다. 그러나 동아대 교육학과 강기수 교수는 「욕의 교육인간학적 기능」이라는 논문에서 욕설을 다뤘다. 그는 “단순히 욕설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에서 벗어나 일부 긍정적인 기능도 있음을 알길 바랐다”며 “욕을 왜 하는지 알아야 청소년들이 욕설을 사용하지 않도록 교육할 수 있다”고 논문 작성의 의의를 밝혔다.

욕설은 연구자의 의도에 따라 다양하게 분류할 수 있지만 강 교수는 △저주와 악담의 쌍욕 △비아냥거림과 조소의 방귀욕 △애칭과 유희의 익살욕 △꾸지람과 차별의 채찍욕 등의 4가지로 분류했다.
쌍욕은 우리가 알고 있는 가장 원초적인 욕에 대한 개념을 보여준다. 공격적이며 파괴적이고 여과가 없는 욕설이다. 여기에는 동물에 빗댄 욕, 반사회적이고 비인간적인 성격을 띠는 욕들이 많다. 또한 쌍욕은 대부분 성과 관련이 있으며 상대방에게 수치심과 혐오감을 주기 때문에 강 교수는 “쌍욕은 언제나 삼가고 조심해야 하는 욕설”이라 말했다.



방귀욕은 쌍욕에 비해 강도는 약하지만 직설적이고 공격적 성격의 욕설이다. 비판의식이나 저항의식도 담겨있다. 방귀욕은 직접적인 쌍욕을 할 수 없는 서민들이 감정을 배출할 수 있는 통풍구로서의 역할을 한다. 이를테면 판소리에서 상류계층을 비판하고 욕하는 것이 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방귀욕도 상대방에게 모멸감과 분노를 주기에 상황에 따라 조심해서 사용해야 하는 욕설이다.
익살욕은 욕이지만 전혀 욕 같지 않게 들리는 욕설이다. 이를테면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가 그 예다. 말장난에 가까운 욕이 많으며, 언어를 파괴하는 부정적인 의미를 가지지만 재치가 드러난다는 점에서 욕으로서 교육적인 가치를 지닌다고 볼 수 있는 욕설이다.

욕설 중에는 ‘하지 말아야할 욕설’도 있지만, ‘먹지 말아야 하는 욕설’도 있다. 욕의 4가지 분류 중 채찍욕이다.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었다 할 놈’처럼 부정한 행위에 대한 비판을 의미하는 욕설이 바로 그것이다. 채찍욕에는 신체적·정신적 결함에 대한 표현뿐만 아니라 타 집단에 대한 조소와 비아냥거림도 포함돼있다. 때문에 강 교수는 논문에서 ‘가족에 대한 것이 유독 욕이 되는 것은 자기집단의 결속력이 강한 한국적 특징’이라 말했다.

욕의 기능은 비단 사람을 정죄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욕은 한 사회의 문화를 쉽게 알 수 있는 척도를 마련해주는 역할도 수행한다. 욕이 한 사회의 시대상황을 반영하기도 하며, 사회에서 금기시 되는 내용이 욕설로 자리 잡기 때문에 특정 사회에서 ‘잘못된 행위’가 욕설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육시랄 놈’이나 ‘주리를 틀 놈’등의 욕설은 당시 죄인에게 행해지던 처벌이 욕설이 된 경우다. 죄인이라는 터부시되는 행위가 욕설로 드러난 예다.

욕설은 분명 상대방을 상처를 주는 공격적인 말임은 틀림없다. 사회에서 욕을 권할 수는 없지만, 단순히 이것을 부정적으로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한 시대의 문화를 담고 있으며 스트레스를 발산할 수 있는 분출구라는 긍정적 측면도 있다. 남에게 상처를 주는 욕설은 지양하고 상대에게 기분 나쁘지 않으면서도 친근감을 줄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욕설을 해 보는 것은 어떨까?
“야이 문디자슥아. 니 지금처럼 할 일 잘 하다보면 다 잘 될끼다.”

글 김광환 기자 radination@yonsei.ac.kr
그림 김진목

김광환 기자  radination@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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