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6일 「연세춘추」 기획취재로 ‘한 울타리 내 학과 간 불편한 진실’이란 기사가 실렸다. 특정 학과에 쏠림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우리대학교의 현황을 살핀 기사였다. 지난 2009년부터 2011년까지 293명이 소속변경(전과)을 했는데 그 중 상경·경영대가 121명을 차지해 무려 41%를 차지했다. 우리대학교의 그 많은 학과 중에 경영학과, 경제학과, 응용통계학과 단 3개의 학과에 41%가 소속을 변경했다는 사실은 그냥 넘길 만한 일은 아닌 것 같다. 전과 승인이 된 사람들이 이 정도니 실제로 지원했을 인원은 몇 배는 더 많을 듯 하다.  

 


이런 환경 속에서 요즘 기초학문이 무너진다느니 스티브 잡스가 인문학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느니 인문학의 중요성에 대해 더 강조한다. 나는 이쪽에 전문가도 아니고 앞을 내다보는 안목도 지니고 있지 않다. 그래서 대학이 어떠한 방향으로 학생을 가르쳐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4년의 대학 과정 중 5학기 째를 이수하고 있고, 학생기자로는 3학기 째 활동을 하고 있는 대학생의 신분으로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지금 내가 보내는 4년의 행적 하나하나가 내 30대의 토대가 된다는 것이다. 어쩌면 30대 뿐만 아니라 내 미래 전체의 모습이 이때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런 의미에서 4년 동안 내가 대학을 다니며 배우고 길러야 할 것은 전공지식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받아들이는 힘이 아닐까 싶다. 완벽히 이해해서 내 것으로 하든 그것에 반하여 논리적으로 대응하든 ‘받아들인다’의 의미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다. 조금 더 치열하게 그리고 논리적으로 깊게 생각하는 힘. 그것을 기르기 위해 고등학교 때보다는 어려운 수준의 전문지식과 탄탄한 이론을 접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대학은 그 기회를 주고 있다.

이 지식 자체는 사회에 나가면 실용적으로 바로 적용되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 지식을 배우는 과정을 통해, 어떠한 상황이 닥쳐도 지혜롭고 가장 최선의 길로 이르게 할 수 있는 나만의 생각하는 힘이 길러진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이유로 ‘문사철정경사(文史哲政經社)’라 불리는 기초학문을 중시하자는 이야기가 나오는 게 아닐까. 아무래도 오랜 시간을 겪어오며 쌓여진 이야기들일테니. 그런데 응용학문을 통해서도 충분히 깊은 사고가 가능하다면 나쁠 것도 없다.
 
그래서 나는 국어국문학과에서 경제학과로 전과를 했다. 그래서라는 접속사가 웃기게 들릴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나는 정말 ‘그래서’ 그래서 전과를 했다. 생각하는 힘을 기르고 싶긴 한데 국어국문학을 공부하며 생각하게 되는 것들은 내게 재미가 없었다. 꼭 문사철의 방식으로 사고해야 되나?
단지 고등학교 때 들은 경제수업 기억 하나와 그때 공부하며 느꼈던 희열을 바탕으로 전과를 신청했다. 지금은 그 어려움에 허덕이고는 있지만 수업 자체는 너무 재미있다. 생각하는 시간도 오래 걸리고 고민하는 시간도 배로 걸린다. 그래도 재미있다.

 

이예진 기자 alphagirl@yonsei.ac.kr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