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리필 조개구이 식당, ‘조개 까고 있네’를 찾다!

소주 한 잔이 생각나는 밤, 기름진 치킨이나 고기가 질린다면 바다향이 물씬 풍기는 조개구이는 어떤가. 비쌀 것 같다고? 주머니 사정에 걱정할 필요도 없다. 1인당 1만 6천원(3인 이상 기준)이면 싱싱한 조개가 무제한으로 제공되는 식당이 바로 신촌에 있으니 말이다. 포만감 뿐만 아니라 푸근한 인정도 함께 느낄 수 있는 곳, 함께 조개를 까서 먹으며 걸치는 술 한 잔에 친분을 한 겹 쌓을 수 있는 곳, ‘조개 까고 있네’를 소개한다.

 

 

조개구이 식당에서 외상과 부킹을?

신촌 밀리오레에서 왼편 골목으로 들어가면 ‘조개 까고 있네’라는 간판을 발견할 수 있다. 다소 파격적인 식당 이름에서부터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느껴진다. 아니나 다를까 식당에 들어서자 벽면을 가득 메운 조개껍데기 방명록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식당 곳곳에 걸려 있는 현수막에서는 사장의 센스가 한껏 느껴진다. 현수막에 대해 사장 정정수(30)씨는 “웃자고 걸어놓은 것이지만 정말로 열가지 서류를 내일까지 준비해 오겠다며 우기는 손님도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정씨는 “종종 실제로 부킹을 해주냐고 묻는 경우는 있지만 아직 해달라고 한 손님은 없다”며 “부킹 대신 나를 앉히는 경우는 있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러한 독특함과 센스가 젊은 사장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자 이 식당만의 경쟁력이 아닐까.

 

   
무한리필이라고 찜찜해하지 마시라

식당 구경이 끝나고 자리에 앉자 손질된 조개 한 판이 나온다. 무한리필이라 해서 값싸고 질이 나쁜 조개일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계절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키조개, 가리비, 대합, 민들조개, 생합, 모시, 칼조개, 비단조개, 새우 등 그날 잡은 6~10종의 조개와 해산물로 한 상이 차려진다. 정씨는 “조금 더 고생하더라도 수산시장에서 받아오지 않고 직접 연안부두에서 조개들을 받아온다”며 “아무래도 수산시장에서는 조개가 하루 이상 머물게 되다보니 싱싱함이 덜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의 표정에서 그만의 고집스러운 경영철학이 드러난다. 이곳을 찾은 손님 박중현(언홍영·10)씨는 “다른 식당과는 달리 비린 맛이 없어서 신선함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신선함 뿐만 아니라 손님에 대한 배려 역시 정씨가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다. 간혹 리필을 민망해하는 손님이 있다. 그러나 ‘조개 까고 있네’에서는 머뭇거릴 필요가 없다. 조개를 담은 접시가 바닥을 드러낼 때쯤이면 종업원이 먼저 달려와 리필을 할지 물어본다. 이렇게 여타 무한리필 식당들에서 느껴지던 찜찜한 서비스를 찾아볼 수 없다는 점 역시 ‘조개 까고 있네’의 매력이다.

 

 
맛있어? 맛있어. 맛있다!

현수막에 한 번 웃고, 조개의 싱싱함과 종업원의 친절함에 또 한 번 감탄하다보면 어느덧 보글보글 장단소리에 맞춰 춤을 추고 있는 조개들을 발견할 수 있다. 불판에 올려놓자 금세 하나둘씩 탁탁 소리를 내며 입을 벌리는 조개들은 마치 얼른 먹으라며 아우성을 치는 듯하다. 특히 키조개의 관자를 새콤달콤한 초고추장에 버무려 치즈에 양파까지 얹어 한 입 하노라면 마치 바닷가에 온 것 같은 착각을 들게 한다. 저녁을 배불리 해결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무제한으로 제공되는 안주라……. 과연 ‘금상첨화’가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이곳에서는 불판에 올려놓은 조개를 바라보며 애꿎은 군침만 꼴깍꼴깍 삼키며 기다릴 필요가 없다. 불판의 엄청난 화력 덕분에 순식간에 조개가 익어, 식사의 흐름이 끊길 새가 없기 때문이다. 조개와 더불어 셀프 어묵코너의 뜨끈한 어묵국물과 고소한 어묵은 술맛을 돋우는 또 다른 별미이다.

 

 
도대체 당신은 뉴~규~?
(조개껍데기 벽면에서 웃고 있는 사장님 사진)
  

부킹 장려. 외상 허용. 무한 리필에 조개껍데기 벽면까지. 도대체 이 별난 식당을 차린 별난 사장은 누구일까. 83년생, 올해로 30세라는 정씨는 사장이라기보다 오히려 오빠, 형이라고 불러야만 할 것 같다. 체대 출신인 그는 평범하게 회사에 다니다가 29살의 나이에 불현듯 사업에 도전하게 됐다. 정씨는 “사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했지만 두려워서 시작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며 “30대가 되면 정말 두려워서 못하겠다 싶어서 ‘저질러 보자’는 심정으로 시작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아직은 젊기 때문에 실패하더라도 일어날 수 있는 힘이 있으니까 도전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가깝지만 발길을 하지 않았던 신촌 한편에 맛도 좋고 가격도 착한 조개구이 식당이 있었다니, 보물을 발견한 것 같은 뿌듯함이 들지 않는가?. 맨날 가던 식당에 또다시 가는게 지루하고, 색다른 메뉴와 신선함을 원한다면. 신촌의 공기가 답답하다고 느껴지고, 돈은 없는데 바닷가의 향기가 그립다면. 그런 날엔 주저 없이 이렇게 외쳐보자. “친구야, 조개 까러 갈래?”

 

글/사진  김광연, 김신예 수습기자 yondo@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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