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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위의 무법지대 연세앱소통의 장으로 시작한 한줄 게시판이 욕설, 비방, 음담패설의 장으로
  • 박진영 기자
  • 승인 2012.03.31 21:28
  • 호수 16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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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0년 말 ‘연세대학교 연세앱’(연세앱) 한줄게시판에 짧은 공지사항 하나가 올라왔다. 게시판에 타인의 개인신상정보와 관련된 글을 올릴 시에는 명예훼손 등으로 법적인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는 당시 유난히 음란 글과 음담패설, 개인신상정보 유출 등 사건, 사고가 많아 관리자 측에서 게시판 분위기를 환기하기 위한 조치였다.

1초에 3명이 클릭하는 한줄게시판

우리대학교 대표 어플리케이션 연세앱. 연세앱은 학사일정과 셔틀버스 등 학교생활에 유용한 정보 뿐만 아니라 학생들을 위한 소통의 창구까지 제공한다. 지난 2010년 5월 우리대학교 컴퓨터공학과 학생 두 명에 의해 처음 개발된 연세앱은 현재 다운로드 수가 8만건을 넘어섰다. 「연세춘추」가 우리대학교 학생 219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절반 이상의 응답자가 하루에 한번 이상 연세앱을 이용하고 있었다. 특히 익명으로 제공되는 한줄게시판은 하루에 약 30만회 이상 새로고침 될 정도로 많은 학생들이 이용하고 있다.

연세앱이 처음 만들어질 당시의 한줄게시판은 지금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한줄게시판 대신 ‘한줄방명록’이라는 이름으로 관리자가 익명의 이용자로부터 연세앱의 시스템 오류와 관련된 피드백을 받기 위해 만들어 놓은 장치였다. 연세앱 개발자 남현우(컴퓨터·04)씨는 “조금씩 지금과 같은 자유게시판의 성격으로 바뀌어가는 시점부터는 학생들이 한줄게시판을 통해 학교생활 전반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기를 바랐다”며 당시의 기대를 밝혔다.

하지만 최근 한줄게시판의 분위기는 관리자의 기대를 완전히 비껴나가고 있다. 각종 음담패설과 욕설, 개인신상정보가 담긴 글로 이용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이에 개발자 남씨는 “익명게시판이라는 특성 상 예상되는 문제점들은 몇 가지 있었지만 이렇게 심각할 줄은 몰랐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한줄게시판은 19세 미만 열람 불가?


연세앱 한줄게시판 이용자 중 절반이 넘는 학생들이 이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불쾌감을 느끼고 있다. 설문 응답자 중 48%가 ‘음란 및 혐오글’이 불쾌감을 느끼게 하는 주요 원인으로 꼽았고 ‘욕설 및 비방글’이 33%로 그 뒤를 이었다.


신상정보유출, 한 줄에 달린 한 사람의 운명

응답 비율은 6%로 낮은 편이지만 개인신상정보가 포함된 글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어 더욱 위험스럽다. 게다가 연세앱은 우리대학교 학생만 사용할 수 있도록 제한돼 그 안에서 발생하는 개인정보유출이 온라인 공간을 넘어서 오프라인 공간까지 확장될 우려가 있다.

최근 한줄게시판에는 학과, 학번과 이름의 자음을 담은 게시물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 ‘국문과 11 ㅂㅈㅇ’이라는 정보만으로도 몇 분 지나지 않아 댓글에 실명이 거론되는 경우도 많다. 이처럼 같은 대학교 학생이라는 제한된 범위 내에서는 적은 양의 정보로도 피해자의 신분을 파악하기 쉽다.

연세앱 개발자 김현철(컴퓨터·04)씨는 “대부분의 경우 오프라인 관계에서 알고 있던 내용을 게시판을 통해 발설해 개인신상정보유출이 발생한다”고 설명한다. 일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구글링이나 IP주소 추적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개인신상정보 유출이 나타나는 반면 한줄게시판에서는 주로 개인의 보복성 글을 통해 개인신상정보 유출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한편 김씨는 “연세앱을 해킹해 개인신상정보를 알아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연세앱은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전혀 저장하지 않아 관리자조차 글쓴이의 신분을 파악할 수 없다. 연세앱을 처음 다운받아 쓸 때 연세포탈 인증을 요구하지만 이는 △우리대학교 학생이라는 신분 확인을 위해 △YSCEC기능을 연세앱과 동기화하기 위해서이다. 학교 서버의 인증만 받고 나면 이용자의 학번과 비밀번호는 연세앱 데이터에 전혀 남지 않는다. 익명게시판의 글쓴이들을 구별할 수 있는 방법으로 ‘식별자’ 기능이 있지만 이를 통해 글쓴이의 개인정보를 알아낼 수는 없다. 이용자가 게시물을 작성하면 필명 우측에 영문과 숫자가 혼합된 식별자가 나타난다. 식별자는 IP주소를 5~6자의 약자로 짧게 줄인 것일 뿐 이를 통해 실제 IP주소를 추적할 수는 없다.

이미 ‘털린’ 신상정보, 신고는 무용지물?

익명성에 의한 한줄게시판의 폐해에 대처하기 위해 연세앱은 ‘신고’기능을 두고 있다. 이용자에 의해 일정 횟수 이상 신고된 글은 게시판에서 보이지 않도록 자동으로 블라인드 처리되며 관리자만이 해당 글을 볼 수 있다. 블라인드 처리된 글을 올린 이용자는 다음에 연세앱에 접속했을 때 작성 글이 신고에 의해 삭제됐다는 통지를 받게 된다.

하지만 경고기능은 결국에는 사후 대처에 불과하다는 한계점이 있다. 게다가 경고기능 외에 문제 게시물에 대한 제재를 가할 만 한 다른 기능이 전혀 없다. 이에 연세앱 개발자 김씨는 “관리자 입장에서도 지금보다 더 강화된 게시판 관리 장치를 만들어야겠다는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며 “하지만 그 장치가 어떤 방식일지는 아직 구체화돼 있지 않다”고 답했다.

세연넷 익명게시판도 피차일반

우리대학교 커뮤니티 ‘세연넷’의 상황도 연세앱과 다르지 않다. 세연넷 ‘익명게시판’에도 △욕설, 모욕적 언행 △음란, 혐오, 법령 위반 △개인정보 유출 등의 문제가 자주 발생한다. 실제 익명게시판 올라 온 비방글로 이용자 간의 충돌이 일어나 우리대학교 성희롱·성폭력상담실의 조정으로 처리된 적이 있었고 사건이 사이버 수사대까지 넘어간 사례도 있었다.

한편 지난 2010년 8월부터 세연넷에도 신고기능이 도입됐다. 총 5천 253 건의 신고 중에서 같은 글에 대한 중복신고를 제외하면 2천 844건의 게시글이 신고됐으며 ‘욕설, 모욕적 언행’에 대한 신고가 전체 신고의 43%로 가장 큰 비율을 차지했다. 세연넷은 게시물의 사안의 심각성에 따라 신고 수 기준을 다르게 정해놓고 있으며 그 횟수 이상 신고가 들어오게 되면 해당 글은 자동 블라인드 처리된다. 사안의 심각성이라는 기준에 대해 세연넷 관리자 이상윤(전기전자·07)씨는 “기준은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적용될 수 있고 이를 통해 보다 민감한 게시물이 빠르게 제재될 수 있도록 조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개인신상정보유출 글과 같이 파급력이 크고 예민한 사안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심각성이 낮은 욕설 글보다 더 적게 신고 돼도 블라인드 처리된다. 반대기능 또한 신고기능보다는 간접적이지만 익명의 게시물에 대한 이용자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도구이다.

하지만 좀 더 구체화된 관리 시스템을 갖췄다고 해도 세연넷 또한 연세앱과 마찬가지로 이 모든 제재가 사후처리일 수밖에 없다는 근본적인 한계점에 부딪힌다. 이에 대해 세연넷 관리자 이씨는 “명확한 기준을 만들기 위해 고심 중이다”며 “제재 기준이 뚜렷하게 정해진다면 지금과 같은 폐해는 줄어들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탈출구가 필요한 어두운 골목길, 한줄게시판

이 같은 상황이 나타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게시판이 익명제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우리대학교 커뮤니케이션연구소 강정수 전문연구원은 “어두운 골목길과 같은 익명게시판에서는 타인이 나를 알아볼 수 없다는 믿음 때문에 욕설이나 음담패설 등 온갖 폐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해석했다.

지금까지는 이에 대한 대안으로 실명제가 제시됐다. 그러나 이에 대해 강 전문연구원은 “어두운 골목길에서 범죄가 발생한다고 해서 그 골목길을 환하게 밝혀버리면 결국에는 어느 누구도 그 골목을 찾아오지 않게 될 수도 있다”며 실명제가 해법은 아니라는 점을 역설했다. 실명제 외에도 IP주소 추적, 게시물 블라인드 처리 등의 불을 밝힐 다양한 전구가 있지만 기계적인 조치에 의한 필터링은 결과적으로 자유로운 소통이라는 근본적인 가치를 저해하게 된다.

한줄게시판의 사용자들은 서로가 누구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같은 우리대학교 학생이라는 공감대만 가지고 있다. 강 전문연구원은 “익명인 상태에서도 나와 동일한 행동을 했거나 동일한 관심 사항을 갖고 있는 사람들끼리 만날 수 있도록 해 새로운 공감대를 다양하게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어두운 골목길에 불을 켜 어둠을 쫓는 데 중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이용자들에게 새로운 골목길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예시로 강 전문연구원은 'Four Square'(포스퀘어)라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제시한다. 포스퀘어는 스마트폰으로 자기가 어느 위치에서 무엇을 하는지 알리고 메모를 남김으로써 친구들과 정보를 공유하는 형태를 취한다. 이를 통해 익명의 이용자들은 같은 공간에 다녀왔다는 새로운 공감대를 갖게 된다.


익명이기에 가능한 소통의 자유는 잊지 말아야

익명성의 긍정적인 기능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익명게시판에는 △이용자의 자유로운 의견 개제 △빠른 정보 공유 △학교생활 전반에 대한 질문 및 답변 △고민상담 등 다양한 장점들을 찾을 수 있다. 세연넷 익명게시판에 올라온 게시물이 「연세춘추」에 제보돼 기사화된 적도 적지 않다. 실제 지난 2월 6일에는 대학배정장학금 변동에 관련된 글이 세연넷 익명게시판에 올라와 「연세춘추」에 기사화됐다.

종종 이러한 긍정적인 기능이 소수의 악성 게시물에 의해 빛이 바래곤 한다. 물론 공론장에 올라오는 욕설이나 음란 글도 하나의 의사표현이지만, 그 정도가 지나쳐 이용자들의 원활한 소통 기능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 공론장의 핵심은 소통이다. 연세의 공론장인 연세앱과 세연넷의 존재 이유가 학생들의 편리한 학교생활과 자유로운 의사소통을 위해서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박진영 기자 jypeace@yonsei.ac.kr
일러스트레이션 서은진

박진영 기자  jypeace@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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