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등록금’ 한 목소리...여(與)“단계 인하” 야(野)“전면 시행”
“사병 월급 50만원으로 인상 총선 공약 추진”
일자리 창출·경제 민주화 등 총선 10대 기본정책 마련

오는 11일 실시되는 19대 국회의원선거를 앞둔 시점에 나온 기사들의 표제다. 선거철마다 각 정당들은 20대 표심을 사로잡기 위한 정책들을 어김없이 내놓는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정치인들이 공약으로 내세워 온 대학 반값등록금의 전면 실행에 대한 움직임은 아직 묘연하다. 이렇듯 선거철에 등장하는 공약에는 정책실현성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것들이 대부분이다. 이에 대해 이대섭(경영학부·11)씨는 “선거철에만 20대를 위한 정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고, 그나마 제시되는 공약들도 실현가능성이 낮고 인기영합적인 것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무분별한 인기영합성 공약뿐만 아니라 극심한 취업난도 대학생들을 선거에 무관심하게 만드는 주요한 요인으로 꼽힌다. 부산대 박찬희(경제·10)씨는 “주변을 보면 투표를 통해 대표자 한 명을 바꾼다고 해도, 자신들의 삶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고 보는 분위기”라며 “정치에 관심을 갖고 투표에 참여하기보다는 내 삶을 바꿀 수 있는 자기 계발에 더 집중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정치와 선거에 무관심한 젊은이들이 늘어나면서, 투표에 참가하지 않는 것도 하나의 의사표현방식이라고 보는 의견 또한 늘어나고 있다. 대학생 이아무개씨는 “투표에 참여해야만 민주시민의 자질을 갖췄다고 보는 통념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투표하지 않는 젊은이들에게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정치를 외면하게 만드는 기성정치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렇듯 정치에 대한 외면은 20대의 삶으로부터 선거를 분리시키게 했다. 그 결과 20대의 정치관심도와 선거참여율이 갈수록 낮아지는 악순환이 진행돼왔다. 하지만 20대들이 정치에 관심을 갖도록 하기 위한 노력들이 최근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20대를 위한 정치권의 노력

그동안 대부분의 국회의원들은 40대 이상의 중년층들로 이뤄졌었다. 때문에 정당들이 공약을 세우고 정책을 시행하는 데 있어서 20대의 의견은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다.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각 정당들은 이번 총선부터 청년비례대표들을 선발했다. 40대 초반만 되더라도 젊은 피로 평가받던, 보수적인 기존 정치의 틀을 바꾼 것이다. 또한 각 정당들은 20대들에게 큰 인기를 얻었던 ‘슈퍼스타K’와 ‘위대한 탄생’ 등의 프로그램들을 모방한 형태로 청년비례대표를 선발했다. 밀실에서 진행되는 것 같았던 공천을 국민들에게 공개하는 형태로 바꿨고, 기존 정치에서 배제되던 20대 청년들을 과감하게 국회의원 후보자로 공천하는 결정도 내렸다. 이 결과 민주통합당의 ‘락파티’에서는 안상현, 정은혜 등의 20대 후보자들이 비례대표로 선출되기도 했다. 또한 각 정당들은 대학생위원회를 만들어 20대 대학생들의 정치참여를 유도함과 동시에 정당과 청년 간의 소통을 이뤄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정치는 재미없는 것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없애기 위한 노력도 진행되고 있다. 특히 정당행사는 딱딱하고 재미없다는 편견을 깨기 위한 노력들이 한창이다. 정당행사라고 하면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들이 양복을 갖춰 입고, 재미없는 연설을 듣는 고리타분한 분위기가 떠오른다. 이러한 편견에 맞서 각 정당들은 일상복을 입고, 아이와 함께 올 수 있는 자유로운 형식의 정당행사를 개최하는 추세이다. 최근 총선을 앞두고 진행된 민주통합당의 ‘락파티’와 청년당의 창당행사는 홍대V홀 클럽에서 공연형태로 진행되기도 했다. 
 
정치인들과 20대들이 만나는 형식도 바뀌어가고 있다. 기존에는 정치인과 20대가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유명정치인의 특강정도였다. 그나마도 소수의 학생들만이 참여가 가능했기 때문에, 일반 학생들과 정치인 간의 직접적인 소통 기회는 아주 없다시피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정치인이 각 지역별로 직접 찾아가는 청춘콘서트에 게스트로 참가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정치인이 주인공이었던 기존의 특강형태가 변화하면서, 정치인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지고 있다. 또한 20대들이 많이 이용하는 소셜네트워크를 활용한 소통 역시 확대되고 있다. 정치인들뿐만 아니라 정당차원에서도 트위터 계정을 운영하고 있다. 메시지를 통해 쉽게 소통할 수 있는 트위터를 통해 정치권과 20대간의 거리를 좁히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뉴스에서만 볼 수 있었던 정치인들이 20대들이 즐겨보는 예능프로그램에도 적극적으로 출연하기 시작했다. 최근 박근혜, 문재인 등  정치인이 SBS 예능프로그램 ‘힐링캠프’에 출연했다. 뉴스나 연설을 통해서는 어필하기 힘들던 자신들의 친근한 인간미를 보여줌으로써, 젊은층에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주는 데 성공했다. 또한 각종 논란의 중심에 섰던 강용석의원은 케이블 예능프로그램인 ‘화성인바이러스’와 ‘슈퍼스타K4’ 등에 출연하기도 했다. 연세춘추와의 인터뷰에서 강용석의원은 “예능프로그램 출연은 인지도를 높여줌과 동시에, 젊은층과의 소통에도 긍정적인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존재하는 문제점들

정치권 차원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문제점들은 여전히 남아있다. 특히 인기 영합성 공약들이 남발된 것은 20대들이 정치권과 선거에 등 돌리게 만든 결정적인 요인이다. 대선 때부터 등장해서 지금까지 논란의 중심이 되고 있는 반값등록금 공약이 이번 총선에서 다시금 핵심공약으로 떠오른 것이나, 주요 정당들이 충분한 예산확보에 대한 검토조차 없이 사병월급인상을 공통적인 공약으로 내세우는 것 등도 같은 맥락이다. 선거를 앞두고 이름만 바꿔치기하는 여당과, 합리적인 정책제시보다는 매번 반정부를 외치기 바쁜 야당 모두에 대한 불신 또한 늘어나고 있다. 이에 대해 박영숙(26)씨는 “정치인들은 유권자들이 왜 자신들을 지지해야 하는지를 논리적으로 설명할 의무가 있다고 보는데, 상대방을 뽑지 말아야 하는 이유를 제시하는 데에만 급급한 것 같다”며 “정치권에 만연한 네거티브적인 특성이 20대가 정치와 선거에 무관심하도록 만드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각 정당들이 실시한 공개 청년비례대표 선출방식에 있어서도 문제점이 드러났다. 일례로 민주통합당의 ‘락파티’에 지원한 모 대학의 학생회장출신 후보자는 자신의 경력을 허위로 부풀렸음에도, 청년비례대표후보로 뽑히는 일이 있었다. 충분한 준비 없이 새로운 방식을 도입하다보니 검증 상의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대학생과 정치권 간의 소통을 위해 만들어진 정당 내 대학생위원회 역시 그 본질의 의미를 잃어버린 채, 대학생들의 스펙 쌓기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다. 또한 정치세력들이 SNS의 파급력을 악용하면서 트위터가 소통의 장이 아닌 정치선전장이 돼버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학생 김아무개씨는 “유명 정치인들과 직접 소통할 수 있다는 점에 매력을 느껴 트위터에 가입했었지만, 점점 원색적인 비난과 허위사실들이 난무하는 모습을 보고 트위터에서 탈퇴했다”고 말했다. 또한 토크콘서트와 예능프로그램 등에 출연하는 정치인들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공약과 정치적 비전으로 유권자에게 다가서야할 정치인들이 자신만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통해 마치 연예인처럼 인기를 좇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직접 나선다!

이러한 한계들을 극복하기 위해 20대 유권자들 역시 여러 측면에서 활동하고 있다. 올해 2월엔 스마트폰으로 재선 후보자들의 공약이행률을 빠르게 확인할 수 있는 ‘국민의 역습’이란 어플이 개발되어 젊은 층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후보의 말이 진정성 있는 공약인지 표를 얻기 위한 거짓말인지를 스마트폰을 통해 구분할 수 있게 되면서, 20대들이 투표에 필요한 합리적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정치참여를 일종의 ‘놀이’로 만드는 20대들의 시도도 계속해서 진행되고 있다. 지난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기간 당시, 투표도장이 찍힌 흰색가면을 쓴 50여명의 시민들이 청계광장에서 플래시몹*을 진행했다. 당시 시민들이 벌인 플래시몹은 거액의 돈을 들인 선거독려 공익광고보다 훨씬 큰 파급력을 보여줬다. 때문에 지난 3월 29일에는 부산 사상구에 출마한 문재인 후보가 선거운동 출정식 중에 유권자들과 플래시몹을 벌이기도 했다. 20대가 창조한 선거문화가 기성정치인들의 선거운동방식을 변화시킨 것이다. 플래시몹뿐만 아니라, 투표인증샷 릴레이, 투표장려 UCC제작 등 다양한 방법으로 정치권과 선거문화에 영향을 미치는 20대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우리대학교 학생들 역시 이번 총선에서 새로운 선거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표를 품은 청년’의 이연상(사회·07)씨는 “20대가 정치를 통해 자신의 삶뿐만 아니라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며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자들에게 대학생들의 의견을 전달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으며, 유플렉스 앞에서 셔플댄스를 추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선거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은 지불능력이 충분한 소비자에게 관심을 가지듯이, 정당 역시 유권자 중에서도 실제로 투표하는 유권자들에게만 관심을 가진다. 아무것도 바꿀 수 없을 것이라 믿고 지레 정치와 선거에 무관심해지기보다는, 우리가 갖고 있는 투표라는 권리로 정치권이 20대에게 필요한 정책에 대해 고민하도록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플래시몹: 모르는 사람들이 특정 리더 없이 SNS나 휴대 전화로 연락해 모인 뒤, 행사나 놀이를 하고 나서 금방 사라지는 군중행태

 

박일훈 기자 ilhoonlove57@yonsei.ac.kr
자료사진 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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